지난 지디넷 컬럼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를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오픈 소스 활동에 참여하여 자신의 평판을 현실 밖 세계에 인지시키는 일, 주말에 작업한 앱을 앱스토어에 제출해서 어떻게 가치가 움직이는지 직접 느껴 보는 일, 모두 현실계식 고용에서 벗어나 "나만의 왕국"을 만들어 가는 첫 발자국이다. 아무리 현실이 괴롭고 지쳐도 잠을 줄이고 여가를 줄여 해 볼만한 일이다. 예를 들어 최근 모바일과 소셜 앱스토어는 추천 공간이다.”
반론 의견이 있었는데, 돈이 벌릴 것 같지도 않는데 과연 누가 하겠냐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취직을 시켜주는 것도 아닐 테고.
금전적 인센티브를 언급하는 것은 자주 등장하는 반론이다. 돈에 의해 인간이 움직이고 돈에 의해 살아 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곧 욕망이고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기에, 자신의 욕망과 부합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욕망은 돈에 의해 완전 충족되지 않는다. 배금주의에 충실히 따라 성공하고 또 출세해도 돈으로는 결코 만족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인간의 욕망이다. 화폐란, 왕마저 사라져 버린 세계, 인간 욕망의 질서를 유지할 수 없었던 시대가 만들어 낸 질서 유지 방법일 뿐이다. 자본주의는 화폐에 의해 욕망의 인간 들을 경쟁시키며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질서 유지 장치인 화폐에 매달리는 한 인간은 그 안에 갇힐 뿐 영원히 행복해 질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지 않고, 쉽게 화폐로 도피한다. 그리고 동시에 행복을 직시하는 법도 잊어 간다.
매슬로의 욕구5단계설만 보더라도 기아와 타살의 위협을 벗어난 인간이라면 누구나 칭찬을 받는 일, 보람을 느끼는 일, 관심을 받는 일, 즉 사회와 가정과 타인과 자신으로부터 승인되고 인정받는 일에 의해 행복해진다. 화폐가 주는 효용이 있다면, 자신의 가치가 변환되었을 때 얻는 보람, 이 변환으로 인정받는 기쁨 정도일 것이다. 첫월급에 기뻐하던 가족들의 모습처럼. 그러나 그 기쁨은 화폐의 팽창 그 자체가 아니라, 화폐라는 질서에 의해 ‘인정받았다’는 기쁨임을 쉽게 잊는다.
여전히 사람들은 왜 돈도 안 되는 일, 예컨대 오픈소스활동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의아해 한다. 이는 자신이 기여한 한 줄의 코드가 칭찬 받고 관심을 끌고 사회로부터 승인되고 인정받는 일의 기쁨을 알려는 용기를 내지 않기에 의아할 뿐이다. 처음 잡지에 내 코드가 실리던 80년대 어느 날의 기분, 내 프리 소프트웨어를 보고 외국에서 연락이 오던 90년대 어느 날의 풍경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비록 미미했지만 처음으로 사회로부터 승인되고 인정받는 기쁨, 그 것은 행복이었다.
사실 우리가 더 의아해 할 일은, 사회로부터 승인되고 인정받는 기쁨을 느낀 이들은 화폐적 가치를 쫓지 않았지만 사회는 화폐적 가치를 되돌리려 한다는 아이러니다. 오픈소스 리더 들은 일자리를 좇지 않았지만 일자리가 그들을 쫓고 있다. 그들은 화폐를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화폐는 그들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 것이 아이러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행복을 직시하는 순간,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보람을 느끼는 일, 사회와 나 자신으로부터의 승인’임을 깨닫고 만다. 그리고 자신감과 결합된 사회로부터의 승인이야 말로 어떠한 스펙보다 강력한 초월적 스펙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전세계의 영리한 이들이 무모하게 오픈소스 활동을 하고, 앱스토어 제출에 주말을 반납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있어 오픈소스 커뮤니티 리더는 1순위 채용 후보다. 현재 재직중인 회사의 어떤 고위직의 알려진 스펙은 ‘앱스토어에서 잘 나가던 이’ 그 뿐이다. 얽매이기 싫으면 오픈소스를 토대로 창업을 하기도 하고, 기업을 스폰서로 거느리기도 한다. 앱스토어만으로 자립 가능한 이들은 애초에 취직할 필요도 없다. 아직까지는 진짜 IT 강국만의 풍경이지만....
요즘 사람들은 약았기 때문에 돈이 안 되는 일, 취직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은 할 리가 없다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일과를 쪼개 오픈 소스 커뮤니티를 만들어 본 사람,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각 지역에 안착시켜 본 사람, 밤에만 활동하는 오픈 소스 커미터 들, 집에 오자 마자 앱스토어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 소셜앱을 위해 무모하게 주말 3인 특공대를 만들어 본 이들이야 말로, 정말 약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후기 자본주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미 알고 있다. 어텐션 이코노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시대의 특징을 읽고, 화폐에 매달리는 대신 사회로부터 승인 받으려는 욕망, 그 힘에 자신을 건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적어도 오늘의 욕망에 충실히 살고 있기에, 누구보다 강하다. 올지 모르는 내일을 위해 오늘의 욕망을 저당 잡힌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욕망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루하루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그 것이 바로 타인의 왕국에 길들여진 우리 모두가 부러워하는 “나만의 왕국”인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