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 스타 리그 ‘강행’…블리자드 저작권 무시?

일반입력 :2010/10/13 16:25    수정: 2010/10/14 08:26

스타크래프트 하반기 리그가 곧 강행된다는 소식이다.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국(이하 협회 사무국)이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이하 저작권) 협상을 마무리 하지 않고 리그를 강행, 블리자드의 e스포츠 파트너사인 곰TV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국과 곰TV의 주요 협상 내용은 스타크래프트 관련 e스포츠 리그 운영권과 방송중계권이다. 또한 곰TV는 케이블 방송사인 온게임넷과 MBC게임과도 이와 같은 내용으로 협상을 해왔다. 최근에는 온게임넷이 곰TV와 스타크래프트 리그 방송중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게임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한 바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협회 사무국이 언론사 대상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오는 16일로 예정된 스타크래프트 하반기 리그 강행을 공식화한다. 이날 미디어 데이는 스타크래프트 하반기 첫 프로리그인 10-11시즌을 신한은행이 후원키로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협회 사무국 측은 이 같은 내용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이는 협상 파트너사인 곰TV와 어떤 상의도 없이 결정한 것. 때문에 업계에서는 리그 진행이 아닌 강행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그만큼 대외적으로 협회를 보는 시각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업계에서는 협상이 결렬됐다는 시각과 함께 협회 사무국이 곰TV를 철저히 무시하고 리그 운영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향후 스타크래프트의 원저작권 인정을 요구해온 곰TV가 법적 대응 등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되는 이유다.

협상은 이미 3년째에 접어들었다. 긴 시간동안 협회 사무국과 곰TV가 서로 감정 싸움으로 확대돼 협상이 결렬됐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이 협상 중재자로 나선 이후 기적같이 다시 협상이 재개됐다.

하지만 협회 측이 이 같은 과정을 무시하고 스타크래프트 하반기 리그를 강행, 후폭풍과 더불어 비난 여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관계자는 “협회 사무국이 저작권 협상 파트너사인 곰TV를 무시하고 리그를 강행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하면서 “서로 합의점을 찾고 있는 분위기에서 일방적으로 리그를 강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협상을 마무리 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곰TV, 어떤 결정 내릴까

지난 11일 곰TV는 협회 사무국에게 오는 16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곰TV 입장에서 나름대로 양보한 안을 제시하면서 최후 통첩을 하는 식이었다. 곰TV는 협회 사무국에게 스타크래프트 저작권자의 권리를 빼앗지 말라는 요청을 수없이 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협회 사무국은 곰TV의 공문 내용을 확인했으나 별다른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무국은 스타 하반기 첫 리그의 후원사로 신한은행이 결정됐고 리그 시작 시점을 밝히는 등 곰TV의 마지막 제안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곰TV 관계자는 “계약 체결 없이 리그를 시작하는 것은 협상할 의지도 없고 파트너 사에 대한 존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협상 없이 리그를 시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공문을 보냈으나 아직 답도 없다. 최대한 양보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같은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다. 어떤 후속 조치를 해야할지 검토 중이다”고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 업계고위관계자도 이 부분을 짚었다. 곰TV가 한발 양보하고 협회 사무국의 입장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협회 사무국은 곰TV의 제안을 무시하고 원칙적인 부분만 따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고위 관계자는 “곰TV가 나름 양보한 안을 협회 사무국에게 공문 형태로 보냈다고 알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힘들지만 협회가 기존에 유지해오던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협상 진행이 잘 안된 것으로 안다. 향후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갈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협상 중재자로 나선 한콘진…“난감하다”

협상 중재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한콘진은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협회의 이사사로 협회 사무국과 곰TV간에 스타크래프트 관련 지적재산권 협상을 주도했지만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다.

그동안 협회 사무국과 곰TV가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지만 좋은 결과가 없어 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 특히 한콘진은 이런 분위기에서 더 이상 협상 중재자로 나서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콘진 관계자는 “협회가 스타크래프트 하반기 리그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협상 중재에 나섰지만 잘 진행이 안 돼 속상하다”면서 “그동안 협상 과정을 지켜본 분들에게 황망할 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더 이상 협상 중재자로 나서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다. 협회 사무국은 리그 이후에도 계속 협상할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곰TV의 입장과 다른 것이다. 서로 이에 대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좀 더 분위기를 살펴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