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후 스마트TV 시대를 살아가는 무대리의 하루

[TV2.0 기획-하]UX 변화에 대한 기대 확산, 디지털 디바이드 우려도 제기

일반입력 :2010/09/26 14:43

남혜현 기자

#1. 2015년 어느날. 회사원 무대리는 퇴근 길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켠다. 어제 저녁 늦은 회식으로 놓쳐버린 드라마 ‘탁구왕 김제빵(이하 김제빵)’을 봐야 하기 때문. 버스에 선채로 드라마에 집중하길 30분. 집에 들어서자마자 무대리는 스마트폰은 던져 버린 채 소파에 누워 TV리모컨을 잡았다. 아니, 정정한다. 리모컨이 아니라 태블릿이다. 쟁반처럼 생긴 이 넓적한 기계를 ‘터치’하자 TV도 자연스레 켜진다.

TV에 펼쳐진 그림은 아까 버스에서 보던 김제빵의 다음 장면. 어려운 동기화를 하지 않아도 집에만 들어서면 곧바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TV가 내 콘텐츠 소비 기록을 공유한다. 김제빵을 보면서 태블릿으로 주인공이 쓰던 탁구채를 검색한다. 옆 채널 홈쇼핑에선 이미 9천900원에 라켓을 할인판매 중이다. 화면 한쪽 작은 창에선 쉴 새 없이 내 트윗 팔로워들이 드라마 감상평을 쏟아낸다.

#2. “장모님 댁에 태블릿 한 대 놓아드려야 겠어요.” 엊저녁 ‘김제빵’을 보느라 육아당직을 소홀히 한 무대리. 아내 눈치를 보며 꺼내든 히든카드가 ‘장모님 댁 태블릿’이다. 아날로그TV가 종료되고 집집마다 디지털 전환 바람에 웃돈 얹어 산 스마트TV를 무대리의 장모는 오히려 불편해 한다. “이거 이렇게 만지면 되냐, 나 같은 늙은이가 잘 못 만져 비싼 TV 다 망가지면 어쩌냐….

스마트TV가 대세로 자리잡은 5년후 회사원 무대리가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시나리오로 구성해본 것이다.

시나리오1은 스마트TV가 무대리의 TV경험을 혁신적으로 바꿔놓는 것을 반영한다. 스마트TV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도 '1번 시나리오'에 대한 판타지를 강조하는데 올인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어둠 또한 있는 법.

시나리오2는 '괜히 사서하는 걱정'이 아니다.

양방향성을 강조하는 디지털 케이블 방송이나 IPTV 서비스에도 연출되는 장면이다. 리모컨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스마트TV는 컴퓨터와 거리가 먼 어르신들에게 '디지털 소외'를 부추기는 주범이 될 수 도 있다. VOD서비스가 영 불편한 무대리의 장모님에겐 지상파 시청이 유일한 낙일 수 있다. 스마트TV도, 태블릿도 장모에겐 컴퓨터처럼 그저 낯선 도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시니리오1과 시나리오2에 대한 전망은 IT업계에서도 관전 포인트로 급부상했다. 관련 업계의 시각도 제각각이다. TV 시장에서 이방인 '원투펀치'로 꼽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구글의 에릭 슈미트간 생각도 다르다.

■구글은 '쿨' 애플은 '엄마'?

최근 폴 오텔리니 인텔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통해 구글TV는 쿨한 반면 애플TV는 엄마같다고 평했다.[관련기사 'TV란?' 애플과 구글의 다른 시선]

그는 이어 구글TV와 애플TV는 타겟층이 다르기 때문에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였다. 오텔리니 CEO에 따르면 나의 아들은 아마도 구글TV를 사려고 할 것인데 그 이유는 그것이 쿨하기 때문이 아들은 TV에서 페이스북 채팅으로 친구들과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할텐데 이는 리얼타임이기 때문에 애플TV에선 불가능한 일이라며 구글TV의 PC기능을 강조했다.

인텔은 구글TV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인 아톰칩을 생산한다. 누구보다 구글TV를 잘 이해하고 있는 오텔리니 CEO의 발언은 스마트TV가 디지털 디바이드를 조장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인정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스티브 잡스 애플CEO가 애플TV를 발표하며 TV를 온 가족이 함게 즐기는 거실 디바이스로 한정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는 TV는 PC가 아니다라면서 사람들은 TV에서 PC를 찾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었다.

TV는 앞으로 많이 바뀔 것이다. 그러나 공이 정확하게 어디로 튈지는 현재로선 예측 불허.

업계 관계자들은 TV가 PC처럼 바뀐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편안함'과 '친숙함'을 줘야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PC랑 닮았다고 해도 TV는 TV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능이 다양해졌다고 해서 인상적인 경험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능은 경험과 상극일 수 있다. 사용자는 TV에서만큼은 PC에서 겪는 버퍼링을 피하고 싶어한다.

김종원은 CJ헬로비전 팀장은 디지털 디바이드가 심화될 가능성은 물론 있지만 기술발달에 따라 인터페이스 자체가 쉬어질 요인도 분명 있다면서 사람들이 TV를 굉장히 수동적으로 보지만 스마트패드를 이용하는것은 굉장히 적극적이기 때문에 TV와 주변 기기를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은 이제 TV생태계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넘어갔다.

TV업체들도 스마트TV를 미래 먹을거리로 생각하는만큼 다양한 고민을 모색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TV를 출시, 자사 제품에서 이용가능한 애플리케이션과 프로그램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애플도 넷플릭스, ABC 등 콘텐츠 제공업체와 손잡았다. 구글도 디시네트워크를 통해 유료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스마트TV는 지금 IT산업에서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다. 낙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경험이 관건이 될 것이다. 편안하고 친숙한 TV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면 스마트TV 시대는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반대로 IT기업들이 스마트TV를 통해 익숙한 것과 빠른 결별을 요구할 경우, 사용자들의 거부감을 살 수도 있다.

어떤 시나리오가 대세가 될지는 지금은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우리는 무대리의 하루가 어떨지를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