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안전한 인터넷, 선포만 할 것인가?

일반입력 :2010/09/08 10:25

정태명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7개 중앙 부처와 포털, 시민단체 등 50여개 단체가 모여 범국민협의회를 구성하고,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만들기' 선포식을 가졌다. 건강하고 안전한 인터넷 세상을 함께 만들어보겠다는 취지의 행사는 꼭 있어야만 하고 또 반길만하다.

그러나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름다운 세상은 말과 선포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본다. 선포는 정부와 단체가 나서서 했지만 온 국민이 이 캠페인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가 캠페인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강력한 정보통신 인프라와 성장 일변도의 정책으로 인터넷의 발전만큼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성장해왔다. 악플과 같은 인터넷 폭력에 의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사이버 왕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인터넷 중독은 그 도를 넘어 게임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음은 물론 청소년 문화의 커다란 독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되어 있다고 말할 만큼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심각하고, 해킹 기법은 날로 새로워져서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용자들이 이러한 인터넷 폐해에 대해 점점 무감해져가고 있다는 현실이다. 1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새어나가고, 2003년의 1.25 사태나 2009년의 77 디도스 사건 등 대규모의 사이버 공격으로 단련(?) 된 덕분이기도 하다.

정보문화의 달인 6월에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따뜻한 디지털세상 실천네트워크 출범식’을 갖고 건전한 정보문화 가꾸기를 다짐했다. 그 때만 해도 마치 우리나라가 곧 인터넷 선진 문화를 창달할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했는데, 한 분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의 사이버 사회는 동일한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오히려 더욱 심각해져가는 인터넷 사회문제와 사건들로 가득하다. 더욱이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트위터, 페이스북등 소셜미디어의 바람을 탄 서비스들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그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아름다운 인터넷을 위한 선포식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인터넷 정화 운동을 벌여야 한다. 영국의 그레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다. 언어를 배우면 욕을 먼저 배우는 것처럼 인터넷에도 건전치 못한 콘텐츠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소비자는 의지적으로 건전한 정보 문화 형성에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문화운동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일어나야 한다. 인터넷 사용이 활발하면서 아직 정체성의 정립에 버거워하는 세대이기에 인터넷 문화 확산이 용이하고 인터넷에 가장 큰 폐해를 받을 수 있는 집단이 바로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중독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 창달이 청소년으로부터 시작돼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등학생들로부터 인터넷 건전 문화 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지도하고 모범을 보이는 것이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보장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또한, 청소년을 인터넷 역기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이버 아동 보호 센터를 건립하기를 제안한다. 정부가 앞장서고 인터넷으로부터 수혜를 받은 기업들이 기금을 마련해서 미래의 희망이 희망으로서 보존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멀지않은 장래에 걷잡을 수 없는 무질서와 혼란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사이버 세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인터넷 피싱이 경제적 정신적 손실을 가져오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스토킹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사이버가 더 이상 사이버에 머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름답고 건강한 인터넷 세상을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산업의 발달로 부를 물려주는 것보다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부를 없어지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을 향한 선포가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문을 여는 시작이기를 바란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