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란?' 애플과 구글의 다른 시선

일반입력 :2010/09/03 11:09    수정: 2010/09/03 17:08

남혜현 기자

구글과 애플의 TV 청사진이 차례로 공개됐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에서 게임의 룰을 바꾼 애플과 구글의 SW 플랫폼 파워가 TV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먹혀들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소니가 지배해온 세계 TV 시장 판세 변화도 불가피해진다. 제조사의 힘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애플과 구글의 스마트TV 전략 역시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 차세대 TV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진하게 풍긴다.

■스티브 잡스 TV는 컴퓨터가 아니다

최근 애플이 선보인 2세대 애플TV는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방식을 채택, 무선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즐기게 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애플TV를 공개하며 TV는 컴퓨터가 아니다면서 TV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사람들은 TV에서 컴퓨터를 하기 원하지 않는다면서 대형 TV는 또 다른 컴퓨터가 아닌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에 따르면 TV의 가장 큰 미덕은 '쉽고 부담없는'이다. PC처럼 TV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 제품간 동기화 등 몇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건 편하게 TV를 보고 싶어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는 문제라는것이다. 그는 TV가 엔터테인먼트용이라는 것을 컴퓨터 업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재밌는 점은 전통적으로 '맥'으로 대표되는 컴퓨터 회사 수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점이다. 애플은 '맥-아이폰-아이패드'를 동기화를 통해서 하나의 생태계로 엮어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성공시킨 이후에는 '스마트'라는 단어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TV제조업체들은 오히려 애플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글이 TV용으로 내놓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소니를 필두로 삼성과 LG 모두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소니 역시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자사 첫 인터넷TV를 시연했다.

구글은 지난 5월 소니와 합작해서 만드는 구글TV 계획을 발표하며 '웹과 TV의 만남'을 강조했다. TV를 보면서 한 화면에서 PC처럼 검색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다.

TV가 PC의 영역을 침범하는 만큼 구글TV에서는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겠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사용이 복잡해 질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 리모컨만 해도 그렇다. 검색을 위해서는 무선 키보드 같은 복잡한 리모컨이 있어야 하는데 '소파 디바이스'로 TV를 이용하기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이것을 쉽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애플TV 대 구글TV

편안함을 강조한 애플TV가 발표되자 관중들은 호불호로 나뉘었다. 출시전부터 수많은 언론이 애플TV를 묘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 또 단지 값이 내리고 크기만 작아졌을 뿐이라는 혹평도 잇따랐다.

그러나 애플이 TV 셋톱박스에서 컴퓨터 기능을 제공하진 않지만 무선인터넷을 지원함으로써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맥'에 있는 콘텐츠를 스트리밍 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선 TV가 기존 생태계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 봐야 한다. 오히려 스마트TV에 사업방식에 대해 새로운 모델을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잡스 CEO는 1일 뮤직 이벤트에서 299달러짜리 1세대 애플TV가 실패한 이유를 조목조목 따졌다. 값비싸고, 사용하기 어려웠다는 게 주 이유였다.

실제로 애플이 선보인 셋톱박스는 부피를 줄여 공간 활용도를 높였고, 스트리밍 서비스만 지원해 저장 공간 운영을 신경 쓰지 않도록 했다.

셋톱박스 내부에도 전원과 HDMI, 이더넷 입력단자만 내장해 놓고 무선 인터넷을 지원해 선하나만 TV와 연결한 상태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용리모컨도 채널과 볼륨 콘트롤 버튼과 휠만 채택해 사용편의성을 키웠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이 스마트TV에 내놓는 어려워서 못 쓰겠다는 불만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구글진영이 내놓는 해법은 애플과는 확연히 다르다. 시제품 형태로 공개된 구글TV는 검색부터 콘텐츠 이용까지 보다 PC에 가까워졌다. 구글TV를 개발 중인 소니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서 전세계 미디어들을 상대로 인터넷TV 시제품을 선보였는데, 안드로이드마켓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 활용과 검색 기능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구글 TV는 유료 채널 TV 방송 프로그램부터 인터넷과 스트리밍 비디오 등 방대한 영상 자료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용할 수 있게 구상됐다.

구글 TV는 넷플릭스, 아마존 비디오 온 디맨드, 유튜브 등에서 스트리밍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고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구매한 애플리케이션을 TV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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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모든 TV 방송 사업자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제품 출시 시점에는 위성 TV 업체인 디쉬 네트워크와 협력해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소니 인터넷 TV는 TV를 사용법에 대변혁을 일으킬 것이라며 우리가 미래의 TV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첫번째 미디어이자 테크놀로지 회사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