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구치 한국 닌텐도 대표 “한국은 잠재력 있는 시장”

일반입력 :2010/07/08 15:33    수정: 2010/07/08 17:01

봉성창 기자

주말만 되면 우리나라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 남자가 있다. 인기 버라이어티 TV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예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카구치 다이스케 한국 닌텐도 신임 대표 이야기다.

한국 닌텐도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하나의 사회현상까지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카구치 대표의 영업 방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비결은 용산전자상가나 게임 전문점에 국한되지 않고 할인마트와 백화점으로 유통망을 넓힌 것이 주효했다. 지금도 닌텐도DS와 위(Wii) 판매 물량의 대부분은 온라인과 더불어 마트에서 소화된다.

사카구치 대표는 한국 닌텐도 설립 이후 지난 4년간 영업본부장을 맡다가 지난 5월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영업본부장 재임 기간 동안 그가 돌아본 전국 마트 수는 무려 300여개. 닌텐도 제품 판매처를 찾아 제품들이 제대로 진열돼 있는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눈으로 확인했다. 스스로를 한국 할인마트 전문가라고 말할 정도다.

덕분에 닌텐도 진열 사진을 몰래 찍다가 경비원들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우리말이 서툰데다 명함도 갖고 오지 않아 벌어진 해프닝이다. 한 번은 여성 소비자들의 반응을 듣기 위해 가까이 접근했다가 치한으로 몰린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심지어 가족 휴가 일정 동안에도 근처 마트를 꼬박꼬박 들리는 까닭에 아이로부터 핀잔을 들을 정도다. 그런 사람이 바로 사카구치 대표다. 이러한 그의 열정이 닌텐도DS의 신화를 일궈낸 원동력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 한국은 여전히 잠재력 있는 콘솔 시장

“제가 새로운 대표가 됐다고 해서 그동안 한국 닌텐도가 해온 ‘게임인구 확대’라는 목표와 이를 위한 일련의 정책들이 변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보다 더 많은 닌텐도DS와 Wii가 보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일 계획입니다.”

사카구치 대표가 요즘 느끼는 감정은 부담감이 아니라 책임감이라고 했다. 그동안 한국 닌텐도가 해온 사업 전략이 옳다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잠재력 역시 여전히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비록 온라인게임이 득세하고 있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는 게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닌텐도DS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이제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닌텐도DS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왕따가 되지 않는다. 신제품 닌텐도DSi가 출시됐지만 예전만큼 이슈가 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닌텐도DS가 한국 시장에 출시된지 약 3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매년 100만대 씩 판매 돼 왔습니다. 단기간의 붐이라기보다는 꾸준히 사랑받은 셈이죠. 최근 출시한 닌텐도DSi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봅니다.”

사카구치 대표는 닌텐도DSi에 탑재된 소리나 사진을 가지고 노는 새로운 기능이나 나만의 DS를 만들 수 있는 ‘DSi 웨어’ 등 다양한 재미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꾸준히 사랑받을 것으로 자신했다.

아울러 Wii 역시 휴대용 게임기와 달리 거치용 콘솔이라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 초 판매량 100만대를 달성하는 등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즐거움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카구치 대표의 말처럼 닌텐도는 언제나 한결같다. 전 세계 어디서나 표준화된 전략과 고집스러울만치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있다. 가령 마케팅의 기본은 체험이다. TV광고 역시 언제나 체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마치 “일단 해보세요. 해봐야 우리 제품의 재미를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 “숫자 많다고 꼭 좋은 것 아냐”

한국 닌텐도에게만 주어진 숙제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 타이틀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사카구치 대표도 이러한 지적을 잘 알고 있다는 반응이다.

“게임 숫자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연령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모두가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카구치 대표는 모든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한 게임 타이틀의 숫자는 적을 수 있지만 온 가족이 게임을 즐기도록 하겠다는 정책에 맞춰 순차적으로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랜 개발기간이 걸린 ‘메이플스토리DS’ 등 보다 질좋은 게임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달라고 부탁했다.

불법복제 문제 역시 한국 닌텐도에게는 해묵은 이슈다. 사카구치 대표는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이상 꾸준히 신경써야 할 문제라고 못을 박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불법복제를 완전히 척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도 법률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 모두 조금씩 진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호한 자세로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 닌텐도3DS, 한국시장에 가능한 빨리 발매할 것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한국 닌텐도에게 가진 가장 큰 불만은 따로 있다. 매번 신제품이 일본이나 북미와 같은 타 국가에 비해 늦게 출시된다는 점이다. 닌텐도DSi의 경우 무려 1년 이상이나 늦게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이미 일본에서는 신제품인 ‘닌텐도DSi LL’이 출시된 후라서 재고처리 의혹마저 샀다.

사카구치 대표도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다. 닌텐도DSi가 결과적으로 늦게 발매된 것 역시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각 지역마다 시장 상황이 다르고 현지화에 소요되는 준비시간도 다소 걸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가령 포켓몬스터 최신작의 경우 북미나 유럽보다 한국에서 먼저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각 시장 상황을 고려해 발매 시기를 조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드웨어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관심은 닌텐도의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3DS’의 쏠려있다. 일본에서는 3월 이전에 발매될 예정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닌텐도DSi와 마찬가지 주기라면 내년에도 국내 출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금도 많은 고민이 있지만 닌텐도3DS는 최대한 한국 시장에 빨리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시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선행 시장에 비해서 크게 늦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 닌텐도는 설립 당시부터 ‘게임인구의 확대’를 강조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목표는 얼마나 이뤄졌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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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적으로 보면 닌텐도DS가 300만대 이상, Wii가 100만대가 팔렸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목표에는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인지도 측면에서는 일정 궤도에 오른 만큼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사카구치 대표의 설명대로 지금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닌텐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1인 1게임기라는 한국 닌텐도의 목표 역시 아직까지 달성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는 사카구치 대표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