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넘어라' 작은 이노베이터들의 도전

[창간 10주년 기획-2010 디지털 파이오니아 30人]

일반입력 :2010/05/26 09:06

황치규 봉성창 김우용 기자 delight@zdnet.co.kr

지금도 IT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반짝했다 사라지는 것이 있는 반면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으로서의 위력을 갖춘 것도 있다. 변화를 향한 도전에도 역시 파이오니아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변화에 나섰다고 해서 혁명가 이미지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 변화는 생각보다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작은것 하나가 큰 혁신을 몰고올 수 있는 것이다. 변화도 '무조건 크면 좋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인 다음에 판이 뒤바뀌는 경우도 많다.

벤처기업에서 고정관념과 싸워가며 변화를 향해 뛰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안철수가 소셜게임을 한다고? 송교석 안철수연구소팀장

안철수연구소하면 십중팔구 '보안'을 떠올린다. 안철수는 국내 대표적인 신뢰의 브랜드다.

그러나 보안 색깔이 너무 강하면 다른 사업을 하는데 지장이 될 수 있다. 보안이 아닌데도 보안으로만 바라보면 난감하게 마련이다.

송교석 팀장은 보안 색깔이 강한 안연구소에서, 생뚱맞게도 소셜 게임 사업을 맡고 있다. 그는 스마트폰이 뜨면 소셜게임도 확산될 것으로 판단하고, 일찌감치 안연구소 사내벤처 '고슴도치플러스'를 맡아 보안이 아닌 신규 사업을 추진해왔다.

소셜게임이란 개념조차 생소했던 지난 2006년 말 안철수연구소 사내 사업 아이템 공모에 당첨돼 본격적으로 소셜 게임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페이스북에 공개한 추격 게임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5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 앱스토어에서는 소셜 게임 ‘해피가든’을 앞세워 유료 콘텐츠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송교석 팀장은 안철수연구소도 게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게임도 했는데,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송교석 팀장은 현재 보안을 벗어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개발중이라고 한다. 안연구소 색깔 변화의 선봉에선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대기업 트위터 소통은 이렇게 - 조주환 KT온라인 매니저

대기업은 관료적이다. 프로세스도 복잡하다. 그런 만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는 어딘가 궁합이 맞지 않아 보인다. 대기업이 트위터하면 왠지 홈페이지에나 올릴 만한 딱딱한 내용을 올리는 민망한 장면이 연출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데 대형 통신 업체인 KT가 트위터 세계에서 대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었다. 트위터한다고 하길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갈 줄 알았더니 네티즌들과 편하게 어울려가면서 트위터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댓글을 달면 그때 그때 친절하게 답해준다. 그래서다. KT 트위터는 딱딱한 회사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좀 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조주환 매니저는 2만2천여명의 팔로워를 가진 KT기업 트위터 운영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누가 시켜서 시작한 일이 아니다. 본인이 하겠다고 했다. 모름지기 누가 시켜서 하면 될 일도 안 된다.

KT 트위터는 기업 트위터 성공 사례로 꼽힌다. 우선 누구보다 먼저 시작한 것이 컸다. 돈이 한 푼도 들지 않는다고 하니 회사도 반대할 리 만무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트위터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한 감각적인 운영으로 ‘기업 트위터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시범을 보였다는 점이 그가 주목받는 결정적 이유다.

여전히 트위터로 대표되는 SNS는 우리에게 낯설다. 이를 활용해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겠다는 발상 역시 결코 쉽게 나올 수 없다.

2만 2천명의 팔로워라는 숫자는 지금 우리나라 SNS 이용자 저변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기존 마케팅 상식으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큰 규모 역시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평범한 홍보담당자에 불과했던 그가 트위터 하나로 수십억원을 들여야 하는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 수십 명의 전화상담원이 동원돼도 쉽지 않은 고객과의 소통을 이뤄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영웅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SNS 마케팅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잠자는 시간만 빼면 트위터 앞에 붙어있다는 소문을 믿고 트위터를 통해 질문을 던졌다.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약 140자 가량의 대답이 돌아왔다.

기업의 SNS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고객보다 먼저 경험하고 준비해나가는 기업만이 급변하는 온라인 트렌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어떤 기업에게도 공평한 기회가 존재하는 것이 바로 SNS 마케팅입니다.

'삼성-LG말고 우리도 3DTV 만들어요- 김희정 현대아이티 연구소장

지난 2008년 4월 중견디스플레이업체 현대아이티는 야심차게 3D 입체 디스플레이로 TV 가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과 투자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 당시 연구개발을 담당한 김희정 현대아이티 연구개발 소장은 지금 어떤 느낌일까. 비웃음을 샀던 3D TV가 불과 2년 만에 전 세계 가전 메이커들에게 사활이 걸린 이슈가 됐으니 만감이 교차할 법도 하다.

일찌감치 3D TV 연구개발에 나선 현대아이티는 현재 3D TV 시장에서 맏형 격으로 성장했다. 비록 TV가전 시장의 거물인 삼성전자가 추격해오고 있지만 원천기술로만 보면 여전히 현대아이티가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해 김 소장은 132인치 3D 멀티비전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46인치 디스플레이 6대를 연결한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구현된 3D 콘텐츠는 생생한 입체효과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보통 3D TV는 화면이 커질수록 입체감이 더욱 살아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3D TV가 현 40인치 안방TV 제품을 70인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블루레이 영화 등 콘텐츠와의 호환까지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국내 3D TV 사업이 순풍을 달기 위해선 핵심 부품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 및 개발원가 감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연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선구자 - 장진영 유엔진 대표

longdesc=image지난 2008년 4월 중견디스플레이업체 현대아이티는 야심차게 3D 입체 디스플레이로 TV 가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과 투자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 당시 연구개발을 담당한 김희정 현대아이티 연구개발 소장은 지금 어떤 느낌일까. 비웃음을 샀던 3D TV가 불과 2년 만에 전 세계 가전 메이커들에게 사활이 걸린 이슈가 됐으니 만감이 교차할 법도 하다.

일찌감치 3D TV 연구개발에 나선 현대아이티는 현재 3D TV 시장에서 맏형 격으로 성장했다. 비록 TV가전 시장의 거물인 삼성전자가 추격해오고 있지만 원천기술로만 보면 여전히 현대아이티가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해 김 소장은 132인치 3D 멀티비전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46인치 디스플레이 6대를 연결한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구현된 3D 콘텐츠는 생생한 입체효과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보통 3D TV는 화면이 커질수록 입체감이 더욱 살아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3D TV가 현 40인치 안방TV 제품을 70인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블루레이 영화 등 콘텐츠와의 호환까지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국내 3D TV 사업이 순풍을 달기 위해선 핵심 부품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 및 개발원가 감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연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선구자 - 장진영 유엔진 대표

국산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세계화가 화두다. SW산업 발전을 위해 성공한 한국산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또 오픈소스 대중화다. 글로벌 오픈소스 등록사이트 소스포지닷넷에 올라오는 프로젝트 10개 중 9개는 바로 무덤속에 들어간다. 오픈이 생존을 담보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픈소스 세계화를 노리고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국내 업체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 분야에서 글로벌 오픈소스 기업을 슬로건으로 내건 유엔진도 그중 하나다.

장 대표는 개발자가 자신의 소스코드를 계속 유지하고 책임지기 위해서는 상용보다는 오픈소스가 어울린다고 판단해 지난 2003년부터 오픈소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선보인지 6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장 대표가 그간 들인 노력을 알 만하다.

‘유앤진’은 한때 세계 오픈소스SW 등록 사이트인 소스포지닷넷에서 인기순위 10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성적으로만 보면 미약하지만 언제나 다른 나라에서 개발된 것을 가져다 쓰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장 대표는 여전히 매출이 많지 않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지 않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해 나갈 계획이다. 파트너 프로그램을 비롯해 개발자 커뮤니티 확대, 해외사업 추진 등 다양한 사업 방안을 구상중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념을 잘못 이해하면 소중한 소스코드만 공개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나만 잘되겠다고 하는 사고 방식도 위험합니다. 무엇보다 오픈소스가 잘되기 위해서는 파이를 키워 함께 성공하자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토종 오픈 플랫폼 리더, SK컴즈 김영을 팀장

SK커뮤니케이션즈 포털본부 오픈플랫폼담당 김영을 팀장은 최근 SK컴즈가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오픈플랫폼' 정책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

최근 SK컴즈는 싸이월드 일촌 API를 공개한 데이 이어 네이트온 버디 API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외부 개발사와 개인 개발자들이 싸이월드 일촌과 네이트온 버디 정보를 활용해 게임, 커뮤니티 등 다양한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미니홈피 API도 개방할 예정이다. 사진첩과 방명록 API가 공개되면 미니홈피에 접속하지 않고도 외부 기기 등을 통해 미니홈피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SK컴즈 그리고 김영을 팀장이 기대하는 진정한 '개방'이란 유용하고, 의미있으며, 실질적으로 서드파티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미 경쟁사들이 API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외부 개발자들에게 사업기회가 됐느냐에 대한 물음표를 제기하는 것.

SK컴즈의 개방 정책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김영을 부장은 소위 SNS 및 오픈플랫폼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오픈플랫폼을 통해 침체돼 있는 국내 IT 산업을 부흥시키고,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이다.

한글과컴퓨터, 심마니, 온네트, 인티즌, 엠파스 등을 거쳐 SK커뮤니케이션즈로와 미국에서 싸이월드 관련 업무도 했다. 줄곧 커뮤니티 관련 전략 및 서비스 기획, 운영 등의 업무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문가라 할 수 있다. SK컴즈에서는 네이트 커넥트, 앱스토어 등 오픈플랫폼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김영을 팀장은 앞으로 SK컴즈가 '진정한 의미의 개방'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늘날의 인터넷 세상은 국가 간 장벽이 모두 무너져 버렸죠. 누구나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해외시장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많거든요. 반면 해외에서도 국내에 진입하기는 쉬워졌죠.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예가 됩니다.

따라서 싸이월드나 네이트온 등 SK컴즈가 갖고 있는 강력한 자산을 가지고, 말로만 오픈이 아니라 진정한 오픈을 실현할 계획입니다. 서드파티에게 좋은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것이죠. 이를 통해 SK컴즈가 전체적인 국내 IT 산업과 에코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