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사이버의 아이들이 병들고 있다

일반입력 :2010/05/04 13:16

정태명

1923년 소파 방정환선생이 색동회를 중심으로 제정한 5월5일의 어린이날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천만명이 넘는 IT 강국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사이버 사회에서는 제대로 뛰어 놀고 있는지, 미래의 꿈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제대로 교육 받아야 하며, 자신의 꿈을 펼칠 수 기회가 주어져야 한 국가의 미래가 보장된다. 사이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안전과 교육, 그리고 미래는 중요한 성장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IT 강국 건설이라는 미명 아래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시장 확대, 그리고 융합으로 달려오는 동안 우리나라는 사실상 이러한 미래 발전의 요소를 등한시 한 감이 없지 않다. 우리의 아이들이 사이버에서 병들어 가고 있는 모습을 외면한 탓이다.

첫째로 인터넷에서의 폭력은 현실 사회의 폭력만큼이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사이버 사회에서 어린이들 사이에서의 집단 폭력이 가시화되고 있고, 언어적인 폭력이나 왕따 현상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이버 폭력은 현실 사회와의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폐해를 일으키고 있으며, 심각한 폭력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는 인터넷 폭력의 충격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심지어는 목숨을 끊은 까지도 발생한다.

인터넷 음란물에 의한 피해도 도를 지나친지 오래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무선전화에 음란물 스팸이 전송되고, 어린이들은 음란물이 주는 의미와 영향도 모른 채 사진속의 행위를 따라한다. 무선전화에 소개된 음란 사이트를 연결하면 그 광경은 점입가경이다. 부모들의 눈을 피해 방안에 앉아, 보기에도 역겨운 사이트를 마구 옮겨 다니는 어린이들은 방관하는 부모가 너무 많다? 내 아이는 아닐 거라는 부모의 소박한 소망이 마구 뭉개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이 보편화되고 요즈음은 스마트 폰까지 가세해서 어린이들의 시간을 탈취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적지 않은 위협이다.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어린이의 특성상 재미있는 놀이나 흥미로운 행위를 지나치게 한다고 해서 야단맞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그들의 소중한 시간이 소모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은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지나친 몰입이 인터넷 중독으로 발전하고, 심지어는 폐인으로 전락하는 일련의 현상들이 어린이들에게 너무 빈번하고 일어나고 있다. 자신이 인터넷 중독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는 초등학생의 규모가 20% 가 넘는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사이버 사회에서의 어린이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부모의 관심은 입시에 치중되어 있다. 어느 고등학교에 가고 어느 대학에 가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며, 사이버에서 우리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인터넷에서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지에 대해 무지한 부모가 대부분이다. 어린이들의 인터넷 접근도가 부모의 그것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매출과 실적이 중요할 뿐 어린이를 통한 미래를 바라보는 데는 지나치게 인색하다. 몇몇 기업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투자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마케팅 전략으로 혹은 이미지 제고의 차원에서 진행하므로 실효가 적다. 수익의 일정 부분을 어린이 보호와 육성을 위해 투자하는 인터넷 기업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100조 매출에 10조 수익을 자랑하던 삼성전자가 어린이를 위해 투자한 규모는 얼마인지는 자랑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정부도 특히 정보화를 주관하는 부처들로부터 어린이를 위한 투자와 정책은 너무 빈약하다. 차라리 면피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물론 정치권이나 부모의 관심이 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사회 경쟁력을 갖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이버 사회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미래를 심어주는 정책은 정부가 가장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시행해야 돼야 마땅할 것이다.

사이버 사회에서 어린이들을 향한 이러한 위협들을 지혜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아무리 IT 강국을 건설해 놓아도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오히려 IT를 통한 발전은 내일의 대한민국을 멍들게 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차제에 강력한 행정 기능을 가진“사이버 어린이 보호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사이버폭력과 음란물, 그리고 인터넷 중독과 같은 폐해로부터 어린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나아가서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산실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나아가서는 이러한 기관이 세계 어린이 보호에 앞장서는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대 성공이다.

어린이날에는 사이버 어린이날의 의미를 추가해서 변화의 시대에 대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제 어린이들은 현실 사회만큼 사이버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어린이 들이 생활하는 수준을 넘어 인터넷 자체가 생활이 되는 지금 어린이날의 의미가 확장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밝은 내일을 위해 그리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어린이들은 미래의 성장 동력이다. 어린이들을 사이버의 역기능으로부터 제대로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만큼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일은 없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도, 부모도, 그리고 기업도 우리의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내일이면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