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융합성공의 비결

일반입력 :2010/04/05 11:07    수정: 2010/04/05 11:08

정태명

IT 융합이 21세기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의료, 교육, 전력, 금융, 전력, 자동차, 철강, 식품, 교통, 복지, 종교, 무화, 예술 분야 등에서 IT 융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이제 IT와 융합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나 제품의 융합의 성공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사람들의 동반자적 협력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주체자인 사람들의 진정한 협력이 없이 융합은 이루어질 수도 없을뿐더러, 혹시 융합이 이루어졌다 해도 모래성을 쌓은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기술의 융합을 위해서는 한축으로는 대학과 산업계의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며, 또 다른 한축으로는 서로 다른 영역의 학자들이 협력관계를 일구어 내야 한다. 대학의 연구 결과에 대해 산업계가 불신하고,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을 학교가 외면한다면 협력의 문은 열 수조차 없다. 지금까지 대학에서의 연구된 결과의 실용화가 미진한 이유도 산업체와 대학의 적극적인 협력관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 다른 영역의 학문이 서로의 벽을 헐고 조화를 이루는 노력도 필요하다.

산업의 융합을 위해서는 주연보다는 조연으로서의 역할도 수용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주연 노릇에 익숙해진 각 산업의 일등들이 협력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필요하다면 일등끼리 과감히 몸을 합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최고의 제조업체와 국내 굴지의 통신업체가, 혹은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의료업체와 우수한 엔지니어를 가진 소프트웨어 연구소가 한 곳에 둥지를 틀수 있는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현재의 관념과 행태가 철저히 파괴되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의 창출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하기보다는 시장이 확장되고 경쟁력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혜안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필요하다면 세계의 어느 기업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선언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하겠다는 의지는 여러 번 표명된 바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갑과 을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으며, 을의 역할을 해야만 하는 중소기업의 고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등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시너지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IT 융합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개발에 있어 중소기업의 역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상생을 위한 노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정책의 융합을 위해서는 부처의 소관주의도, 이기주의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특정 부처에서 만든 법은 그 부처에서 관리되는 것만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식경제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융합산업 촉진법”이나 행정안전부에서 입법화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우해서는 모든 부처가 칸막이를 벗어 던지고, 만들어진 법을 함께 수용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의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서는 관이 주도하는 산업의 형태에서 관과 민이 함께 정책과 산업을 협력해 나가는 새로운 패러다임도 창출되어야 한다. 자신의 공직 생활에서 노력의 70% 가 부처를 위하고 30 %만이 국가를 위한 봉사였다고 말하던 한 고위 공무원의 퇴임사가 기억난다.

그러나, 우리의 평가 시스템은 이러한 협력을 도출하기에 역부족이다. 아니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 실적과 수익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 육성에 힘쓴다고 하는 대기업 총수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창출된 법과 제도, 그리고 사업을 주관한 부처에만 성과를 인정해주는 편협한 정부의 평가제도가 어떻게 구성원들에게 부처이기주의를 벗으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협업의 생태계를 창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평가 시스템이 변화되어야 한다. 협업의 정도에 따라 성과를 인정해 주는 제도를 구축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도기적으로 비효율적인 결과가 양산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생태계의 변화를 위해 인내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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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융합으로 생성되는 시장에 대한 비전과 함께 일상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경쟁체제에서 이기는 교육을 받아왔다, 일류학교에 진학해야 하고 일등을 목표로 밤늦게 까지 공부하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이런 교육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힘으로 우리나라가 40여년 사이에 수 백배의 경제 성장을 이룩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특히 융합은 경쟁과 함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경쟁으로 하나를 나누어 먹기 위해 다툼하기 보다는 그 하나를 어떻게 둘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지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의 교육 방식과 내용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단순히 이기기 위해 경쟁하기보다는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경쟁과 협력을 조화시킬 수 있는 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나만의 일등보다는 우리의 일등을 위해 과감히 “나”를 버리고 “우리”를 택하는 지혜만이 융합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부여할 것이다.

IT 융합은 기회와 위기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융합이지만, 우수한 IT 인프라와 기술은 더 많은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협업이라는 도구로 산업의 구조를 개선하고, 동반자적 협력으로 사회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노력은 융합의 시대에 성공이라는 결과를 우리에게 선물할 것이다. 또한, 경쟁으로만 다져온 긴장이 협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해소되는 기쁨도 맛보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을 우리의 선배들은 일석이조라 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