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르완다를 통해본 또 다른 세계화

일반입력 :2010/03/02 17:53    수정: 2010/03/03 08:58

정태명

16시간의 비행 후에 만난 아프리카의 르완다공화국은 사람들만 제외하고는 평온한 70년대 초의 우리나라를 옮겨놓은 듯 했다. 르완다공화국은 1994년 백일동안 백만 여명의 동족이 서로 살상하는 비극이 있었던 나라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안정되어 있었고, 치안이 유지되는 아프리카의 소수 국가 중 하나라는 말이 이해될 수 있는 순수함이 느껴졌다. 돌아다니는 사람들만 검은 피부를 가졌을 뿐 생활수준이나 문화 형태가 국민 소득 200불 때의 우리나라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영남 지역만한 작은 나라에 일천만 국민이 모여 사는 인구 밀도 높은 나라, 천연가스가 발견되었다고는 하나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특별한 천연 자원의 혜택이 없는 나라, 물과 전기가 태반 부족해 낙후된 농업에 의존하는 르완다에 ICT 의 열풍이 일고 있었다. ICT를 원동력으로 제 2의 대한민국이 되기를 꿈꾸는 르완다 정부의 지도자들은 원조를 기다리는 안일함보다는 전국 와이브로망 구축에 1조원을 투자하는 과감함을 선택했다.

대한민국의 새마을 운동을 배워 실천하고, KT를 불러들여 사이버 고속도로를 구축한 이 작은 나라가 이제 이 고속도로를 달릴 자동차와 운반할 많은 물건들을 상상하며 미래를 건설하고 있다. 배고픔을 참아가며 교육에 투자하는 의지도 돋보인다. 전자정부의 구축, 소프트웨어의 개발, 그리고 새롭게 태어날 콘텐츠를 통해 대한민국처럼 국민소득 2만불을 만들어 보겠다는 열정과 꿈으로 내일을 개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을 이미 달려온 우리가 보기에 그들 앞에는 너무도 많은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전기와 물이 부족한 내륙 국가인 르완다는 아직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ICT를 적용할 대상이 충분하지가 않다. 또한, 교육 환경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발전을 따라잡기에 많이 뒤쳐져 있다. 화해와 용서로 내전의 상처를 겨우 치료한 연약함이 ICT의 투자를 감당하기에 지쳐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누가 보기에도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현실이다.

40여년전 선진국들의 기술과 자본을 기반으로 오늘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자의든 타의든 이런 나라들에게 커다란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부족한 천연 자원과 높은 인구 밀도 속에서 처절하리만큼 강렬한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세계 최고의 국가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반세기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새마을 운동을 통한 정신적 혁명과 ICT 통한 경제적 혁명으로 국민소득 2만불 이상의 국가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르완다처럼 제 2의 대한민국이 되기를 꿈꾸는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 때가 되었다. 물론 의장국이 되어 세계 굴지의 CEO 수백 명과 많은 선진국 국가의 원수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G-20 정상회의와 같은 행사는 당연히 국민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미래의 우방국이 될 작은 나라들을 지원하고 돕는 일도 ICT 강국인 대한민국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자원과 자본으로 그들을 지원해서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경제적인 협력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오늘을 일군 선배로서 진정한 선도의 역할과 정성어린 나눔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ICT의 기술과 경험이 그들의 미래를 만드는 기초가 되도록 무형의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가 일구어 온 교육 방법과 문화도 전수해 줄 필요가 있다. 함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진정한 우정을 나누면서 미래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가 소망하는 세계화의 참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 함께 협력하면 10년 혹은 20년 후에 우리는 전 세계에 산재한 이웃과 함께 인터넷으로 세계를 건설한 기쁨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그 중심에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우뚝 서기 위해 내 것의 일부를 양도하는 지혜가 있기를 기대한다.

차제에 수출과 국가적 이익 확보에 얽매인 근시안적 세계화를 뛰어넘어, 미래의 우방을 만드는 "장기적 ICT 외교"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제안한다. 대한민국은 "진정한 ICT 강국"이라는 평가가 우리의 입이나 기관의 통계가 아닌 세계의 우방으로부터 듣게 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