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쓴소리]아바타의 시대, 한국의 자화상

일반입력 :2010/02/09 10:27

정태명

·메모리 반도체 일등국가, 34%가 넘는 LCD 수출 1위, 50%를 넘나드는 휴대폰 단말기 수출은 우리나라 IT의 현주소다. 심지어 올해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2010에서는 새로이 부각되는 3D TV 기술에서도 우수함을 인정받았다.

IT강국이라고 불리어 손색이 없는 성적표다. 유무선 통신 인프라도 세계 제일이다. 전국 구석구석까지 초고속망이 구축되어 있고, 인터넷 서비스에 불편함을 모른다.

고속도로가 시원시원하게 뚫려 있다. 멋진 자동차들이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달리는 차들이 빈차들이라면... 발견되는 화물차에 실린 물건이 온통 외국 물건이라면... 차주들이 국내 물건과 승객이 없어 외국에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면.. 우리의 인터넷 경제에 미래가 있을까?

자동차와 고속도로로 비교되는 하드웨어와 정보통신 인프라는 뛰어 나다. 하지만 막상 싣고 다녀야 할 물건인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취약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심지어 통신회사들이 앞을 다투어 도입하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열풍을 보면서, 이런 “IT 고속도로 기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이제는 모색해 봐야 할 때라 생각된다.

물론, 생태계, 전문 인력,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 저작권, 등의 문제들이 직접적으로 거론되곤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일정한 틀을 만들어 놓고 경쟁하는 분야에서 우리는 앞서가고 있다. 특히, 이원화된 답을 요구하는 정형화된 산업에서 우리의 우수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의 전통적 그림은 검은색과 흰색만을 사용하고, 획일화된 답을 고르는 일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려서부터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에 하나라는 이원적 사고로 교육 받아왔기 때문일까?

초등학교부터 우리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으로 간주되어 왔고, 오른쪽이 아니면 왼쪽이라고 훈련받아왔다. 학교는 가야하고 숙제는 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율 속에서 자라온 탓에 형식의 틀을 깨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심지어, 우리의 일상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지 못해서 흑백 논리에 치우친 논쟁이 자주 벌이곤 한다.

그러나, 아이폰, 안드로이드, 아이패드, 아바타 등 화제가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분야의 스타들은 혁신적 파괴 속에서 만들어진 산물들이다. 웹2.0의 참여와 공유가 바탕이 된 UCC나 앱스토어도 이러한 창의적 혁명의 소산물이다.

UCC 처럼 사용자 스스로가 공급자가 되는 공간이나, 소프트웨어의 직거래로 유통의 혁신을 가져온 앱스토어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생각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다양성과 파격적인 생각의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경쟁에서 성공할 확률은 점점 작아진다.

새롭게 나타날 만은 IT 분야의 스타들도 이러한 창의적 혁신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IT와 융합하는 교육, 의료, 조선, 자동차, 전력, 등의 산업에서도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 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성공의 시작은 “생각의 틀을 깨는 사고의 전환”이다. 스스로가 놀랄 정도의 엉뚱함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오른쪽도 아니고 왼쪽도 아닌 또 다른 쪽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새로운 세계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개발자와 기업 경영자들은 획일성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IT의 새로운 미래를 창출해야 한다. IT 전문 인력 양성도, 막대한 투자를 전제로 한 연구 개발도,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개선도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없으면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해 우리의 아이들에게 틀에 박힌 생각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미리 설정해 놓은 정형의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존중해 주고, 인정해 주는 분위기를 조성하자. 미리 정해진 답과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지 말고 새로운 발상이라고 인정해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자유스러움을 통해 우리의 IT 산업은 새롭게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창의적 혁신을 통해 IT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식정보산업에서도 우리는 강자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