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직업 스트레스 관리의 구결

전문가 칼럼입력 :2010/02/02 17:15    수정: 2010/02/03 11:42

이정규
이정규

필자는 승용차면허를 따기 위해 7번의 시험을 치루었다. 그 모든 것은 자동차면허시험을 너무 얕보았던 마음에서 시작했다. 대학 졸업반에 시작했던 첫번째 시험은 지각하여 필기시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두번째는, 필기시험 통과하니 수험생들이 일제히 어디론가 우루루 몰려가는 것이었다. 필기 합격생은 당일 연속해서 코스시험을 치룬 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어차피 추가 비용 없이 코스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경험 삼아 응시해보자!”는 무모한 생각을 하였다. 눈으로 익힌 운전법을 머리로 그리며, 서울 탄천변에 마련된 코스시험 차량의 운전대에 앉았을 때도, 가슴이 별로 떨리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차가 좀 이상하다!” 클러치 부분이 심하게 떠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클러치가 이상해요. 이상하게 마구 떨리네요!” 조교가 나를 내리게 하고 차에 앉아본다. 나를 빤히 처다 보면서 일갈 한다. “여보세요! 당신 다리가 떨리지, 차 클러치가 떱니까? 좀더 연습하고 오세요. 불합격!”

그때, 필자는 알게 되었다. 가슴이나 정신이 인지하지 못하거나 강한 의지로 두려움을 떨쳐버린 것 같다 하더라도, 내 몸의 세포들이 위험을 인지하고 긴장한다는 것을…아마도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듯이 내 몸의 이기적 세포들은 “아이고 생체기계를 잘못 만나, 내 DNA 유전자도 다음세대에 전하지 못하고 오늘 탄천에 빠져 죽게 되었구나!”하고 덜덜 떤 것이리라!

직장의 과중한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머리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해도, 세포가 받는다. 필자에게 건강관리 정보를 많이 주었던 정00 선생은 스승인 안현필선생님께서 가르친 건강법을 착실히 따르던 사람들도 병이 낫지 않고 타개하는 모습을 보고 회의를 느껴, 스승께 “도대체 왜?”라고 따져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유인 즉 바로 마음의 병 “스트레스”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다스리지 않고는 아무리 좋은 물리적 건강관리법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공학에 피로응력(Fatigue Stress)이라는 것이 있다. 강력한 쇠붙이를 부러뜨리는 힘이 1이라면, “십분의 일”이라는 적은 힘으로도 백만번 이상 살살 두두리면 어느 순간 피로가 누적되어 쇠가 땡강 부러져 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쉼 없이 반복되는 업무부하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당신을 지치게 하고, 몸을 망가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나는 술 먹어도 금방 깨, 3시간만 자도 거뜬해” 하는 당신은 당신의 세포가 겪는 치사적 피로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년륜이 쌓여 감에 따라 가까이 지내던 지인과 친척이 병에 걸리고, 죽음에 이르는 일을 더욱 자주 보게 된다. 따르던 멘토의 죽음 이후에 건강에 대한 식견을 가진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고, 서투르게라도 실천해 보고 있다.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분들이 내게 해준 촌철살인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제시해 본다. 섭생이나 운동과 같은 일반적인 건강관리법과는 다소 다른 팁들이다.

할 일을 머리에 두지 마라!

해야 할 일을 기억하지 마라! 기억은 스트레스의 주요한 요소이다. 오가나이저나 전자수첩에 할 일을 기록해 놓고 잊어 먹어라! 월초, 주초의 첫 출근날 아침에, 당일의 일은 매일 아침에,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러므로, 남보다 일찍 출근하여야 한다.

기록매체를 보지 않으면, 다음날 누구를 만날지도, 무슨 일을 해야만 할지도,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훈련하라. 문제는 매체의 내용이 지워지거나 잃어 먹으면 문제가 된다. 이를 위해 기록매체는 백업할 필요가 있다.

수다를 떨 모임을 만들어라!

남자도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가 해소됨을 알게 된 것은 중년이 넘어선 이후이다.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지인들과 어울리는 모음에 참여하라! 모임에 참여하는 지인들은 오랜 만남으로 상대의 심성을 잘 알고,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불평불만자나 염세론자는 배제하라! 인원은 4명에서 6명 이내가 좋다. 그 이상은 대화가 분할되어 감성교류가 안 된다.

새로운 멤버의 참여는 기존멤버와 좋은 관계를 가진 사람이어야 좋다. 잘못 선정된 멤버의 참여는 갈등을 일으켜 모임이 깨질 수 있다. 가능하면 당신이 모임을 주도하여야, 초심의 성격을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다.

미리 약속하지 마라!

상대방에게 하는 약속은 그 순간 부채가 된다. 대개의 사람들은 빚을 지면 잠을 못 이룬다. 항시 마음속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필자도 좋은 일은 미리 약속하는 편이라, 부채는 빨리 갚아 버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혹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뢰를 잃을까 괴롭기 때문이다. 사전에 약속하지말고, 줄 것을 만든 다음에 발심 하라! 상대는 뜻밖의 도움에 더욱 감사할 것이다. 어떤 이는 미리 말하지 않는 것도 스트레스일지 모른다! 그래도 피할 수 있다면 약속하지 않는 편이 더 큰 스트레스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주말은 일탈하라!

주중의 격무로부터 자유롭고,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자연으로 거처한 자리를 바꾸는 일은 스트레스 해소의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업무 스트레스를 또 다른 스트레스로 바꾸지 마라! 지나친 체력소모나 정신적 집중이 요구되는 운동, 점수나 순위를 다투는 취미생활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선한 공기와 푸른 경치를 볼 수 있는 자연속에서, 근육과 관절에 큰 부담 없는 유산소 운동을 곁들이면 제격이다.

2002년 3월에 Dr. Sing Lin이 발표한 “Optimum Strategies for Creativity and Longevity”라는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4대 대기업(보잉, 로키드마틴, AT&T, 루슨트)의 중간관리자의 퇴직연령과 수명의 연관성에 대한 전수 조사의 결과, 50세에 퇴직한 관리자의 평균수명은 84세였으나, 63세에 퇴직한 관리자는 2년 안에 모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있다. 중간 관리자가 즐기는 일이 아닌 생계를 위한 일에 몰두하는 것은 수명을 단축한다.

편향된 집념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멋진 이야기를 들은 지 몇 년이 지난 후에, “자살했다! 도망 다닌다! 감옥에 갔다!” 라는 불행한 뒷 이야기는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이때마다 다시 들처 보게 되는 성현들의 가르침은 “중용과 균형”이라는 화두 이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속도우선의 생활태도는 적진 속에 돌진하여 외톨이간 된 삼국지의 말탄 장수를 연상시킨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속도를 찾고 방향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내 몸의 세포가 편안한 느낌을 가질 것이다.

세상이 당신을 어디로 이끌고 현혹하더라도,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는 위로의 원천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 너른 우주는 도대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Enjoy your life!@

[필자소개]

정보관리기술사, 미국공인회계사 출신으로 현재 국내 1호 대학 자회사인 트란소노 대표를 맡고 있다. IBM, 안철수연구소 상무, 안랩코코넛 대표이사 등 23년간 IT 산업에 종사하여 왔다.  블로그(blog.daum.net/ilovedominic)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현)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 경영정보학 박사, 정보관리기술사, 미국회계사. IBM, A보안솔루션회사 및 보안관제회사, 기술창업 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 D재단, 감리법인 등에서 제조산업전문가, 영업대표, 사업부장, 영업본부장 및 컨설팅사업부장, 대표이사, 기술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역임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벤처창업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컨설팅'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병행설계', '딥스마트', '비즈니스 프로세스', '프로세스 거버넌스', '실전IT컨설팅' 등이 있다. 프로보노 홈피 deepsmar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