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올해는 사용자를 골탕 먹이지 맙시다

일반입력 :2010/01/11 10:49

윤석찬

웹서비스 업계에 있다보면 본의 아니게 자의반 타의반 '사용자를 골탕 먹이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침묵하는 사용자들이 많다보니 주는 대로 꾸역꾸역 먹어야(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웹 기획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서비스와 사용자 행태에 대한 정보 부족 때문이다. 이런 부족함은 가끔 엉뚱하게도 대박 서비스의 탄생으로 이어질때도 있다. 웹기획자가 사용자들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올해는 웹서비스 사용자들이 좀 더 편한 한해가 되길 바라면서 몇 가지 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제발 익숙한 것을 쉽게 뺏지 마세요

지난 주말에 네이버 사전 공식 블로그에는 한바탕 야단이 났다. 영어 사전 서비스 개편에 대한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반감이 거의 민란 수준이었다.

헤비 사용자들이 단어장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예문이나 영영사전을 보려면 스크롤하거나 몇 번이나 클릭해야 하는 점을 주로 지적했다. 다행히 네이버 측에서는 며칠 만에 대응안을 내 놓았지만 상처는 적지 않았다.

2005년에 다음 한메일 주소록 개편을 할 때, 딴에는 에이잭스(Ajax)를 도입 관리상 편의를 높여 주려 했지만, 다량의 주소를 관리하는 헤비유저들에게는 오히려 속도를 느려지는 불편함이 발생, 엄청난 항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

사용자들에게는 익숙한 것을 바꿀 때는 조금씩 서서히 해야 한다. 그들은 확실히 좋은 것도 익숙하지 않으면 부정해 버린다. 특히, 느린 건 용서를 안해준다. 이것 저것 기능을 덕지 덕지 붙이면서, 응답 속도를 높히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한번 주었던 장점은 쉽게 빼앗으면 안된다. 뭔가 줄 때는 절대 뺏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주어야 한다. 이것이 한 웹 기획자로 부터 받은 조언이다.

■돈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려 주세요

과거 배너 광고가 돈이 되던 시절 웹 사이트 기획자들은 억지로 페이지뷰(PV)를 늘이기 위해 쓸데 없이 클릭 단계를 늘이고 사용자들을 귀찮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 광고가 돈이 되는 요즘은 포털 사이트들의 검색 어뷰징이 가관이다. 요즘 네이트 시맨틱 검색이 엄청 뜨고 검색 점유율이 10%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그 원인이 사용자들이 주제어 휠을 돌릴때 마다 나오는 검색어를 쿼리로 카운트하고 있기 때문이란 얘기가 있다.

실제 작년 10월 부터 검색 쿼리 통계를 보면,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 질의는 그대로인데 네이트만 늘고 있는 것으로 봐서도 알 수 있다.솔직히 네이트 탓할 일은 아니다. 네이버나 다음 모두 첫화면에 검색창 위에 주요 키워드를 올려 놓고 검색 질의를 유도 한다. 국내에서 검색 점유율이 얼마나 급했든지 구글 코리아도 얼마 전 국내 포털과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물론 찬반은 있다. 사용자에게 이슈를 더 잘 검색하도록 도와 준다는 것. 하지만, 검색 본연의 정보 제공은 어디가고 가십성 이슈들만 남았는지 씁쓸하기 그지없다. 검색창을 빌미로 사용자들의 아까운 시간을 뺏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 볼 대목이다.

■개인 정보를 소중히 다뤄 주세요

작년 한 해 개인정보 유출 기업을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소송에 참여한 국민이 20만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옥션이 해킹에 의해 개인 정보가 유출 됐는가 하면 SK브로드밴드와 GS칼텍스 역시 정보 관리를 소홀히 했다.

주민 등록 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곳은 국내 뿐이다. 이렇게 받은 것도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어서 사용자들은 늘 불안하다. 이처럼 고객 정보를 부주의하게 다룰 뿐만 아니라 동의 없이 이를 마구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사용자들은 스팸 메일이나 전화에 시달리는 건 다반사. 메일에 수신 거부 버튼이 있어도 로그인을 하고 몇 단계를 거쳐야 하고 바로 해지를 할 수 없는 것도 참기 어렵다.

웹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주는 사랑을 먹고 자란다. 사용자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아니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된다. 모든 웹 서비스 기획자들이 사용자를 위한 사용자의 의한 사용자의 웹 서비스를 만들어 주시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