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도 개발자로 뛰게 해주고 싶다"

SW사업 경쟁력 강화위해 R&D 강조하는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

일반입력 :2009/12/14 16:06

황치규 기자

변화는 두얼굴이다. 변해서 좋아보일때도 있는 반면 변하지 않아 불편해보일때도 있다. 변화에 대한 판단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SW업계에서 변화는 어떻게 비춰질까?

기자에게 묻는다면 변하지 않은 모습에 좀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유? 크고작은 부침속에 실시간으로 변화했던 '팔색조 기업'들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초심을 지켜가며 정중동의 자세로 SW사업을 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년이면 창업 10돌이 되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 업체 파수닷컴도 변화에 다소 둔감하게(?) 있었던 회사에 속한다. 달라진게 있다면 각종 콘텐츠를 아우르는 올라운드 DRM에서 문서DRM으로 주특기를 바꿨다는 정도.

연구개발(R&D)을 강조하고 한국을 넘어 해외 무대를 노크하겠다는 창업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무실을 방문하면 R&D 냄새가 아직도 많이 풍기는 파수닷컴이다. R&D 중심주의는벤처 거품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파수닷컴을 매년 성장으로 이끄는 공신중 하나로 꼽힌다. 파수닷컴은 올해도 목표치인 30%대 매출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

성장을 부르는 R&D의 힘

2~3년 열심히 팔고나면 포화되는 시장에 있었다면 생존은 어려웠을 거에요. 그러나 DRM은 지금도 커가는 시장입니다. 해외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열리고 있어요. 한우물파기 전략이 먹혀들만한 분야입니다. R&D는 필승카드일 수 밖에 없습니다.조규곤 파수닷컴 대표는 성장에 있어 R&D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금 R&D 투자를 늘리면 미래에 더 많은 것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문서DRM 시장에서 파수닷컴이 50%가 넘은 점유율을 틀어쥔 것도 R&D의 힘이란다.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전체 직원중 엔지니어 비중이 70%가 넘어요. 이익을 생각한다면 안해도 될일들도 벌이고 있습니다. 길게 보고 R&D 투자를 하는거죠. R&D 조직도 당장 필요한 일과 멀리 내다보고 하는 프로젝트로 나눠져 있습니다.

전체 직원의 70% 이상이 엔지니어? 10명, 20명 조직일때는 당연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100명이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파수닷컴 직원수는 현재 140명 수준. 이중 70%가 엔지니어로 뛴다는 것은 파수닷컴이 그만큼 R&D 중심적인 회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SW업계에서 40세가 넘어서도 개발자로 남아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정설로 통한다. 마흔이 넘으면 간판 하나 달고 관리자가 되거나 영업을 뛰어야 한다. 매니저가 되지 못한 개발자는 외로워진다. 제임스 고슬링처럼 백발을 휘날리는 개발자는 해외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 슈퍼 개발자로 불리는 고급 인재가 많지 않은 이유다.

'개발자 조로현상'은 조규곤 대표도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파수닷컴에서는 40~50세가 되서도 개발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해주고 있다.

조 대표는 '개발중심적인 CEO'란 수식어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친다. 그건 아니란다. 조 대표가 꿈꾸는 모델은 R&D와 마케팅의 균형이다. R&D만으로 되는 시절은 지났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했음에도 조규곤 대표는 올한해를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양과 질적으로 지난해보다 발전했다는 것이다. 우선 매출로 치면 전년대비 35% 성장한 15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목표 달성이 가능한 수치다. 고객층도 다양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기업 위주로 문서DRM을 도입했다면 올해는 의미있는 중견중소기업(SMB) 고객이 꽤 늘었단다.

일본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해외 시장 공략도 계속되고 있다. 파수닷컴에게 올해는 불황에 따른 해외 프로젝트의 취소 또는 연기로 매출 측면에선 다소 부진했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의미있는 해외 네트워크들을 많이 확보했던 시기였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현지 매체들을 초청해 기자간담회도 가졌다. 솔루션 번들을 넘어 파수닷컴 솔루션을 직접 파는 채널도 확보했다.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파는 채널도 생겼다. 그래서일까? 조 대표의 표정엔 해외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제2의 도전을 기다린다

세계 문서 DRM 시장은 지금 눈에 띄는 전문 업체들이 별로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MS), EMC 등이 관련 업체들을 집어삼킨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DRM 시장도 공룡 기업들이 지배하는 구조로 재편된 것일까? 들어보니 그건 또 아니란다.

아직도 DRM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되고는 있는데, 큰 진전은 없습니다. 파수닷컴이 북미 시장에서 채널을 확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중립적인 DRM이라는 메시지가 어필한 거죠. 현지 채널이 어도비나 MS 그리고 EMC를 검토안했겠어요? 당연히 했는데,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시스템에 의존하니 우리를 선택한 거에요.(조 대표는 최근 획보한 미국 현지 채널이 어느업체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조 대표의 말에 따르면 파수닷컴이 추구하는 중립적인 DRM이라는 메시지는 국내외에서 파고들 공간이 있어 보인다. 독립적인 인프라로 도입하는게 아직은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똑똑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같은 상황을 계속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다. 독립형 DRM이 대세라면 특유의 물량공세를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그 시점은 내년일 수도 있다. 조 대표도 알고 있다.

미국 시장이 좀더 열리면 거대 글로벌 기업들도 들어올거에요. 그럴겁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면 파수닷컴도 글로벌 회사가 되겠죠.

그래서다. 조 대표는 수익률에 마이너스 영향이 있더라도 R&D와 해외 투자에 브레이크를 걸 수가 없다. 앞으로도 당분간 파수닷컴에는 R&D 냄새가 많이 풍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