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메일 사용전략'의 구결

전문가 칼럼입력 :2009/12/08 14:38

이정규
이정규

최근 입대한 아들이 편지를 보내왔다고 안지기가 읽어보라고 건넨다. 개발로 썼는지 쇠발로 썼는지 내용보다도 글씨체가 이마를 찌푸리게 한다.

글씨본까지 사다가 다독이면서 교정해보려고 했던 예전의 노력에 화가 난다. 편지 중간에 “아버지가 ‘글씨가 이게 뭐냐’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만…”라고 쓴 대목에 이르러서는 자기도 알기는 아는 구먼! 하고 실소가 흘러 나왔다.

컴퓨터의 보급으로 육필 세대가 끝나고 디지털글쓰기 세대가 되다 보니, 청소년 세대의 예쁜 글씨는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디지털문자로 쉽게 글을 쓰고, 손쉽게 고칠 수 있고, 빨리 복사할 수 있는 덕에 글 쓰는 일에 대한 준비와 생각의 무게도 달라졌다.

최근 송수신되는 이메일의 80%는 스팸 메일이라고 한다. 이메일을 효과적으로 쓰는 것도 생산성인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이메일은 빠른 스피드로 작성하고, 클릭을 하는 순간 날라가 버리니 작성자나 수신자가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곤란에 빠지는 일들이 허다하다. 에티켓 차원이 아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이메일 사용 전략을 그 동안의 배움에 기초하여 몇가지 제시 한다.

첫째, 이메일을 가장 나중에 고려하라! 직장인들은 여러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 것으로 일을 많이 한 듯한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가장 좋은 의사소통은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대화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글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지 7%에 지나지 않는다.

시각과 보디랭귀지가 더욱 중요한 정보획득의 핵심임을 기억하라! 먼저 만나서 이야기하고, 안되면 전화를 걸고, 최후에 이메일을 고려하라. 필자의 예전 동료는 “저는 이메일이 편해요!”하고 옆에 앉은 사람들에게도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곤 했다. 그 양반의 이메일을 읽는 것은 핵심과 요점으로 글을 쓰는 문화에 익숙한 내게는 항상 짜증이었다. 다른 의사소통방법 보다도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라 말할 수 없을 때는 이메일을 사용치 마라!

둘째, 답장은 최소한 반나절이 지난 다음에 하라! 탁구공을 받아 치듯이 받은 이메일에 즉각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들을 보곤 한다. 모바일 이메일이 이러한 현상을 가중시킨다. 몇분 전에 이메일을 보내고, 만난 사람에게 “내 이메일 보았지!”하고 채근하는 사람도 있다. 빠른 것이 반드시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야 할 사람이 주간에 이메일만 보고있다면 잘못된 일이다.

오전, 오후 그리고 퇴근 전 각 1시간씩 이메일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 없이 보낸 급한 답변이 오히려 낭패를 부른다. 일찍 보낼 수 있더라도 오전에 온 메일은 오후에 보낸다는 느긋함을 가져라! 내일 보내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때는 당일 답변하지 마라!

세째, SMS로 이메일의 송수신을 확인하라! 이메일 답신을 바로 보내는 대신, “잘 받았음. 피드백 주겠음” 혹은 “이메일 보냈음. 확인요망”이라는 SMS 문자를 보내는 것은 확실한 의사소통을 위한 아주 좋은 습관이다. 필자가 만난 최고의 롤모델은 한국 모토로라의 OOO이사이다. 이 양반 만큼 이메일 송수신시 SMS를 효과적인 확인툴로 활용하는 사람을 본적은 없다.

그분과의 의사소통 시에는 항시 명쾌함이 있다. 귀하가 이를 잘 지키면 상대방에게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강력한 인상을 줄 것이다. 피드백을 요구한 발신자에게, 당신이 보낸 이메일의 수신자로부터 피드백을 원할 경우 SMS확인을 필히 사용하라!

네째, 이메일로 싸우는 바보가 되지 마라! 필자가 열정만 있고, 현명함이 부족한 시절에 괜한 포지션 파워로 비즈니스 수행에 발목을 잡는 선배가 있었다. 그양반이 보내온 이메일에 화가 치밀어, 조목 조목 문제 있음을 나열하고 관계자 오륙명에게 cc를 넣고 이메일을 확 뿌려 보낸 적이 있었다. 그날 오후 나는 상사에게 1시간 동안 문 닫아 놓고 얼굴이 화끈거리도록 야단을 맞았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그 멘토가 내게 가르친 교훈이 “절대로 이메일로 타인을 망신시키지 말라! 죽을 때까지 원수가 된다”는 것이었다. 얼굴을 맞대고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무례를 이메일은 약간의 용기로도 감행하게 만든다. 귀하가 평생 상대를 다시는 안 볼 것 같다면 감행하라!

다섯째, 머리 부분이 반이다! 거리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거기 노란 옷! 좀 도와주세요!”라고 명확히 상대를 지적해야 도움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모두의 일은 아무의 일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답변을 책임질 수취인을 여러 명으로 하지말고 반드시 한명으로 정하라. 제목을 [대괄호]안에 대외비, 필독, 긴급 등으로 시작하고, 제목을 보면 내용을 미루어 짐작토록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신에게 bcc(숨긴CC)를 넣어, 상대가 메일을 어떤 느낌으로 볼지 확인하는 것도 좋다.

디지털 시대에 오랜만에 보내고 받아보는 육필 편지가 주는 감상은 남다르다. 가끔씩은 두세줄의 메모라도 손으로 쓴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해보라! 디지털문자가 전할 수 없는 강력한 감성의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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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국내 최초의 대학 자회사인 트란소노  대표이사로서 정보관리기술사, 미국공인회계사로 IBM, 안철수연구소 상무, 안랩코코넛 대표이사 등 23년간 IT 산업에 종사해왔다. 블로그(blog.daum.net/ilovedominic)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현)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 경영정보학 박사, 정보관리기술사, 미국회계사. IBM, A보안솔루션회사 및 보안관제회사, 기술창업 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 D재단, 감리법인 등에서 제조산업전문가, 영업대표, 사업부장, 영업본부장 및 컨설팅사업부장, 대표이사, 기술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역임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벤처창업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컨설팅'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병행설계', '딥스마트', '비즈니스 프로세스', '프로세스 거버넌스', '실전IT컨설팅' 등이 있다. 프로보노 홈피 deepsmar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