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오브파이터즈 김갑환 회장 ‘컴백’

일반입력 :2009/10/15 16:15    수정: 2009/10/15 19:27

봉성창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게임 캐릭터를 꼽는다면 ‘킹오브파이터즈’ 시리즈의 김갑환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수려한 외모와 멋진 태권도 발차기가 매력적인 김갑환은 92년에 출시된 SNK의 대전격투게임 ‘아랑전설2’에서 최초로 등장해 이후 ‘킹오브파이터즈’ 시리즈로 계속 이어지며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등장한 인기 게임 캐릭터다.

그러나 김갑환이 실존 인물을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김갑환은 당시 한국유기장협회장이자 ‘아랑전설’, ‘킹오브파이터즈’ 등을 국내에 들여온 빅콤의 김갑환 회장의 이름을 따와 탄생한 캐릭터다.

김 회장은 70년대부터 소위 오락실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아케이드 게임 산업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아케이드 산업이 바다이야기 사태 등으로 급속히 침체되고 온라인게임이 급부상하면서 김 회장 역시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그런 김 회장이 올해 73세의 나이에 ‘컴백’을 선언해 화제다. 지난해 중순 XRI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고 현업에 복귀한 것이다. 지난 13일 영등포 유통상가에서 개최된 온라인 레이싱 아케이드 게임 ‘GTR 레볼루션’ 발표회장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게임으로 태권도 올림픽 정식종목 추진 역할

일흔이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여전히 정정함을 과시했다. 젊은 시절 운동을 즐겨한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밝힌 김 회장은 실제로도 태권도 3단의 체육인이다. 이후 국기원에서 김 회장에게 명예 4단을 수여했을 정도로 스포츠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아케이드 게임 사업에 뛰어든 것도 젊은 시절 전설적인 격투가 역도산의 수행요원을 하며 한국과 일본을 수 차레 오간 것이 그 계기가 됐다.

“그 당시에 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들기 위해 국기원 측 사람들과 사방팔방 뛰어다녔습니다. 뉴욕에서 열린 세계 태권도 대회에 타이거시범단을 파견하기도 하고 IOC위원들에게 태권도 관련 자료를 비디오로 찍어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김 회장은 태권도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게임에 태권도를 사용하는 한국인 캐릭터를 넣자는 것이다. 태권도를 사용하는 게임 캐릭터 김갑환은 이렇게 탄생했다.

“당시 SNK에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니시야마 전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양반에게 게임 속에 태권도 캐릭터를 넣자고 건의를 했죠. 태권도 자료도 만들어 보내고 끈질기게 설득하니까 결국 그쪽에서도 그러자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설마 게임 캐릭터에 제 이름을 붙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김회장의 게임을 통한 스포츠 외교 아이디어는 성공적이었다. 태권도는 지난 1994년 열린 국제 올림픽 위원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 가족형 엔터테인먼트로 아케이드 산업 부활 ‘신호탄’

김 회장은 아케이드 게임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80~90년대 한국 게임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던 중 90년대 말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온라인게임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아케이드 산업은 점차 중심부에서 밀려났다. 설상가상으로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며 아케이드 게임 산업은 우리나라에서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만약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지금까지도 계속 잘됐더라면 저도 지금쯤 고문이나 원로 역할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죠. 저 같은 늙은이도 다시 나서서 아케이드 게임 산업을 다시 살려봐야겠죠...”

김 회장이 이날 행사에서 선보인 게임은 스웨덴 게임회사 개발한 ‘GTR 레볼루션’이라는 아케이드 게임이다. 실제 레이싱 경기를 보는듯한 생생한 그래픽과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대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아케이드 하면 다들 떠올리는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도박물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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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게임 산업이 앞으로 발전하려면 옛날처럼 청소년만 대상으로 할게 아니라 가족형 엔터테인먼트가 돼야 됩니다. 전용게임장 말고도 카페나 극장 같은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지 않겠어요.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구요.”

김 회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사업을 하고 싶다며 언젠가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