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프린팅 시장 웹에 길을 묻다

가치 소비 시대에 살아남는 해결책

일반입력 :2009/09/24 10:31    수정: 2009/10/15 19:18

류준영 기자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IT제품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었다.

요약하자면 ▲핵심기능만을 갖춘 저가 제품, ▲친환경-고효율 소비를 함께 추구하며, ▲사용이 간편한 UI(사용자 환경)와 ▲개성을 중시한 디자인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진 것이다.

즉 가격 대비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올해 하반기 디지털기기 시장의 판도를 이끌어갈 메가트렌드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한 것.

이와 궤를 맞춰 IT기업들도 친(親)환경, 프리미엄, 보안•관리 등의 차별화된 매력포인트를 기존사양에 추가하며, 경기회복세에 따른 판매증진의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개인, SMB(중견중소기업), 기업시장 등에 광범위하게 포진한 프린팅 시장의 선진화는 이 같은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넷북과 미니노트북,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들이 대세를 이루면서 프린터•복합기에도 무선랜 기능이 한층 더 강화됐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포털사이트 뉴스를 무선랜을 통해 인쇄할 수는 시대도 열렸다.

종전 제품과 달리 PC 의존도도 크게 떨어졌다. 일례로 ‘원 터치 다이얼’ 기능을 이용해 프린터에서 이메일을 전송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파일 서버에서 스캔 문서의 공유가 가능하게 됐다.

아울러 옥수수 추출물로 제조한 친환경적인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유지비 절감이 제품선택의 핵심요소로 부각되면서 단순기능과 저가상품으로 대표된 HP의 ‘데스크젯 잉크 어드밴티지’ 서브브랜드와 ‘오피스젯 프로’ 시리즈가 올해 상반기 히트상품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웹프린팅' 기술의 진일보

캐논비즈니스솔루션은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웹페이지 출력이 어렵다”는 대답이 사용자의 47.8%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근래 웹사이트 내에 필요한 사진이나 문서, 뉴스 등의 정보를 인쇄할 일이 잦아졌다. 때문에 최근 PC 운영체제(OS)에선 이를 지원한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예컨대 애플의 최신 맥(Mac) 운영체제 (OS)인 '스노우 레퍼드'(snow Leopard: 설표)엔 스크린 캡쳐 기능을 지원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웹사이트 일부를 이메일이나 프린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PC OS에서 지원은 오래된 범용PC에선 제약이 따르기 마련. 그러므로 프린팅 디바이스에선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 보급이 최근 활발하다.

HP의 ‘웹 프린팅’ 기술은 웹 출력을 최적화해 출력페이지의 통합과 정리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대표 이윤우)의 '원 터치 프린팅 기능'은 모니터에 보이는 화면 그대로 출력이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모니터에서 보이는 그대로를 인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화면캡쳐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PC에서 인쇄명령도 따로 수행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웹에 있는 콘텐츠를 원하는 부분만 출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애니 웹 프린트'도 보다 쉽고 간편한 웹 페이지 출력을 지원한다.

캐논은 이달 픽서스(Pixus) 잉크젯 프린터 및 복합기 시리즈 신제품을 발표한 자리에서 ‘이지 웹 프린트 EX’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또한 원하는 웹페이지의 레이아웃을 가위로 오려내듯 때어내 인쇄할 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이 기능이 제품구매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할 것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트너 프린팅 담당 연구원인 채성준씨는 “단순한 문서 출력에서 더 발전해 출력 전 문서편집, 포토 출력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큰 반응을 이끌어내긴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웹페이지 출력은 단지 PC에만 머물지 않았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활용도가 차츰 커지면서 스마트폰에서도 이를 지원하고 나선 것.

캐논은 무선랜을 통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출력할 수 있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가까운 시일 내에 소개할 계획이다.

캐논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에 저장된 사진을 프린팅 기기로 출력할 수 있는 ‘이지 포토프린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무상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지비 부담 “줄이고 또 줄이고”

“레이저 프린터냐 잉크젯이냐” 이에 대한 갈등은 유지비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장당 출력비용과 에너지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HP ‘오피스젯 프로’ 시리즈가 프린팅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전력 소비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은 프린팅 기기의 교체시기가 2~3년 정도임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혜택으로 부각되고 있다.

조태원 HP IPG(이미지프린팅그룹) 부사장은 “오늘날 사업 환경에선 비용 절감을 위한 방법이 매우 중시되고 있다”라며 “HP는 중소기업에 혁신적인 출력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출력 비용을 줄이고 출력업무에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HP IPG 김상현 전무는 “시장조사기관인 인포트렌드의 최근 조사에서 오피스젯 프로 8000, 8500 제품을 유사한 레이저 프린터와 비교하여 출력비를 조사해보니 오피스젯 제품이 출력비용을 50%나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잉크젯 기술이 이젠 레이저 프린터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출력속도나 출력물의 해상도에서 대등한 실력을 보였다고 한다.

김전무는 또 “중소기업들은 HP의 강력한 출력관리 및 워크플로우 툴을 이용해 컬러 출력 관리와 양면출력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운영비를 더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터치스크린 복합기 ‘인터넷을 품다’

이르면 2010년께 인터넷이 가능한 신개념 터치스크린 복합기가 프린팅 시장 판도를 뒤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기대주의 등장을 예고한 업체는 HP와 렉스마크 등 두 곳.

양사는 회사약도, 할인쿠폰, 승차권, 영수증, 영화티켓 등을 인터넷으로 직접 인쇄해 쓰는 경우가 생활 속에 점차 자리를 잡아가자,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각종 출력물을 뽑아낼 수 있는 복합기 신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HP IPG 홍보팀 이승연 대리는 “해외시장의 반응을 모니터링 한 후에 한국에선 내년께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P의 인터넷복합기 ‘포토스마트 프리미엄’은 자체 제작한 온라인 프린터몰인 ‘터치스마트 웹’과 연동되며, 사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쓸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를 위해 HP와 파트너십을 맺은 회사는 미국 온라인 사진 인화업체인 ‘스냅피시’와 이메일과 약도 달력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포털사이트 ‘구글’, 티켓예약 사이트인 ‘판당고’, 아이들을 위한 영화포스터 등 각종 이미지콘텐츠를 공급할 영화배급사 ‘드림웍스’, 할인쿠폰을 제공할 ‘쿠폰Inc’ 등이 있다.

이 제품은 또 지금까지 HP 프린팅 하드웨어 라인업 중에서 가장 큰 4.33인치 LCD 터치스크린이 장착됐으며, 가상키보드가 지원돼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프린팅 기기 상에서 검색해 볼 수 있다.

렉스마크도 이 같은 콘셉트의 터치스크린 복합기를 내놨다. 다만, HP가 일반 가정용 시장을 겨냥했다면 렉스마크는 기존 텃밭인 기업시장을 정조준했다.

중소중견기업(SMB) 고객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이메일을 PC를 켜지 않고서도 확인하여 곧바로 인쇄할 수 있다. 또 RSS 피드나 ID카드 인쇄 등의 기능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보안·편의성 등 부가가치로 차별화

그 밖의 보안기능과 사용편의성을 높인 제품들도 덩달아 인기주가를 올리고 있다.

후지제록스프린터스(대표 황유천)의 A4 컬러 레이저 프린터 ‘DPC 2120’은 인쇄 작업을 프린터에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제어판에서 올바른 사용자 인증을 거친 이후에만 인쇄가 가능하도록 하는 보안 인쇄 기능을 장착했다.

또 비밀번호를 설정해 컨트롤 패널의 사용자 접근을 제한하는 컨트롤 패널 잠금 기능 등 보다 향상된 보안 기능이 탑재됐다.

프린팅 전문업체인 렉스마크코리아(대표 정영학)는 전자태그(RFID) UHF(Ultra High Frequency) 솔루션이 탑재된 프린터 신제품(모델명: T654dn)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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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서랍형 급지함 내부 공간에 RFID 솔루션을 추가해 종전의 복잡한 RFID 태그 출력 프로세스를 단순화한 것이다.

이는 RFID를 장착한 패킹슬립(packing slip: 상품의 내용과 출하지를 적은 짐표)을 출력할 경우, 기존에 레이저 프린터, RFID 라벨 프린터, 바코드 프린터 등 총 3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