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이제는 명품시대…‘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일반입력 :2009/08/17 10:20    수정: 2009/08/17 11:51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존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특히 하나뿐인 그 무엇이 내 것이라면 소중한 가치는 더욱 커진다. 희소가치가 클수록 현실 세계에서는 명품으로 대접을 받는다.

게임에서도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바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변환 시킬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단순한 시스템으로 보기에는 수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사용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발맞춰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술은 어느새 MMORPG의 중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도입과 진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게임에 도입된 것은 2000년대 3D 게임이 등장하면서다. 이전에는 2D 그래픽이라는 한계가 있어 캐릭터 커스트마이징을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게임순위 사이트 게임노트 30위에 랭크된 ‘뮤온라인’의 경우 2000년 당시 화려한 그래픽에 걸 맞는 장비들의 커스터마이징은 사용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출시되는 대부분의 온라인게임들이 캐릭터에 대한 커스터마이징을 채택했고 현재는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까지 생성 가능한 상황까지 진보했다.

이런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게임 중 대표적으로 넥슨의 ‘마비노기’를 꼽을 수 있다. ‘마비노기’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캐릭터의 나이부터 신체의 변화까지 게임 내에 표현을 가능하게 하면서 게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나이를 먹으면서 키가 커지거나 음식을 많이 먹었을 경우 살이 찌는 시스템들은 캐릭터의 생동감을 높이면서 사용자들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 같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변화는 그 동안 남성 게이머들에게 치우쳐 있던 MMORPG 시장에 점차 여성 게이머들의 비율이 높아지게 만들었다. 캐주얼 게임에 비해 어려운 게임성 때문에 여성들의 접근이 용이하지는 않지만 귀여운 캐릭터에 끌려서 ‘한 번 해볼까’하고 접근했다가 캐릭터 치장하는 재미에 빠져 열성 게이머가 되는 경우가 많아 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다양화는 게임사들의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도 큰 도움을 줬다. ‘마비노기’의 경우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사용자들의 욕구를 이용해 프리미엄 캐릭터를 판매하며 커스터마이징을 수익모델로 창출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비노기’의 이 같은 커스터마이징 수익모델은 이후 캐주얼게임의 부분유료화 모델에도 큰 영향을 줬다.

캐릭터 커스트마이징의 부분유료화 모델은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에서 그 빛을 발했다. 일반 게이머들과 다른 개성 있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과 액세서리 등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게임 성공의 결정적인 역할을 도왔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개발사들은 더욱 진보된 기술력을 동원해 관련 시스템에 심혈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아예 사용자들이 직접 캐릭터의 얼굴을 디자인하는 시스템까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단순히 복장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눈, 코, 입, 얼굴색 등 성형수술이라고 해도 될 만큼 모든 부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전문 3D 그래픽 프로그램 뺨치는 수준으로 진화한 것이다.

‘완미세계’가 그 대표적인 예다. 실물과 동일한 얼굴의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으로 눈, 코, 입, 두상 등 얼굴의 모든 부분이 변경 가능해 실제 인물의 사진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표현이 가능하다. 이런 정밀한 표현은 그 동안 선남선녀에 치중돼 있던 사용자들의 성향을 완전히 뒤바꿔 놓으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탄생 신호탄을 쐈다. 대두 얼굴을 한 주근깨가 많은 소녀를 탄생시키는가 하면 여성의 가슴을 극대화 시켜 최고의 글래머 캐릭터가 게임 내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2주 만에 게임 주간순위 1위를 탈환한 ‘아이온’ 역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법을 통해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온라인게임 최고 수준이라 불리우는 ‘아이온’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3D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맥스의 그래픽 시스템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엄청나게 다양하고 세밀한 캐릭터 작성이 가능하다.

‘아이온’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에 대해 해외 유명 게임웹진들은 “이 게임은 캐릭터 생성에 있어 매우 광대한 범위의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갖고 있다”라며 “캐릭터의 얼굴들은 매우 아름다우며 캐릭터 모습들 역시 눈을 즐겁게 해준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등 해외 전문가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온’의 커스터마이징은 총 24개의 기본얼굴형 중 하나를 골라 39개의 머리스타일, 17개의 얼굴모양, 17개의 꾸밈(수염, 장식 등), 15개의 문신과 조합할 수 있으며, 다양한 머리와 눈동자, 입술, 피부색을 팔레트에서 선택할 수 있다.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난장이와 거인, 괴물 등 다양한 캐릭터 생성이 가능하다.

일부 사용자들은 이러한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게임 속에서 실제 유명인들이나 연예인들의 모습을 만들어 드라마 패러디 등을 소개해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온’에 들어가면 비, 원더걸스 소희, 소지섭, 한예슬 등 유명 연예인들을 닮은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캐릭터이지만 사진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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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은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하여 현실에서 연출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모습을 표현하며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개성 따라, 입맛 따라 게임 속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곱게 꾸미는 것은 개그콘서트 ‘달인’의 말처럼 안 해봤으면 모를 짜릿한 쾌락을 지속적으로 선사해준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대해 “예전에 비해 훨씬 정교하게 바뀐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에서도 알 수 있듯 앞으로 등장할 게임들은 더욱 더 사용자들의 개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