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년]데스크톱의 녹색전쟁 PSU

일반입력 :2009/08/09 15:13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제공

지금은 전 세계가 ECO라는 주제 아래 빠르게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이 개인적인 관점에서였다면, ECO는 우리 모두, 그리고 우리가 속한 이 자연이, 환경이 손상되지 않고,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약속과도 같은 것이다. 모두가 함께 에너지를 절약하고 CO2 배출량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며 인체에 해로운 물질들은 최대한으로 줄이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우리 삶의 질은 향상되고 지구는 건강해지며, 결국 그것은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한다.

IT 강국인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ECO에 대한 관심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으며,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도 ECO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ECO와 가장 잘 어울리는 건 PSU

지금 이 글을 쓰고 읽고 있는 우리들의 공통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PC에서는 과연 어떠한 구성품목이 ECO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딱히 어떤 것이라고 꼬집어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PSU(Power Supply Unit)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조심스레 말해본다. 프로세서의 성능과 공정이 발전되어 소모 전력을 줄이고 메인보드의 새로운 전력 관리 기능이 개발되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것 역시도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원천적으로 PC에 전력을 공급하는 PSU가 부실하면, 이들의 신기술 역시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아이들(Idle)시라면 몰라도, Full-Load시에는 결국 최대 소모전력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PSU의 ECO화가 PC 시스템 전반의 ECO화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PSU들의 녹색 전쟁터 80 PLUS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80 PLUS 인증이라는 규격을 볼 수 있게 됐다. 어떤 PSU는 수입/유통사의 이름과 모델명만 존재하는데, 같은 수입/유통사의 제품이라도 또 다른 어떤 PSU들은 바로 80 PLUS라는 이름을 달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80 PLUS란 무엇일까?

80+는 PSU의 효율이 80%를 보장할 수 있음을 뜻하는 규격이다. 발전소로부터 각 가정에는 AC 전력이 공급되지만, 이런 AC 전력은 에어컨과 같은 일부 대형 가전제품을 제외하면 바로 사용할 수 없는 관계로, 반드시 DC 전력으로 전환을 시도해야 하는데 이때는 해당 전자제품(혹은 가전제품) 안에 반드시 AC to DC 기능을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PC 시스템에 PSU가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는 ‘AC to DC 전환 과정’에서는 사실 전력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의 손실률이 20% 미만일 때 해당 PSU를 80% 효율을 가진 PSU라고 부르게 된다.

80 PLUS라도 좀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고, 인증기관에서 제시한 기준이 명확하지만, 일반적으로 80% 대의 효율을 보여주는 PSU면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다. 국내에는 PSU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에너맥스, 시소닉 등이 이미 80 PLUS 고효율을 실현시킨 PSU를 유통하고 있으며, 그밖에도 히로이찌나 마이크로닉스, 안텍 등과 같은 기업들의 제품들도 80 PLUS 인증을 받고 시장에 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80 PLUS 규격을 획득하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고효율 PSU의 이점

고효율의 PSU를 사용하면 먼저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 소모 전력이 100W 정도인 시스템이 있다고 가정할 때, 효율이 80%인 제품은 125W의 AC 전력을 끌어오게 된다. AC to DC 과정에서 20%가 손실되고, 안정적으로 100W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만약 효율이 70%인 PSU라면 어떻게 될까? 143W를 끌어와서 쓰게 된다. 똑같은 100W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80 PLUS 인증을 획득한 PSU보다 약 20W를 더 버려야 한다.

실제로 시스템은 100W가 넘는 것이 많다. 게다가 PC를 사용하는 시간 단위로, 그리고 하루 단위로, 한 달 단위로 낭비되는 전력량이 점점 커지면, 생각보다 많은 전기요금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실제로 사용된 소모 전력에 대해 전기요금을 부과하지 않고, 끌어다 쓴 전기량을 기준으로 전기요금을 지불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낭비되는 전기가 크면 클수록 불필요한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기요금 이외에도, 고효율을 가진 PSU에는 그렇지 않은 제품들에 비해 여러모로 좋은 기능들과 사후 지원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PSU의 ECO 효과

“고작 PC 시스템에 들어가는 하드웨어 부품 하나가 어떻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PC 시스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주변의 매우 많은 하드웨어들이 환경을 해치는 요소인 CO2를 발생시키고 있음을 안다. 어느 나라에서나 CO2 배출문제는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의 주범이기도 한 CO2 배출의 책임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PC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각종 전자제품에서도 마찬가지다. ECO 컨셉을 가진 PSU는 그렇지 않은 제품들에 비해 CO2 배출량을 크게 줄여준다. 물론 개인의 PC 한 대에서는 보잘 것 없는 수치일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일조할 수 있게 되며 지구 온난화 현상이 줄어든 만큼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사회의 비용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또한 RoHS 규격을 통해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을 사전에 차단하고, 제품이 수명을 다해 폐기 처리되어야 할 때도 과거보다 비용이나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ECO와 녹색전쟁 그 너머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나오고, 친환경 세제가 나오는 것은 분명 오늘날의 이슈다. 과거에는 생각해볼 수 없는 일들이 오늘날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일부는 꿈을 꿔봤을지도 모르겠다. 휘발유가 아닌 대체 연료로 자동차를 움직이고, 빨래를 하면 할수록 수자원이 깨끗해지는 그런 꿈만 같은 일들을…

성능에만 치중해서 만든 자동차나 강한 세척만을 위해 세제를 만들던 과거의 산업에는 낭비가 많았음을 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깨닫게 된 것이다. IT 혁명을 통해 과거 산업을 개선하고, 사람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IT가 지속적으로 작용하면 그러한 과정에서 아껴지는 비용과 기회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투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필자소개]

김주년 nowpug@nowpug.com|2004년 AMDMania.com 사이트를 오픈한 필자는 2005년 커뮤니티 최초로 대한민국/대만 오버클럭 대회를 개최했고, 2007년에는 나우퍼그 커뮤니티(www.nowpug.com)도 오픈했다. 같은 해 인텔 채널 컨퍼런스2에서 강연했으며, 2008년 MSI 주최 세계 오버클럭 대회에서 국내 예선 1위로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했다. 현재는 인텔, 아수스, MSI, 에너맥스 등의 전문 리뷰어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