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보이는 UI, 보이지 않는 UX

일반입력 :2009/07/28 18:23

옥상훈

얼마 전 국내 IT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흑자라는 실적 발표가 나왔다. IT기업들의 제품들은 반도체, 휴대폰 등 정보통신 기기들이다. 우리나라는 눈에 보이는 기계는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만든다. 하지만 그 기계들 안에서 작동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SW는 세계적인 것으로 꼽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세계적인 게임기 닌텐도의 성공이 SW보다는 HW만 잘 만들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씁쓸함을 더한다.  뿐만 아니라 애플 아이폰의 경쟁력을 오만가지의 SW의 다양성으로 비교하지 않고 하드웨어 스펙만으로 비교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만 바라보는 수준에 머무른 기업들이 많다.

보이는 UI 보이지 않는 UX

SW처럼 눈에 보이는 HW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면 UI에 가려진 UX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UX를 다루는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디자인하려고 하고 인정하려는 자세다. 제목에 이미 나타나 있듯이 UI는 눈에 보이는 실체이지만 UX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UX는 UI 디자인이라는 것으로 실체화되어 일부가 눈에 보일 뿐이다. UX의 실체가 무엇이길래 눈에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러브액츄얼리식 프로포즈가 먹혔던 이유

필자의 예전 컬럼에서 ‘UX는 러브액츄얼리식 프로포즈’라고 했다. 영화에서 그러한 프로포즈가 먹힌 이유가 무엇일까? 그 남자가 잘생겨서? 돈이 많아서? 아니면 스케치북 그림을 잘 그려서? 핵심은 프로포즈하는 ‘과정’에 있다.

진실한 자세로 그 여자의 마음에 한발한발 다가간 것이 그녀의 마음의 문을 열리게 한 것이다. UX는 프로포즈와 같은 과정이다. 스케치북과 같은 아이템은 UX를 실체화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디자인적 도구일 뿐이다.

UX의 대상

UI는 보이는 것을 디자인하지만 UX는 보이지 않는 것도 디자인한다. UX는 어쩌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 빙산처럼 더 클 수도 있다. 그래서 UX의 대상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 Interaction: 사용자와 시스템 간의 상호 작용

2) Communication: 사용자와 시스템간의 소통 경로

3) Process: 작업 절차

4) Response: 사용자 조작에 대한 시스템의 메시지, 경고, 알림

5) Method : 인터페이스에 대한 사용 방법

- 출처: 2009.7, 제2회 한국SW아키텍트대회, UX의 X인터넷 적용 발표 中, 옥상훈

따라서 그러한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것들을 UX를 실체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행동을 많이 관찰해야 하고 여기서 최적화된 패턴을 도출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수도꼭지 하나라도 물을 나오게 하는 방법, 물의 양을 조절하는 절차, 물의 온도에 따른 적절한 경고 메시지 등의 다양한 고려사항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것들이 수도꼭지와 관련된 UX의 인터렉션,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 리스판스, 메쏘드에 해당한다.

올바른 과정에서 올바른 결과가 나온다

‘방망이 깎는 노인’에서 보았듯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올바른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쓸만한 방망이가 나온다. 설렁탕 국물도 10분 동안 전자레인지에 데워 나온 것과 10시간 넘게 푹 끓여서 나온 국물 맛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일이든 과정을 무시하면 그 무시한 것들이 어떻게든 잘못된 결과로 나타나게 되어있다. 급하다고 해서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가 중요하다고 해서 과정은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UX는 보이지 않는 허상일 뿐이다.

UX는 식스센스

영어 속담 중에 ‘Seeing is Believing’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UX에서는 이러한 속담은 다음과 같이 고쳐야 맞을 것 같다. ‘Seeing invisible is creative’ 즉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창조적인 것이다. 영화 식스센스처럼 세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간의 인터렉션으로 만들어지는 현상들이 얼마든지 있다.

UX도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디자인이라고 간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각적인 것에 즐거움에 불과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터렉션을 발견하려고 하면 UX를 보는 새로운 식스센스가 움트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식스센스는 비즈니스적 가치를 발굴해내는 탐지기로 작용할 것이다.

관련기사

[필자 소개]

97년에  한양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자바개발자로 IT 무림에 입문한 12년차 IT 맨으로, 자바크래프트닷넷, 자바스터디 운영자로 활동했으며 한국 자바개발자 협의회 (JCO, JavaCommunity.Org)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연합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으며, 매크로미디어 컨설턴트를 거쳐 한국어도비시스템즈에서 RIA 아키텍트를 맡았었다. 현재 ‘okgosu.tistory.com’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