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 2조원 논란' 일파만파

일반입력 :2009/07/14 18:24    수정: 2009/07/14 18:25

김효정 기자

스웨덴 에릭슨의 2조원 투자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투자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청와대는 에릭슨이 향후 5년간 우리나라에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이 한국의 그린 테크놀로지와 4세대 이동통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및 테스트를 위해 R&D센터 등으로 구축하고, 한국지사 인력을 기존 80명에서 1천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청와대는 에릭슨의 이러한 계획에 따라 향후 5년간 한국에 15억달러를 투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발표에 따라 이 대통령의 스웨덴 순방 업적은 '에릭슨으로부터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각 언론이 대서특필하면서 마무리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발표 이틀만인 14일, 에릭슨은 한국 투자에 대한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한 외신의 보도가 전해지면서 청와대와 방통위가 발칵 뒤짚어 졌다.

이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에릭슨이 한국 정부의 15억달러 투자 발표에 대한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고, 비요른 엘든 에릭슨코리아 대표는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해 한국 정부의 발표를 무색하게 했다.

창조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애초 에릭슨은 청와대의 발표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그런 약속을 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며 "실적발표에 급급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 데 김칫국 먼저 들이킨 꼴이 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경제 하나는 확실히 살리겠다던 이명박 정부는 '747정책'의 추락에서 보듯이 한국 경제를 추락시키고 있다. 아무리 부담스러워도 국가원수가 일개 회사대표에게 이런 식으로 수모를 당한다는 것은 이 대통령 개인의 망신살을 넘어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키는 행위다"라며 맹비난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정부가 이번 순방에 대한 업적을 과대포장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이번 보도에 대한 파문이 커지면서 에릭슨 본사는 황급히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에릭슨코리아를 통해 배포한 이 자료에는 에릭슨은 "대한민국 정부와 협력부문 및 투자 계획에 대해 완벽한 이해와 합의를 했다"고 밝히며, "정확한 일정과 투자규모는 향후 진행될 프로젝트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고 인력 규모는 약 1천여명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릭슨 측이 발표한 해명자료는 기존 청와대의 발표 내용과 별다른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다. 투자규모나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이해와 합의를 했다'는 내용만 재차 확인해 줬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15억달러의 투자예상액은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이 이 대통령을 언급하기 전에 한국 측 실무진과 나누었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확정되지 않은 투자규모 등을 섣불리 발표한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이 정치권서 흘러 나오고 있다. 

민주당 측에서도 "확정되지도 않은 투자규모와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홍보한 것은 순방업적을 부풀린 기만행위"라고 비판하는 등 정치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