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통위와 포털의 어색한 만남

기자수첩입력 :2009/07/03 10:56    수정: 2009/07/04 13:52

김태정 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끝이 났다. 예고된 재앙이 성큼 다가선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제 저항보다는 현실 적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포털 대표들의 간담회 내용을 전해들은 업계 분위기가 이렇게 요약된다.

최 위원장은 대표들에게 “포털은 실질적인 미디어 기능을 하고 있다”며 “모호한 관련 규정들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까지 자신들을 ‘미디어’ 중심이 아닌 ‘산업’으로 이해해 달라던 포털업계 목소리를 일축한 것.

시점도 적절(?)했다. 지난 2월 개정된 언론중재법 시행 한 달을 앞두고 나왔다. 언론중재법에 따라 포털들은 인터넷 신문에 대한 정정 요청을 공지하고, 보도원본 및 배열 기록을 6개월 동안 보관해야 한다. 또 막대한 인력을 들여 각종 모니터링에 힘을 쓰게 됐다. 불경기로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투입될 비용과 인력만 늘어난다는 것.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포털은 미디어 뿐 아니라 산업적인 속성도 크게 갖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포털의 미디어 속성만 보고 규제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물론, 이는 포털 측의 입장일 뿐이다. 포털을 미디어로 규정, 통제하는 것이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해 옳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방적으로 포털 입장만 들어 줄 까닭은 없다는 것이다.

단, 이번 최 위원장과 대표들의 만남 취지는 방통위가 내건 것처럼 ‘포털 지원’이 아닌, 규제 통보에 가까웠다는 것이 업계 불만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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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최 위원장은 “포털들이 통신에 이어 우리나라 IT 산업을 이끌 역군이다”고 추켜세웠다. 병 주고 약을 줬다. 그래도 방통위는 최 위원장과 대표들이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고 홍보하고 있다.

간담회 말미에서 참석자들은 최 위원장의 제안으로 ‘함께 나가자’라는 구호를 제창했다. 방통위와 포털들이 생각하는 나아갈 길이 서로 다른 것이 분명한 데도 모두 웃고 있었다. 이번 모임 분위기가 화기애애 보다 어색했다는 것에 한표 던지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