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SION 2009]한국형 앱스토어 '스타트 업'

일반입력 :2009/07/01 11:50    수정: 2009/07/01 16:23

김효정 기자

애플의 앱스토어를 필두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 MS의 윈도모바일 마켓플레이스 등 모바일 콘텐츠 오픈마켓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모바일 오픈마켓에 도전장을 내면서 본격적인 시장 창출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13일 모바일 오픈마켓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며 '한국형 앱스토어' 구축 공사의 첫 삽을 떴다. 이후 얼리어답터들과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꾸준히 사업을 추진해 6월 들어 실제로 콘텐츠를 개발할 베타테스터 모집을 시작했다.

애플 앱스토어의 아성에 눌려서인지, SK텔레콤의 한국형 앱스토어는 발표 초기부터 우려 섞인 지적을 받아야만 했다. 1% 수준으로 빈곤한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나 구조적으로 비싼 데이터통신 요금, 그리고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과연 쓸만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유통될 것인가'에 대한 의심 등 한국형 앱스토어의 안착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 말 상용화에 버금가는 오픈베타 서비스 출시를 예정으로 착실하게 사업을 준비 중인 SK텔레콤의 행보와 KT의 모바일 오픈마켓 진출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오히려 국내 시장에서는 이통사 중심의 한국형 앱스토어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LG텔레콤 역시 앱스토어에 관심을 나타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휴대폰 제조사도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소비자들은 현재 사용하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브랜드를 쫓는 경향이 있다며 차세대 앱스토어로 떠오르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을 비롯해 블랙베리 앱월드 등 소비자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앱스토어 보다는 SK텔레콤 등이 준비 중인 한국형 앱스토어가 일반 국내 소비자들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통사 주도 국내 앱스토어 시장, 새로운 수익창출 창구

그렇다면 국내 이통사들이 모바일 오픈마켓을 구축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융합 시대를 맞아 정체된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는 모범답안은 대부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곤두박질치는 유선통신 서비스의 한계 상황을 무선통신 분야로 이관함으로써 해결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 그 기본 취지라고 보면 된다. 더구나 애플 앱스토어라는 훌륭한 성공사례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사업모델로서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 입증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이통사들 역시 차세대 수익모델의 일환으로 모바일 오픈마켓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역시 오는 2011년까지 1천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을 만큼, 든든한 차세대 무선데이터 수익모델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만 애플이나 구글, 노키아 등 해외 사례와 달리 통신사업자가 주체가 되는 한국형 앱스토어를 구축하려는 것이 차이점이다.

기본적으로 한국형 앱스토어의 수익모델은 모바일 오픈마켓의 그것과 동일하다. 앱스토어를 서비스하는 이통사가 온라인 장터를 제공하고, 개발업체나 개발자들이 여기에 입점해 자유롭게 팔 물건(모바일 애플리케이션)들을 개발해 올린다. 그리고 최종 소비자인 이동통신 고객이 이를 구입하는 것이다.

한국형 앱스토어의 수익 배분도 애플의 그것처럼, 개발자 70%, 서비스 제공자 30%의 비율을 쫓아 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초의 모바일 오픈마켓을 추진 중인 SK텔레콤이 바로 이 '7대3 원칙'을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통신망 제공자인 이통사가 운영의 주체라는 점을 두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한국 통신시장의 특성상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브랜드 친숙성이 뛰어난 점이 오히려 국내 시장에 잘 통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이 시장에서 한국형 앱스토어가 애플과 경쟁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서비스 경쟁력 자체를 떠나서 한국기업이 만드는 서비스라는 점이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부분이 있다. 배급력이 뛰어난 국내 이통사가 운영만 잘 해나간다면 시장이 어둡지는 않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SKT-KT-LG전자’ 앱스토어 출시

현재 국내 시장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이미 다양한 OS를 지원하는 앱스토어 구축을 완료하고, 개발자를 모집해 시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오는 9월로 발표된 출시 시기를 7월 말로 앞당겨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얼마 전 유무선 오픈마켓을 표방하는 싸이월드용 오픈마켓 ‘뉴 네이트’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사전 시장' 만들기에 나서고 있으며, T옴니아를 비롯해 다양한 스마트폰 라인업 확보에도 앞서 가고 있다.

그 뒤를 KT가 바짝 뒤쫓고 있다. KT는 오는 11월 초 ‘쇼 앱스토어’(가칭) 상용화 계획을 세운 상태이다. KT는 오는 10월말 개발이 완료되는 삼성전자의 KT향 스마트폰 출시에 맞춰, 11월 초 스마트폰과 앱스토어 공동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KT의 쇼 앱스토어 개발환경은 윈도모바일과 안드로이드 OS 기반이며, 11월 출시 예정인 윈도모바일 기반의 듀얼밴드듀얼모드(DBDM) 스마트폰에 이어 연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출시가 예정돼 있다. 내년에는 LG전자와 KTFT의 스마트폰 확보로 앱스토어 시장을 넓혀갈 방침이다.

이외에도 국내 휴대폰 제조사 역시 앱스토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삼성 어플리케이션즈 스토어’를 영국에 선보여 시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에 정식 오픈할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7월 자사의 풀터치 스마트폰 ‘LG-GM730’ 출시와 함께 1천400개의 애플리케이션을 갖춘 ‘LG 어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전세계 동시에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서비스 출시를 위해 내부 테스트 중이며, 다양한 OS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소비자 특성 잘아는 ‘이통사 우세’

이처럼 국내 앱스토어 시장은 주요 이통사 2곳과 휴대폰 제조사 2곳이 앱스토어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 LG 등 제조사 기반의 앱스토어는 해당업체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유통한다는 점에서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할 수 있지만, 이통사가 주도권을 쥔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는 이통사 주도의 한국형 앱스토어 성공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브랜드 친숙성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에서도 이통사는 큰 강점을 갖고 있다.

과연 소비자가 얼마나 애플리케이션을 원하고 사용하느냐는 것이 서비스 성공의 척도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어렵고 무거운 애플리케이션을 원하지 않는다. 날씨나 뉴스, 조금 더 나아가 증권, 뱅킹 등 실생활에 주로 이용되는 가벼운 콘텐츠나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 바로 이점이 이통사가 제공하는 앱스토어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보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통사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은 고객의 개인정보 혹은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통신사업자와 제휴를 맺어야 하는 관계에 놓여있다.

특히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보 제공의 즉시성은 물론 신뢰성이 타 사업자보다는 유리하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는 이통사에서 쥐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개발자나 애플리케이션 공급자 입장에서는 이통사의 차별화된 API(LBS 및 단말정보, SMS 등)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며 기존 앱스토어가 스마트폰 위주로 형성되어있는데 반해 국내 대부분의 휴대폰에 탑재된 위피 콘텐츠 판매도 SK텔레콤 앱스토어에서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폰이 시장 촉발…이통사-제조사 협력 가능성도

물론, 1%에 그치는 스마트폰 보급률과 작은 규모의 시장, 쓸만한 콘텐츠 확보 여부 및 고객 수요의 불투명성 등 초창기 한국형 앱스토어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높지만은 않다.

그러나 총인구의 96%가 이동통신 이용자라는 점은 향후 스마트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막대한 자산이 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또한 이통사 기반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가벼운 애플리케이션 유통이 원활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올 하반기 KT와 SK텔레콤을 통한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이 국내 이통사와 어떠한 계약을 맺게 될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되지 않았지만, 아이폰의 국내 도입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형 앱스토어 시장의 촉발을 가져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모바일 오픈마켓 모델의 시초이자,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사업모델을 갖춘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시장을 자극해 수요를 촉발시키고, 이후 다양한 단말기 보유를 원하는 국내 소비자의 욕구를 이통사가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통신업계의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은 단일 모델이다. 바로 이점이, 제품의 우수성을 떠나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힘든 이유가 될 수 있다며, 또한 한국형 앱스토어는 애플처럼 자사의 제품을 위한 단일 OS를 제공하지 않고 다양한 OS를 제공하게 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KT, 삼성전자, LG전자가 콘텐츠 공유를 통해 함께 시장을 발전시켜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