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내 스마트폰 시장 미래가 불투명한 세가지 이유

일반입력 :2009/06/03 09:18

류한석

최근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드디어 1%를 넘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이런 수치에 기뻐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지난 수년 동안 해외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여러 플랫폼들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으며 모바일 웹과 애플리케이션의 성공 사례가 전해지는 동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계속 지지부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NPD그룹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미국에서 판매된 휴대폰 중 23%가 스마트폰이었다. 아이폰과 블랙베리폰, 안드로이드폰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 얻어진 성과였다. 필자가 올해 초 미국에서 체류할 때 TV에서 방송되는 대부분의 휴대폰 광고는 스마트폰이었다. 2013년이 되면 미국의 전체 휴대폰 중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은 고성능의 범용OS를 탑재하고 사용자에 의해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가능한 차세대 휴대폰이다. 사실상 손안의 PC라고 할 수 있으며 데스크톱 PC와도 간편하게 연동이 된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적으로 2억대 가량의 스마트폰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제1의 인터넷 접속기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계속 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소위 글로벌 트렌드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인데 그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마트폰 디바이스의 다양성 확보와 보급의 문제이다. 국내 이통사들을 보면 다양한 스마트폰 보급의 의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국내에서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을 여전히 구입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국내 소비자들은 현재 윈도모바일폰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그것도 이통사들이 무척이나 고가에 팔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스마트폰 대중화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KTF는 아이폰 도입을 위해 작년부터 준비를 했으나 KT와의 합병으로 인해 흐지부지되어 출시가 불투명하고, SKT는 KTF가 아이폰을 팔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팔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고, 3위 업체인 LGT는 그저 가입자 지키기에 급급해 보인다.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통사들이 데이터통신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협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통사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블랙베리폰, 심비안폰 등 다양한 플랫폼의 스마트폰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지 않고서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둘째, 데이터통신 요금제의 문제이다. 최근 국내 데이터통신 정액요금제 가입자가 처음으로 5백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상세 내역을 살펴보면 역시 우울하다. 5백만명의 전체 가입자 수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SKT의 데이터통신 정액가입자 수는 266만명인데, 그 중 데이터퍼펙트 요금제 가입자가 233만명이다. SKT의 1만원짜리 데이터퍼펙트 요금제는 패킷 기준 10만원어치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는 겨우 33MB정도에 불과하다. 데이터통신 요금제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겨우 데이터통신 맛만 보고 있는 이용자 수 233만명을 빼면 5백만 가입자에서 거의 절반이 깎인다. 이게 한국의 데이터통신의 현실이다. LGT는 6천원에 1GB까지 사용할 수 있는 오즈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는데, 쓸만한 스마트폰 디바이스의 부족 및 낮은 인지도로 인해 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오래 전부터 1위 업체인 SKT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말로만 고객만족, 모바일 산업의 선진화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적절한 데이터통신 요금제를 출시해달라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SKT는 묵살하고 있다.

저렴한 데이터통신 정액요금제가 출시되지 않고서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셋째, 모바일 웹 & 애플리케이션의 개발과 활성화의 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 디바이스와 저렴한 데이터통신 정액요금제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쓸만한 모바일 웹 & 애플리케이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국내 웹 업계는 완전 포털 중심인 관계로 상위 포털들이 모바일 웹사이트를 만들어 제공하지 않고서는 모바일 웹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신생 모바일 웹 업체의 등장과 성공이 구조적으로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모바일 웹의 활성화를 위해 2위 업체인 다음은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상당히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위 이통사인 SKT가 보수적인 것처럼, 1위 웹 업체인 네이버도 보수적이다. 1위 업체들의 태도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소프트웨어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전문 업체들이 나서서 개발해야 하는데, 이는 특히 한국이 약한 부분이다. SI, SM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상 독립적인 개발자와 업체 기반이 꽤나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선순환이 증명되지 않고서는 쉽게 뛰어드는 개발자와 업체는 없을 것이다. 뛰어들었다가도 이내 포기할 것이다. 한국형 앱스토어에 낭만은 없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의 성공은 개발자들의 열렬한 관심과 충성심에 힘입은 바 크다. 지금 국내에서도 한국형 앱스토어를 너도나도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개발자들의 열정과 충성심을 끌어낼만한 업체가 있을까?

개발자들의 환심을 사는 방법은 단순하다. 사랑을 주든가(은유적 표현이다) 돈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개발자들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돈도 벌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 앱스토어를 성공시키려는 업체는 개발자들의 열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비법이 있든지, 아니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만일 그러지 못하고서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상 세가지 주요 문제점을 정리해 보았다. 이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핵심에 집중하기 위해 생략한다. 본 글이 전반적으로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도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점 안에 해결 방법이 있다.

소비자 탓도 아니고 개발자 탓도 아니다. 이통사들과 제조사들이 다양하고 저렴한 스마트폰들을 출시하고, 이통사가 적절한 데이터통신 정액요금제를 출시하고, 포털들이 모바일 웹에 제대로 제공해주면 된다. 그리고 한국형 앱스토어를 하려는 업체는 개발자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돈을 벌 수 있는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들면 된다. 의지가 있으면 방법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이통사, 제조사, 포털 모두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는 업체들 아닌가? 단기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에 투자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는다면 한국은 스마트폰 후진국, 데이터통신 후진국,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는 모바일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지도 모를 일이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