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경쟁구도 고착화 '어떻게 풀까?'

융합 환경에서도 주요 통신3사 위주의 경쟁구도 형성

일반입력 :2009/05/20 17:14    수정: 2009/05/20 18:19

김효정 기자

통신시장의 경쟁구도가 고착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화된 시장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다가올 융합환경 하에서 새로운 경쟁기반이 조성돼야 하지만 이렇다 할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통신산업이 차지하는 역할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의 17%, 총수출의 35%라는 정보통신산업의 핵심이라는 산업경제적 측면을 떠나, 보편적 서비스로써 사회문화적 측면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등 사회구조의 변화와 계층·세대간의 갈등 심화, 문화적 욕구의 다원화에 따라 방통산업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방통업계는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방통융합서비스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의 보급 ▲노인·여성·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사회참여 확대 ▲다원화된 문화적 욕구 충족을 해결해 줄 수 있다. 이는 또한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와 밀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산업발전적인 측면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시장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보편적 서비스로의 사회문화적 역할을 고려할 경우 강력한 규제정책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속적인 투자독려와 경쟁을 통한 품질향상 및 통신요금 인하도 상충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정책을 보유하는 한편, 시설투자에 따른 정책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가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통신요금 인하를 공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의 통신원가 책정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시장에서 통신시장 경쟁구도 고착화는 '당연'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의 서비스 요금 전반에 대한 가격담합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공정위는 이통사 서비스의 원가구조를 분석하고 외국의 서비스 요금과 비교하는 작업을 해왔고, 가격결정 과정에서의 부당성과 담합 여부를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신산업의 특성상, 통신요금이 부당하게 책정됐는지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마저 통신사의 원가산정에 대해 깊숙하게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원가 산정 기준은 통신사가 제출하는 영업보고서에 근거해 산정한다. 그러나 통신사는 매년 영업보고서 회계분리에 자사에게 유리하도록 잘못된 내용을 기재해 왔다. 이를 통해 접속료 및 보편적서비스손실금 등에서 부당이익을 챙긴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최근 방통위도 이러한 행위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영업보고서의 회계분리 위반행위가 있어도 이를 완벽하게 막아 낼 전문가 부족과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에 그치는 제도적 취약점에 직면해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가 영업보고서를 통해 원가를 산정한다. 그러나 통신원가와 요금인하를 직접적으로 연관지어서는 안 된다. 요금이 충분히 높아 원가보상율이 높더라도, 시설 투자에 대한 투자보수율도 따져야 하므로 통신사의 투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지금의 시장구조 상에서는 투명한 서비스 가격책정과 그에 따른 요금인하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시장은 오랫동안 KT, SK텔레콤, LG통신계열의 경쟁구도가 고착화돼 있기 때문에 이를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다. 쉽게 말해 한 밥그릇 내에서 수저 3개를 꽂아두고 누가 더 많이 먹느냐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융합환경의 새로운 경쟁구도 조성 필요

그러나 앞으로는 융합서비스 시대가 열린다. 포화된 통신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 말 그대로 밥그릇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전한 시장조성과 경쟁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경쟁자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듯 융합환경 하에서의 새로운 경쟁기반 조성이 필요한 때지만, 경쟁구도 고착화 양상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융합 추세에 따라 통합KT,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통신계열의 경쟁구도가 더욱 공고해 지는 분위기 탓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화와 와이브로, 이동통신재판매(MVNO), IPTV 등 융합환경의 서비스가 등장했어도 신규 사업자 진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신규사업자가 뛰어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MVNO 분야에서도 망임대료를 기간통신사업자에 맡기는 사후규제를 택해 사실상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콘텐츠 사업자의 서비스 기반 진입과 ▲비통신부문과의 결합판매에 대한 도매제공 등 관련 사업자의 융합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것이 고착화된 경쟁구도를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융합시대 통신 인프라가 All-IP 환경인 점을 감안해, IP환경에 적합한 망 접속료 개선방안과 MVNO 의무화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기간통신사업자의 투자 인센티브 보장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융합환경의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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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통신시장을 봤을 때, 경쟁구도 고착화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All-IP환경에 적합한 상호접속 제도와 MVNO 진입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또한 무선망/콘텐츠 중립성을 확보해 플랫폼사업자(통신사, 포털 등)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합리적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 관계자는 "이러한 내용은 이미 충분히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기득권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하듯, 과감한 제도개선으로 새로운 경쟁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