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존재감 없는 방통위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는 방통위, 존재감과 정책 집중력 회복이 시급하다

일반입력 :2009/05/07 09:03    수정: 2009/05/07 09:57

이택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상하다. 시쳇말로 되는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기업에 영이 서는 것도 아니요, 정책적 신뢰감을 안겨 주는 것도 아니다.

규제권 발동에는 반발과 저항이 거세다. 인터넷 실명제의 경우 구글이 정면으로 대들었다. '손 봐주겠다'는 의지는 분명한데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추진하는 정책들은 곳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린다. 와이브로가 그렇고 IPTV도 비슷한 처지에 몰렸다. 강력한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원칙은 요란한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다.

조직 역시 어수선함이 여전하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 통합 당시부터 삐꺽대던 것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치질 않는다. 이 와중에 정신줄 놓은 일부 관료들은 대형사고를 친다. 이권 미끼로 업자들 향응 받는 80년대식 구태의 재현이란 비판이 잇따른다. 직원들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대통령의 멘토'라 불리며 한껏 기대를 모았던 최시중 위원장 역시 외부에 비치는 모습은 '당혹' 그 자체이다. 적어도 언론 보도만 보면 그렇다. 방통융합, IT비전의 전도사로서 행보는 알려지지 않는다. 정치적 언급만이 화제가 된다. 그가 방통위원장인 지, 아니면 정부여당의 실세 정치인 인 지, 헷갈린다.

IT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하겠다는 '욕심'도 물 건너갔다. IT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재중인 현정부에서 이를 용인할 리 없다. 방통위는 덕분에 화살을 날리는 적군들에게 포위되어있다. 

방통융합도 기득권 놓지 않으려는 방송과 통신업계의 줄다리기에 쩔쩔 맨다. 통신사업자들은 와이브로, IPTV를 정조준하고 있다. 시장과 기술 트렌드를 무시한 정부의 일방독주라며 반기를 든다. 야심찬 계획은 어디간 채, 방통위 직원들은 책상 앞에서 가입자 목표 수치 줄이는 작업중이다.

비록 산업기능은 지식산업부로 넘어가고 정책 파워의 원천인 '정보화촉진기금'도 손에 쥔 모래가 됐지만 '존재감'이 없다. 뚜렷한 규제철학 앞세우고 국민적 공감대 얻는 것도 아니다.

방통융합의 비전과 정책 지향점을 통해 관련 IT산업 육성을 이끌어 내는 고도의 행정행위는 보이지 않는다. 당사자들이야 억울하겠지만 현실이다. 오죽하면 정통부 되살리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방통위에게 필요한 것은 '존재감'이다. 정책에 대한 '집중력'까지 보태지면 다행이다. 우선 IT한국의 비전부터 만들어라. 현 정부에서 무엇이 달라질 지, 어떤 목표를 달성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요구된다.

육성하고 개척하겠다는 발표만 있고 그림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기업과 국민들이 미래를 준비할 분명한 밑그림부터 제시하라는 것이다.

예컨데 4G의 방향성을 보자.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와 LTE가 대립중이다. CDMA와 GSM, 3G 동기-비동기 논란의 연장선이다.

어차피 정책은 선택의 영역이다. 와이브로를 밀고 나갈 수도 있고 LTE를 병행할 수도 있다. 통신 하단에 포진한 수많은 시스템, 장비, 콘텐츠 업체들은 방통위만 바라본다. 수출을 하려해도 내수기반의 레퍼런스 사이트가 절대적인 업체들이다. 이들은 모두 눈치만 보고 있다.

방향타가 분명치 않으니 기업의 미래전략은 '제로 베이스'이다. 표준화 정책과 국제 기술외교는 그 이후의 발걸음이다.

와이브로와 IPTV는 또 어떤가. 진행상황은 시범사업쯤으로 착각하기 쉽상이다. 일단 던져 보고 , '아니면 마는 프로젝트'의 전형이다. 정부의 의지가 의심스럽다.

늦지 않았다. 재검검하는 수순도 받아들여라. 학자, 기업인 등 다양한 전문가집단과 머리 맞대기 부터 시작하자. 이명박 정부의 성장동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강력히 집행하면 된다.

고삐 바짝 죄고 이를 성공시키겠다는 구체적 이행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흐지부지, 흐물흐물, 시간만 축내기에는 우리 IT업계의 사정이 너무 절박하다.

당장의 이해보다 나라의 장래를 바라보고,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의 삶을 부추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리하라고 국민들은 세금 낸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기업과 시장 여건이 바뀌었다면 과감히 포기할 수도 있다. 대체 엔진 찾으면 된다. 맨땅에서 세계 최강 IT국 대열에 올린 국민과 기업들이다. 못할 것도 없다. 어떤 경우이건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이다. 정책의 불확실성만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존재감'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귀울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에서 비롯된다. 기업 친화, 현장 친화 외친 정부이다. 광화문 청사에 앉아 있다고 얻을 것은 없다. 최고의 명망가요 전문가들로 인정 받는 방통위원들이다. IT한국 신화에 일조한 관료들이다.

밥 먹고 사진찍는 행사가 아닌 현장 파고 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기업과 현장의 어려움을 나누고 비전을 공유하면 살아있는 정책 대안 만들 수 있다. 때로는 이해하고 때로는 설득이 동원 될 것이다.

골프 횟수까지 명령으로 해결하는 정부에서, 관료들 운신의 폭은 없다. 불행한 일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움추린다고 남는 것은 없다. 친화와 밀착을 유착과 향응으로 오해할 수준의 관료들은 퇴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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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방통위가 존재감을 획득한다. CDMA 만들 듯, 초고속 인터넷 구축하 듯, 목표와 가치를 함께하면 '신화'가 된다. 정부와 기업이 신바람으로 뭉칠 때이다. 방통위의 정체성과 정책 타켓을 재검증할 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IT가 미국에 밀리고 일본에 치이고 중국에 뒤짚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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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