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4K급' HD화질전 촉발 …CGV는 관망

소니코리아, 메가박스 98개관에 '4K 디지털 프로젝터' 공급

일반입력 :2009/05/07 08:00    수정: 2009/05/07 09:45

류준영 기자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인 메가박스가 경쟁사인 CGV를 상대로 영상품질 전면전을 선포했다. 아이맥스와 4D영상시스템 등 각종 첨단 영상기기를 동원, 관객 확보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CGV에게 ‘4K급 고화질 영상’이란 칼을 정면으로 겨눈 것.

소니코리아가 메가박스에 우선 공급한 4K 디지털 프로젝터(모델명: SRX-R220)가 바로 그 핵심무기다. 이 프로젝터는 기계식 미러를 실리콘으로 교체해 더욱 정교한 이미지 구현이 가능하다.

소니코리아 담당 프로덕트 매니저(PM)인 서민국 과장에 따르면 4K 프로젝터는 현재 극장가에 보급된 풀HD(해상도 1,920×1,080)보다 4배의 화질(해상도 4,096×2,160)을 자랑하며, 특히 최대 2,000대 1의 높은 명암비를 갖춰 고해상도의 선명한 화면을 최적의 밝기에서 감상할 수 있다.

메가박스는 오는 14일 개봉될 영화 '천사와 악마’(감독 론 하워드, 배급 소니픽처스)를 4K 디지털 영화관의 첫 작품으로 선정, 스크린에 올린다. 전관 4K 디지털 상영은 국내외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6일 열린 ‘천사와 악마’(감독 론 하워드, 배급 소니픽처스) 첫 기자시사회를 통해 본 4K급 영상은 주인공의 땀구멍과 실핏줄까지 정교하게 표현하는가 하면 미세한 눈동자의 떨림도 잡아냈다. 공들인 액션의 재미를 한층 더 배가시켰다.

아울러 스웨터를 입은 사람의 옷 재질과 마감처리까지 느껴질 정도다. PC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선 사람들의 거리감과 공간감은 물론 영화 첫 신에서 나온 실험실 위에서 내려다 본 카메라 앵글은 마치 관람객이 직접 쳐다보듯 건물에 입체감을 나타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을 가득 메운 군중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모두 반영할 정도로 종전의 프로젝터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소니코리아 B&P그룹 경태현 부장에 따르면 4K 디지털 프로젝터 대당 설치비만 무려 1억원에 육박한다. 이 장비가 메가박스 전국 98개관에 이미 설치∙완료됐단다.

경쟁사 대부분 상영관이 아직까지 2K급 시스템에 머물러 있고, 아이맥스와 같이 고품질 영상시스템을 도입한 특별상영관은 일반상영관에 비해 입장권 가격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4K 디지털 프로젝터를 통해 메가박스는 일약 멀티플렉스 극장 순위를 뒤집어 놓을만한 역전의 선취점을 잡을 수 있는 형국인 셈이다.

하지만 CGV는 메가박스의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에 오히려 태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2K 표준을 고수할 것인가. 4K 표준을 따를 것인가’를 놓고 고민중인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에게 메가박스의 시도는 ‘시험대’ 정도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CGV 이상규 홍보팀장은 “4K는 투자대비 효율성 측면과 다른 콘텐츠와의 호환성, 기술적 보완 문제 등의 산적한 이슈가 많다”며 “메가박스의 이번 시도는 CGV입장에선 관객과 시장의 반응을 모두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GV는 현재 인천과 부산 센텀시티점에 스타디움관(디지털 4K 전용관)을 설치해 관객들의 반응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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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팀장은 이에 더해 “4K 디지털 영화는 소니에 국한돼 있어 콘텐츠 확보가 제한적이며, 디지털 시네마 특성상 서버문제로 말미암아 4K 콘텐츠를 2K 시스템을 통해 영사할 수 없는 등 갖가지 제약이 아직 남아있다”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선 디지털시네마의 경우 4K급 차세대 디지털카메라가 확대 보급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오래된 미국 표준인 2K급 기술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