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판 통합전략, 후폭풍 '관심집중'

자바 통제권 확보, HW·SW통합한 시스템 전략도 본격화

일반입력 :2009/04/21 19:29    수정: 2009/04/22 09:02

황치규 기자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를 선언하자 '이변이 연출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SW사업만 삼켰다면 그럴만했다고 볼 수 있겠느나 통째로 먹었다는 점에서 '쇼킹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강심장'으로 알려진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순간적으로 할말을 잃었을 정도다. 그만큼 오라클의 썬 인수는 쉽게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이었다.

오라클의 썬 인수에 대한 전체적인 반응은 합리적인 선택이란 것과 무리수였다는 것으로 엇갈리고 있다. 긍정론과 회의론이 맞선 형국이다.

오라클이 74억달러란 거액을 들여 썬을 인수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두가지 키워드가 눈에 띈다. 하나는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자바다.

시스템은 하드웨어와 SW를 긴밀하게 묶어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한다는게 골자다. 번들로 제공하는 것과는 급이 다르다. SW와 하드웨어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쪽에 가깝다.

오라클은 썬을 통해 확보한 하드웨어 기술을 다양한 솔루션을 시스템화하는데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0여년전 오라클이 들고나왔던 로우 아이언 (Raw Iron) 프로젝트와 유사한 모델일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씨넷뉴스에 따르면 로우 아이언 프로젝트는 애플리케이션 SW를 전진배치시키고 서버와 운영체제(OS) 역할은 그 밑에 두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SW를 쓰는 고객들은 시스템 밑단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알필요가 없게 된다.

하드웨어와 SW를 긴밀하게 통합하는 시나리오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엘리슨 CEO는 썬 인수를 발표하며 오라클은 통합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면서 고객들은 시스템 통합으로 비용을 줄이고 성능, 신뢰성, 보안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통합의 폭과 깊이가 어떻게 될지는 좀더 두고봐야겠지만 애플리케이션과 디스크 스토리지, 서버 하드웨어와 SW, OS, 가상화 머신(VM), 스토리지간 통합이 언급되고 있다. 오라클은 이같은 통합 시스템을 앞세워 금융, 통신, 유통 등 특정 업종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오라클의 통합 시스템 전략은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쏘아올린 애플 아이팟 모델과 유사하다.애플은 아이팟 하드웨어와 아이튠스 SW 및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아이팟 모델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도 먹혀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드웨어와 SW가 통합된 어플라이언스 보다는 이기종 환경에서 오픈 시스템 구축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자바도 오라클이 썬에서 건진 매력적인 수확물이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자바에 대해 지금까지 인수한 가장 중요한 단일 SW자산이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2005년 이후 50개 이상의 SW업체를 인수하는데 400억달러 가량을 투입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메시지였다.

자바는 현재 PC 8억대와 휴대폰 21억대에 깔려 있다. 보급률만 놓고보면 대중성은 검증됐다. 휴대폰 업체들이 지불하는 로열티도 만만치 않다.

썬은 2008년 회계연도에 매출 139억달러를 올렸고 이중 2억,2000만달러가 자바에서 나왔다. 자바가 오라클로 넘어가면 매출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오라클이 자바를 10억달러 사업으로 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오라클을 자바를 앞세워 개발자 커뮤니티도 강화할 수 있다. 개발자 생태계에서 MS가 밀고 있는 닷넷과 일대일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자바는 오라클의 유지보수 사업에도 효자노릇을 할 가능성이 있다. 오라클은 2009년 239억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기술 지원과 유지보수 사업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자바는 오라클이 고객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묶어두는데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라클은 썬 인수를 통해 솔라리스 OS와 마이SQL(MySQL) 오픈소스DBMS도 손에 넣었다. 솔라리스는 금융과 통신 분야에서 많이 깔려 있다. 마이SQL은 오라클이 중소기업 시장에서 MS SQL서버와 경쟁하는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오라클의 썬 인수는 대단히 파격적이었다. 이쪽저쪽에서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는 것은 두 회사의 결합이 그만큼 복잡한 함수로 이뤄져 있음을 의미한다. '세기의 빅딜'과 '비현실적인 M&A'란 평가가 공존하는 이유다.

분명한 것은 오라클이 IBM, SAP 등과의 도박판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담한 베팅을 했다는 것이다. 대담한 만큼, 결과는 알기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공이 어디로 튈지 예측불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