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인터넷 규제정책' 도마에 올리나

일반입력 :2009/04/21 16:14    수정: 2009/04/21 17:59

김효정 기자

지난 21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네티즌과 시민단체, 야당 측은 최근 정부여당의 이른바 '인터넷 규제정책'에 맞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네르바 체포 등으로 국경없는기자회(RSF)로부터 인터넷정책 감시대상 국가로 발표된 바 있다. 최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ISP)에게 모니터링 의무화를 포함하고,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는 등 강도 높은 인터넷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 규제정책은 촛불시위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해 지난 2월말 국회에서 상정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인터넷기업 등은 사실상의 인터넷이용자 규제조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해 게시물을 작성하는 네티즌에게는 '사이버모욕죄'로,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ISP에게는 '모니터링 의무화'로 규제한다는 이유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의 모니터링 의무화 조항은 신고가 없더라도 수백만개의 게시물에 대해 ISP에게 불법정보를 찾아내라고 요구하는 것이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이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ISP는 수많은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삭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즉 이는 사업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사업자 규제조항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네티즌을 규제하는 조항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입법 추진 중인 사이버모욕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거론되어 왔다. 기존의 친고죄(직접 피해자가 신고해야 하는) 모욕죄와 달리, 사이버모욕죄는 '반의사불벌죄'로 정부의 정책이나 정부관련 인사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적 언사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설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김태현 국장은 "이미 사이버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사건이 IP주소 추적과 실명확인으로 법적 책임을 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이 사이버모욕죄를 제안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우리나라를 인권 하류국가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인터넷 규제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이번 미네르바의 무죄판결은 시민단체 등 규제정책을 반대하는 진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직 사이버모욕죄 등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대표적 사례로 인식되고 있는 미네르바 사건의 파급력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미네르바의 경우 '허위사실 유포' 및 '사이버 실명제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실제 미네르바 효과로 인해,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 등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과도한 인터넷 규제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사이버모욕죄 철회에 대한 게시물과 댓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얼마 전에는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 서비스에서 우리나라의 인터넷 실명제를 간접적으로 거부한 것도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와 규제 간의 갈등 형식으로 여러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미디어행동 측은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사이버 모욕죄 도입 등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과 국민을 겨냥한 법제도의 도입 시도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미네르바 무죄판결을 환영했다.

미디어행동은 이러한 인터넷 규제정책이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인터넷 여론을 위축시키려는 것으로, 현행법인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허위 통신'에 대한 조항 역시 폐지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때 '최진실법'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특정인에 대한 비방글과 욕설이 난무하는 인터넷 게시물과 불법 저작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사회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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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미네르바의 무죄판결이 마치 '인터넷 규제정책이 필요 없다'는 뜻으로 섣불리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미네르바 재판과 관련한 논평에서 "당연히 정부 비판글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며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은 오히려 권장되거나 활성화 되어도 좋다"며 "다만 현재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무작정인 반정부글들은 이성을 가진 비판이라기 보다는 이유와 원인도 가늠하기 힘든 선동에 의한 분노이기 때문에 양성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