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오라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삼켰다

74억달러 규모…하드웨어 시장서 IBM, HP와 전면전

일반입력 :2009/04/21 07:59    수정: 2009/04/21 16:08

황치규 기자

IBM에 넘어갈듯 하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결국 'SW공룡' 오라클의 품에 안겼다. 오랫동안 SW사업에 집중해온 오라클이 마침내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란 점에서 IT업계 판세 변화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라클은 썬을 현금 74억달러 규모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20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썬 인수로 오라클은 자바 기술과 솔라리스 운영체제(OS)로 대표되는 핵심 SW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서버와 스토리지에 이르는 하드웨어 제품군도 흡수한 만큼 IBM, 휴렛패커드(HP), 델 등과의 일대일 대결도 불가피해졌다.

오라클은 특히 썬이 소유한 자바를 높게 평가하는 모습이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자바를 지금까지 인수한 가장 중요한 단일 SW자산이라고 치켜세웠다. 자바에 대한 혁신과 투자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오라클 퓨전 미들웨어 제품군은 대부분 자바에 기반하고 있다.

오라클은 또 썬 인수를 통해 고객들에게 애플리케이션과 컴퓨팅, 데이터 스토리지 하드웨어를 번들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상급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와 핵심 컴퓨팅 시스템을 통합한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네번의 분기에서 세번이나 손실을 기록한 썬은 실적 부진을 돌파할 카드로 얼마전부터 매각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3월중순까지만 해도 IBM이 썬을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러나 IBM은 반독점 규제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썬 인수에 '회의모드'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오라클은 상대적으로 반독점 이슈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 썬과 겹치는 사업 영역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라클은 그동안 썬의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빠르게 복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썬이 첫해에만 회사 영업이익에 15억달러 이상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의 이번 행보에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SW에 집중해온 오라클이 느닷없이(?)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든 탓이다.

오라클은 지난해 HP와 협력해 서버와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통합한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IBM, HP와 사실상 전면전을 의미하는 이번 인수와는 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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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R리서치의 부루스 리차드슨 애널리스트는 데이터베이스 회사가 하드웨어 고객 기반을 인수하는 것은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라클의 썬 인수에 쇼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만큼 그는 오라클이 썬이 갖고 있는 하드웨어 자산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나중에 매각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오라클 사프라 캐츠 사장은 썬 하드웨어 사업은 오라클 내부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