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IT기업을 꿈꾸는 워너비앨리스 스토리

일반입력 :2009/04/22 09:39    수정: 2009/04/23 13:14

황치규 기자

소녀 앨리스는 길을가다 소중한 지갑을 잃어버린다. 슬픔에 빠진다. 그후 한 남자가 나타나 지갑을 주워 앨리스에게 연락한다. 앨리스는 그에게 지갑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얘기한다. 남자는 고민없이 앨리스에게 지갑을 돌려준다.

그리고 아무말없이 한장의 종이를 꺼낸다. 종이 뒷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타인의 선행. 앨리스는 감동을 받았다. 자신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에 건내받는 종이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했다. 종이 릴레이는 계속됐다. 앨리스는 얼마 뒤 종이를 발행하는 사이트에서 선행카드를 새로 구입,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선행 릴레이'를 탄생시킨다.

종이 구입에 들어간 돈은 1,000원이다. 담배한갑이 안되는 금액이지만 1,000원은 쌓이고 쌓여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쓰인다.

우연하게 시작된 앨리스의 릴레이 기부. 1년뒤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제2, 제3의 앨리스가 나와 기부 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질까 아니면 그저 몇사람들의 아름다웠던 시도에 머물게 될까?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위한 의미있는 실험이 4명의 학생들에 의해 시작됐다.

오는 7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이매진컵2009 SW 설계 부문 한국 대표로 선발된 '워너비앨리스'팀이 주인공이다.

'워너비앨리스'팀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선행과 기부문화를 전세계에 확산시킨다는 개념의 '베터 월드'(Better World)란 소프트웨어로 이번 대회에 도전장을 던졌다. '베터 월드'는 사용자가 선행과 기부의 즐거움을 깨닫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웹2.0의 키워드중 하나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기부의 결합이다.

아이디어는 경험에서 나왔다.

예전에 책에 날개달기 프로젝트에 참가한적이 있어요. 좋은 책을 다른 사람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건데, 이걸 확장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베터월드를 시작하게 됐죠. 종이를 매개체로 선택한 것은 재미있는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워너비앨리스팀을 이끄는 최시원군의 얘기다.

앞서 언급했듯 베터월드는 선행에 기반한 SNS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미도, 사업적인 인맥도, 긴장감을 주는 이성교제도 아닌 선행에 초점이 맞춰진 네트워크를 꿈꾼다. 그럴듯해 보인다. 동시에 '과연?'이란 물음표도 던지게된다. 국내의 경우 싸이월드를 제외하면 자리잡은 SNS 프로젝트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SNS로 뭔가 해보기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선행을 위한 SNS라면...

최시원군의 얘기는 계속된다.

예로 들어 지구 온난화, 에이즈, 교육을 풀어야할 사회적 문제로 정하고 종이를 발행한 뒤 일정액의 기부금을 받는거에요. 모인 기부금을 앞서 선정한 사회적인 문제에 투자하는 겁니다. 국내외에 많은 SNS 서비스들이 나와 있잖아요. 이들 서비스와 연동한다면 사용자들이 쉽게 베터월드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베터월드에서 워너비앨리스의 역할은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홈페이지 운영과 종이 발행이다. 참여 규모를 얼만큼 키울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수 밖에 없다. 그런만큼 사람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게 중요해졌다. 거룩한 명분만 있는 선행 SNS는 공허할 뿐이다.

종이를 주고 홈페이지에 접속하라면 불편할 수 있어요. 그래서 모바일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종이를 받은 뒤 이차원 바코드를 읽어서 휴대폰으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어요. 기부한 사람들에게 뭔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고민중입니다. 선행을 했다는 만족감을 넘어, 다른 혜택을 줄 필요가 있거든요.

워너비앨리스팀은 베터월드 프로젝트를 졸업하기전 좋은일 한번 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한게 아니다. 창업까지 생각하고 있다. 공익적인 목표를 갖고있으면서도 수익까지 낼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회적 IT기업이다.

종이값이 발행과 배송료 합치면 1,000원 정도할꺼에요. 여기에 프로모션을 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 이름 붙여주는 대신 MS에 장당 500원을 받을 수도 있고요. 이매진컵에 나가 좋은 결과를 내면 창업에 도전할 겁니다.

수익모델을 물으니 최시원, 신대희, 김정근군으로부터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매진컵은 MS가 지난 2003년부터 전 세계 16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해마다 개최하는 세계 최대의 'SW 기술 경진대회'로 매년 시의성 있는 공익적 과제를 선정,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두고 학생들의 창의력 대결을 펼치는 행사다.

올해는 '기술이 우리가 직면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라'(Imagine a world where technology helps solve the toughest problems facing us today)란 주제로 ▶소프트웨어 설계 ▶임베디드 개발 ▶게임 개발 ▶로보틱스&알고리즘 ▶정보기술 ▶매시업 ▶인터페이스 디자인 ▶사진 ▶단편영화 등 9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아쉽게도 국내의 경우 이매진컵에 출전한 팀들이 창업을 한 사례가 없다. 의미있는 실험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른 듯 하다. 한국MS는 워너비앨리스의 창업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보고 있다.

한국MS 개발자 플랫폼 사업부의 조성우 차장은 이매진컵은 상용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창업 사례가 없지만 워너비앨리스는 확장성 측면에서 많은 점수를 받아 한국 대표로 선발됐다고 전했다.

IT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거라 선택했다는 A씨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IT가 발전하면 열명이 할일을 한사람이 할 수 있게될텐데, 그렇게되면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삶이 여유로와질거라 믿었단다. 그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IT로 인해 삶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은 오히려 늘었다는 월급쟁이들의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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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앨리스 베터월드 프로젝트는 돈보다는 사람냄새가 많이 풍긴다는 점에서 A씨의 바람과 비교적 잘 맞아떨어진다. 기부 확산이 우선이고 수익은 두번째다. 수익을 먼저 생각하는 워너비앨리스는 '베터월드'를 이룰 수 없다. 사업 다각화나 업종 변경같은 말과도 쉽게 공존할 수 없는게, 워너비앨리스다. 그만큼 실험적이다.

학교 공부하랴 이매진컵 본선 준비하랴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워너비앨리스의 멤버들. 지금 이들은 '대박'이 아닌 '나눔'을 코드로 하는 사회적 IT기업을 향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