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인터넷전화 '아직 시기상조'

[빅뱅! 2009 통신시장]⑮이통사의 수익감소 우려에 통화품질 보장 못해

일반입력 :2009/04/19 16:54    수정: 2009/04/19 17:11

김효정 기자

저렴한 요금으로 집전화 시장의 부진을 틈타 급성장 중인 인터넷전화. 현재 인터넷전화 가입자수는 300만명을 돌파하며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동통신의 경쟁자로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국내에서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5년. 주로 해외 통화량이 많은 기업시장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실적은 저조하기만 했다. 그러나 최근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국민적 이슈와 기존 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번호이동제 도입 그리고 불황이라는 호재(?)를 틈타 인터넷전화 가입자수가 300만을 돌파하며 고속순항 중이다. 더욱이 집전화가 주 수익원이던 KT마저 인터넷전화 마케팅을 시작하자, 업계 전문가들은 연내 500만 가입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집전화 시장의 9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KT가 인터넷전화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집전화의 급격한 하락세 때문. 집전화 가입자는 지난 2007년 3분기 2,300만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그리며 2009년 2월 현재, 2,180만 가입자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6개월여 동안 100만 이상의 가입자가 빠져나갔을 만큼 최근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반면 인터넷전화는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바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시외전화 요금은 인터넷전화가 3분당 39원 수준으로 집전화(261원)보다 6.5배 저렴한 것을 비롯해, 평균 30% 정도가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전화에 대한 관심, ‘집전화→이동전화’로

이러한 가격경쟁력에 힘입어 인터넷전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동통신에서도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전화'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애플 아이폰'에 글로벌 인터넷전화사업자인 스카이프의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된 것이다. 이는 이동통신사업자뿐만아니라 전세계 통신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와이브로에 이동전화번호를 부여하는 등 음성탑재를 허용해 이슈화되기도 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의 무기도 역시 '저렴한 요금'이다. 그러나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인터넷전화에 무너진 집전화 시장과는 사뭇 다르다. 집전화 붕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휴대폰 사용 문화의 정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전화가 비싼 요금때문에 매출이 떨어졌다기 보다 집에서 조차 휴대폰을 사용하는 통신문화가 형성되면서 집전화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미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2009년 4월 현재, 약 4,724만명으로 국내 총인구 4,860만여명(통계청 추계인구)에 육박하고 있다. 이미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고, 머지 않아 100% 보급률에 임박할 수도 있다.

■이통사, 인터넷전화는 ‘천덕꾸러기’

그러나 초고속인터넷이나 인터넷전화 등 여타 통신요금에 비해, 그 사용 비중과 의존도가 높은 이동통신은 요금 인하가 전무한 상태.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의 권유에 따라 저소득층 요금 인하와 단문자메시지(SMS) 요금 건당 10원 인하, 이통사 자체적인 요금제도 마련을 통해 다소 인하가 됐지만 기본료 인하나 가입비 폐지 등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국산 무선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에 음성탑재를 발표하면서, 국산 기술의 발전과 이동통신 요금 인하의 효과를 기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와이브로 사업주체인 통합KT와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경쟁 서비스가 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반길 이유가 없다.

그나마 와이브로 사업에 적극적이던 KT가 올 6월 KTF와 통합을 앞두고 음성탑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SK텔레콤은 아예 음성탑재 계획이 없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음성탑재 계획이 없고, KT도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와이브로 활성화를 기대하지만 좀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모바일 인터넷전화는 기술적으로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한다. 물론 이동전화만큼의 높은 통화품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망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이통사업자들이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대하지 않는 이상, 서비스 지역이 제한돼 효용성은 더욱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의 한승진 책임연구원은 이통사업자는 전체 매출의 80%가 음성통화다. 매출감소 위협으로 저가 인터넷전화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이동통신의 경우 주파수 자원 없이는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해 신규 사업자 출현도 힘들다. 즉, 이통사의 니즈가 없을 경우 서비스 도입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액제가 확산되지 않은 현재의 비싼 이동통신 데이터 서비스 원가 구조에서는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도입돼도 가격 경쟁력을 살리기 힘든 구조이다. 그리고 음성통화망과 데이터망의 접속료 차별 등 제도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4G가 모바일 인터넷전화 활성화 열쇠 될 것”

이러한 이유로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모바일 인터넷전화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인터넷전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포화된 음성통화 대신 데이터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확산될 이통사업자의 니즈가 형성될 경우 모바일 인터넷전화 시장도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연구원은 4세대(4G) 이동통신이 활성화될 경우, 모바일 인터넷전화 도입을 가로막는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G에서는 이동중 100Mbps에서 최대 1Gbps의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통화품질 보장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4G 출시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 출시로 이통사의 데이터 매출비중이 늘어 음성통화 매출 감소에 대한 사업자 부담이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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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4G에서는 네트워크 전송효율 증가로 데이터서비스 원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파수당 전송 성능이 4배 이상 증가해 이론적으로 데이터요금이 4분의1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결국 4G에서는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확산될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화가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시장환경 변화 추세에 대한 성공적 대응 여부에 통신사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