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희 대표 “전자책 베스트셀러 쓴다”

일반입력 :2009/04/13 19:00

김태정 기자

떠오르는 ‘전자책’ 시장 패권을 놓고 세계 IT 업계가 혼전 양상이다. 전용 단말기 ‘킨들’을 내세워 세몰이 중인 아마존닷컴, 이에 대항하는 ‘구글-소니’ 연합 간의 대결이 볼만하다. 이 밖에도 AT&T, 삼성전자 등 대형 IT업체들이 속속 전자책 ‘출사표’를 던지는 상황.

전자책은 도서를 디지털콘텐츠로 변형해 PC나 모바일은 물론 전용 단말기에서 볼 수 있게 한 모델이다. IT와 출판 두 업계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컨설팅업체 PWC는 지난해 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세계 전자책 시장 규모가 2013년 12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0년경부터 PC 중심으로 전자책 시장이 형성됐지만 성장세가 미미했다. 콘텐츠가 무협이나 로맨스 등 장르문학에만 치우친 것이 큰 원인이다. 업체 입장에서도 수익이 만족스럽지 못하니 콘텐츠 확대에 힘을 못 기울이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대학이나 관공서 등의 전자도서관 사업을 중심으로 연 500억원 정도 시장을 형성한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은 반전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열풍, 삼성전자 등 거대기업의 단말기 개발에 따라 국내 전자책 시장에도 빅뱅이 예고된 것. 이미 몇몇 업체들이 단말기에 들어갈 읽을거리를 책임지겠다며 나섰다.

배순희 북큐브네트웍스(이하 북큐브) 대표도 전자책 빅뱅을 준비하는 이들 중 하나다. 9일 기자와 만난 배 대표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독서가 가능한 세상’을 그리고 있었다.

베스트셀러 등 명품 콘텐츠 전진배치

배순희 대표는 국내 전자책 시장 태동을 함께한 베테랑이다. 익혀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전 직장 동료 10여명과 2008년 8월 회사를 세웠다. 정식 서비스 오픈은 5월로 잡았다.

서비스가 오픈되면 사용자들은 PC나 모바일로 북큐브 사이트에 접속, 도서 콘텐츠를 다운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출판사들과 협의로 도서 콘텐츠를 모아 디지털화 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아직 확정치는 아니지만 사용자 다운로드 가격은 종이 도서의 절반 이하로 생각 중이다.

“도서 콘텐츠 모으기가 생각보다 수월합니다. 이미 1만종을 모았고, 연말까지 2만종 돌파가 무난할 듯합니다. 콘텐츠를 볼 수 소프트웨어 뷰어도 함께 제작중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근접성도 갖춘 서비스를 하루 빨리 열고 싶어요”

그렇다면 배순희 대표가 모으고 있는 콘텐츠들은 어떤 것들일까. 배 대표 스스로 ‘장르문학에 치우친 전자책의 성장 한계’를 지적했으니 더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 배순희 대표는 ‘명품 콘텐츠’를 답으로 내놓았다. 기존 국내 전자책 업계와 거리가 있었던 신간과 베스트셀러 위주로 콘텐츠를 구성한다는 것.

“아직 명품 콘텐츠만은 온라인에 내놓기 꺼려하는 경향이 출판사들 간에 있습니다. 기존 전자책 사업자들이 장르문학에만 치우칠 수밖에 없던 이유죠. 하지만 북큐브는 다릅니다. 이 바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멤버들이 출판사들과 윈윈 전략을 잘 찾고 있습니다. 사업 모델과 사이트 초안을 보이니 함께 해보자고 나선 출판사가 꽤 됩니다”

■“올 하반기 승부수 띄운다”

배순희 대표는 올 하반기를 국내 전자책 경쟁에 있어서 첫 승부처로 지목했다. 통신업계 스마트폰 전략이 재차 강화되고,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국내 상륙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이에 북큐브 이외 다른 경쟁사들도 올 하반기 승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순희 대표는 이미 이동통신, 제조 업계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서 소니가 만든 단말기에 구글 콘텐츠를 탑재하는 것과 비슷한 모델로 보면 된다.

“올 하반기 와이브로와 CDMA를 결합한 전략 스마트폰, 킨들을 못잖은 전자책 단말기 등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북큐브를 포함해 국내 전자책 사업 빅뱅이 예상되는 이유가 이 부분에 있습니다. 우리도 ‘구글-소니’ 못지않은 모델을 만들지 못하란 법 있나요?”

콘텐츠와 함께 하반기면 직접 단말기를 출시할 계획도 있다 한다. 단말기는 판매 수익보다 콘텐츠 유통 활성화에 목적이 있다는 설명. 곧, 콘텐츠와 단말기를 아우르는 전방위 모델을 가지겠다는 뜻이다.

전자책 시장 과열이 우려되지 않느냐 물었다. 이슈가 된 만큼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고, 해외 공룡들의 국내 진출 소문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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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증가는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됩니다. 중요한 점은 경쟁이 치열할수록 살아남는 자에 대한 평가는 더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콘텐츠 확보 능력’에서 앞서있는 북큐브의 몫이라 확신합니다”

10년 전 전자책 바닥에 들어선 이유를 묻자 “책이 너무 좋아서”라고 소박히 대답한 배순희 대표. 새 전기를 앞둔 국내 전자책 시장서 배 대표와 북큐브가 의미 있는 파장을 낼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