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마트폰, 무선인터넷의 주역이 될 것인가?

일반입력 :2009/04/05 14:51

박민우
박민우

2009년 4월1일은 지난 4년간 무선인터넷의 표준 플랫폼이었던 위피(WIPI) 의무화가 해제된 날이다. 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 위피는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게 되었지만, 여전히 무선인터넷 활성화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2007년 이후 무선인터넷 시장은 정체상태에 있다.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통신 매출은 2007년 12월을 기준으로 성장하지 않고 있다. 점차 무선인터넷 환경은 개방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선인터넷 서비스 인프라 - 3G 네트워크

3G통신의 장점은 알다시피 2G보다 10배 이상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와 글로벌 로밍, USIM 카드를 이용한 다양한 단말 호환, 화상통화 등등 그 동안 CF에서 지겹게 들어왔던 얘기들이다. 하지만 이런 3G의 장점들이 현실에서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글로벌 로밍의 편리함에 가끔씩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화상통화나 빠른 데이터 전송의 장점을 살린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즐겨 이용하는 사용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현재 3G 가입자는 2009년 3월말 기준으로 2천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전체 가입자 4500만명 중에 45%가 3G 가입자인 셈이다. 특히 3G 가입자 유치에 마케팅 총력을 기울였던 KTF의 경우 자사 고객의 56%가 3G 가입자이다.

하지만 구슬만 서말인 셈이다. 2천만명의 3G 가입자들이 2G와 동일한 휴대폰 사용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단지 새로운 휴대폰을 구매하기 위해서 3G로 전환을 했을 뿐이다.

비싼 비용을 들여서 고속도로를 만들어놨지만 차들은 여전히 국도를 이용하거나 고속도로에서 시속 60킬로미터 이하로 주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3G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 통신요금이다.

실제로 통신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춘 LG텔레콤의 오즈(OZ)의 경우 1년 만에 신규가입자 60만 명을 유치하였다. KTF 사용자와는 달리 리비전.A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오즈 가입자들은 거부감 없이 3G 사용자로 전환이 된 셈이다. 단순히 마케팅 효과라고 보기에는 요금에 대한 기대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즈 사용자들 조차도 충분한 3G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고: 오즈의 마법이 무선인터넷 환경에 미치는 영향)

무선인터넷에서 활용할 컨텐츠가 없다

초기에 오즈에 가입하고 이곳 저곳 포탈 사이트 접속을 시도해 보면서 신기함과 자신이 구매한 휴대폰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다가, 몇 일만 지나고 나면 특정 콘텐트 이외에는 인터넷 접속은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오즈에서도 조차 시간을 투자해서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트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PC용으로 만들어진 포탈은 너무 느려서 사용하기 힘들고, 오즈 전용으로 만들어진 콘텐트들은 그 양과 질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휴대표용 네이트나 SHOW 보다도 콘텐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휴대폰에서도 PC에서와 같은 인터넷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용자들은 금방 실망하고 만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애플의 아이폰이 있다. 2009년 3월 기준으로 아이폰은 전세계에 1730만대를 팔았다. 매 분기마다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MP3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09년 Admob Mobile Metrics 2월 자료에 보면 미국에서 모바일 웹 트래픽의 49.5%가 아이폰이며, 블랙베리 시리즈들이 18%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으로 봤을때도 아이폰은 트래픽의 33%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 아이폰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점은 모바일 전용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의 단말기와 넓은 해상도를 가진 LCD, 그리고 편리한 브라우져 인터페이스 등으로 아이폰에서는 포탈과 같은 PC용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사용하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앞으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3G폰과 스마트폰을 수용할 수 있는 모바일웹 사이트들이 충분히 생겨서 활용도가 높아지기 보다는, 모바일 단말기 성능의 향상과 단말기 가격 하락, 그리고 저렴한 통신요금 정액제의 정착으로 휴대폰에서 자유롭게 PC용 인터넷 사이트를 접속하게 되는 것이 더 빠르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의 T-옴니아 폰을 들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경험해 본 옴니아 폰에서 국내 인터넷 사이트 접속은 생각보다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물론 아이폰의 사파리 같은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가진 브라우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지만 하드웨어적인 성능이 따라오지 못해서 또는 화면이 작아서 생기는 불편함은 많이 해소되었다고 본다.

아직은 옴니아폰 같은 단말기는 매우 고가라 대중화 되기 어렵겠지만 불과 1~2년 안에 아이폰을 비롯하여 HTC, 안드로이드폰, 노키아들이 국내 진출을 하게 되면 충분히 저렴한 가격으로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초기엔 단순히 PC용 인터넷을 접속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지만 점차적으로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서비스들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정보 서비스나 지도를 활용한 위치기반 서비스는 모바일에서 무선인터넷 활용을 극대화 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에 등장한 라이프로그 개념도 그런 측면에서 매우 가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좋아지더라도 PC를 대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가진 장점(PC와의 데이터 연계 및 호환성)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많아져야 진정한 무선인터넷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무선인터넷 서비스 BM - 모바일광고 & 앱스토어

무선인터넷 서비스들이 다양화 되고 수준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기존 유선인터넷과 같은 분명한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모바일광고와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모바일 마켓 플레이스를 예로 들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미 10년 전인 2000년에 에어크로스라는 모바일 전문 마케팅 자회사를 설립하였다. KTF는 KT와 함께 2004년에 엠하우스라는 동일한 업종의 자회사를 설립하였다. 하지만 이통사가 기대했던 모바일 광고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전문가들 얘기했던 개인화된 광고가 가능하다는 모바일의 특성을 활용한 롱테일 마케팅은 아직까지는 실패로 구분된다.

여전히 모바일 광고에서도 빅 클라이언트 중심의 이벤트/프로모션 형태의 광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광고 형태도 구글이 얘기하는 모바일 검색을 통한 광고 형태가 아니라 SMS나 콜백URL을 이용한 Push형 광고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이통사들이 기대했던 모바일 광고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가 콘텐트 기반의 무선인터넷 환경이 활성화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만 해도 PC를 이용한 인터넷 사용자 수보다 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 사용자수가 많은 환경이기 때문에 콘텐트를 기반한 검색광고, 문맥광고, 텍스트 배너 등 다양한 광고형태가 가능해지고, 가장 큰 장점은 콘텐트를 노출시킬 사용자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시기적으로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무선인터넷을 활용한 충분한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CP들이 콘텐트 생산에 적극적이지 않고, 사용자들은 비싼 요금을 내면서 봐야 할 모바일 콘텐트가 없기 때문에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이다.

앱스토어 역시 최근 SK텔레콤과 KT가 경쟁적으로 유무선 통합시장을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애플 앱스토어와 같이 3만여 개의 어플리케이션들이 오픈마켓의 형태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기란 쉽지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얼마나 쉽게 개발이 가능한 오픈 API를 제공하는가에 달려있겠지만, 국내 스마트폰의 대부분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모바일(Windows Mobile) 운영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즉 최소한 MFC 개발자 수준이 아닌 경우 윈도모바일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오픈 API가 자바스크립트 수준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지 않다면 앱스토어에 올라올 어플리케이션들이 오픈 마켓을 형성할 만큼 충분히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2009년은 스마트폰 희망의 해

2009년은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하여 모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주도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활성화 원년이 될 가능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일단 다양한 스마트폰의 출시로 인하여 무선인터넷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아이폰이 출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많은 인식의 변화가 올 것이라 기대한다. 네이버가 메인 페이지를 경량화 한 부분들도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오즈와 같은 최적화된 모바일 전용 사이트가 주류가 될지 아이폰과 같이 기존의 PC용 인터넷 사이트를 그대로 보는 것이 주류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포탈들이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전용 사이트까지 오픈 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많은 사용자들이 무선인터넷 접속이 자연스러워지고 그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무선인터넷 트래픽도 점차 증가할 것이다. 증가하는 무선데이터 사용자들을 위한 요금제도 보다 저렴해지고 다양해 질 것이다.

(물론 정액제 기반이 아니면 여전히 현실적으로 저항요소가 높다)

일본의 무선인터넷 사용자 수만큼 빠르게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콘텐트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유선인터넷과 마찬가지로 휴대폰도 하나의 매체로서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매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는 자연스럽게 모바일광고를 활용한 수익모델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현재 많은 국내 콘텐트 업체들이 애플 앱스토어에 자사에서 개발한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들을 등록하고 판매를 하고 있다. 윈도모바일용 앱스토어가 활성화 되는 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국내에서 아이폰이 출시된다면 많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애플 앱스토어를 방문하기 시작할 것이다.

국내 이통사들은 자사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애플의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것이 결코 달갑지는 않겠지만 상품도 없이 상점만 연다고 고객이 모이지는 않을 것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급조된 상점은 상품도 없고 고객도 없는 텅 빈 지방의 5일장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선인터넷 망개방 그리고 위피 의무화 등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저해하던 모든 요소들이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개방이 이루어졌다. 해외의 다른 국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개방형 모바일 생태계를 만드는 동안 우리는 폐쇄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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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지금부터 단기간에 이런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의욕만 앞서서는 안될 것이다. 이통사들은 기꺼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사용자들이 저렴한 요금으로 무선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단말기 업체들도 단가를 낮추고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보다 쉽게 자사의 API를 이용하여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선인터넷도 유선과 마찬가지로 각 업종의 사업들이 고유의 영역에서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망을 소유하고 있다는 무기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민우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Convergence service platform Consul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