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BM의 감원과 IT기반 고용창출론

기자수첩입력 :2009/03/29 14:02

황치규 기자

IBM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이 구설수에 올랐다. IBM이 미국에서만 5,000명 가량을 감원하고 관련 업무를 인도로 아웃소싱할 것이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경제도 어려운데, 글로벌 아웃소싱 전략을 확대하는 것을 무작정 뭐라할 수는 없다. 그러나 IBM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스토리가 왠지 이상해 보이는 장면이 있다.

IBM은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함께 IT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론을 강조해왔다.

샘 팔미사노 IBM CEO는 스마트 그리드, 전자의료 기록, 광대역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300억달러를 투자할 경우 미국에서 9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IT를 통한 경기 부양책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후  오바마 정부가 IT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을 보면 IBM이 던진 메시지는 약발이 있지 않았나 싶다.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분위기는 IT를 통한 고용창출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 차원의 IT투자로 인해 IBM은 꽤 바빠진 듯 하다.

스마트 그리드, 전자 의료 기록, 광대역 인터넷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기위해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는 것.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갖춘 IBM으로선 오바마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거리'가 많다.

IBM의 구조조정 소식은 이같은 상황에서 터져나왔다. 엄밀하게 말하면 일자리를 줄였다기 보다는 인도로 넘긴 경우에 해당된다. 줄어든 것은 미국내 일자리일 뿐이다. 

까칠하게 표현하면 IT를 통한 고용창출론을 주장했던 IBM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부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려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IBM이 외친 IT투자 통한 고용 창출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일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참고로 IBM은 불경기에도 1분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12% 늘었고 주주들에게 배당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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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책 들고 IBM에 거룩한 훈수두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비판적인 의견을 다룬 외신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면 미국 현지에서도 IBM의 이번 조치를 놓고 말들이 있는 모양이다.

구경꾼 입장에서 당사자의 의도가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IBM은 WSJ 보도에 대해 아직까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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