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내 콘솔게임, 돌파구는 없나?

기자수첩입력 :2009/03/26 13:23    수정: 2009/03/26 18:12

이승무 기자

기자는 지금까지 콘솔게임과 관련된 취재를 하면서 “온라인 게임의 경우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오토 프로그램 근절 등 건전한 사용자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왜 콘솔게임은 불법개조와 불법복제가 버젓이 성생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인가”라고 수많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이 질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하루에도 수백 건의 불법자료가 배포되는데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콘솔게임의 불법복제를 막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미 국내 콘솔게임은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풍전등화의 콘솔 게임업계

 

실제로 정부는 콘솔게임의 불법복제 근절을 한답시고 담당자가 단 2명에 불과한 한 사단법인에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위임하고는 손을 놓아 버렸다.

한국게임협회도 콘솔게임업체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회원사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행동에 나서고 있지 않다.

국내의 주요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살펴본 게이머들의 반응 또한 매우 비관적이었다. 불법 복제물을 사용하는 게이머들은 떳떳했으며 정품을 사용하는 유저조차 불법복제가 근절될 것으로 보는 유저는 없었다.

이렇듯 국내 콘솔게임은 정부와 업계는 물론 유저들에게 조차도 외면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때문에 지난해 ‘액티비전’은 한국에서 철수했으며 ‘세가코리아’, ‘반다이코리아’, ‘캡콤’ 등은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킬러타이틀 이외에는 출시를 자제하고 있다.

■기형적인 구조로 형성된 국내 콘솔게임 시장. 원인은 불법복제

이 같은 사실에 몇몇 독자들은 “왜 어렵다는 이야기만 하는가 ‘기어스오브워’ 시리즈, ‘스트리트파이터4’, ‘바이오하자드5’처럼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게임도 있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게임들의 성적을 성공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기업이 큰 이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어스오브워’같은 경우는 한글화와 많은 마케팅 비용을 들였기 때문에 실제 순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

또 다른 극단적인 예로 이 타이틀이 흥행했다고는 하지만 이로 인해 인센티브를 받은 콘솔게임사 직원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해외 본사에서는 오히려 “어째서 그런 킬러타이틀이 10만장도 못 파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미의 한 게임 관련 애널리스트는 “콘솔 게임의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당 하드웨어의 판매대수가 100만대 이상 킬러타이틀은 최소 20만장 이상 마니아를 노린 타이틀은 5만장 이상을 기본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내수’를 갖추어야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이론에 따른다면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매우 기형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100만대 이상을 판매한 플랫폼이 2종(NDS, PS2)이나 되면서도 좀처럼 판매량이 10만장을 넘는 게임은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바로 불법복제 때문이다. 불법기기를 당당히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불법복제 이미지를 다운받을 수 있는 국내에서 건전한 게임시장이 형성될 리 만무하다.

■불법복제게임에 대한 강력한 조치 미흡 

지금까지 국내 콘솔게임업체는 불법복제가 성행함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게임 업로더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기자는 그 이유를 국내의 대표적인 몇몇 콘솔 게임업체에 문의했고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국내의 콘솔게임업체 대부분이 외산 회사기 때문에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지 않을뿐더러 강력한 대응을 했을 경우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적발된 불법복제게임 업로더 중 미성년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 또한 사회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국내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불법복제 파일을 사용한 청소년을 피해자로 소송을 건 기업을 악독한 가해자로 표현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 공유 사이트 등 교묘하게 법망을 피한 유포가 이루어져 법적으로 처벌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콘솔 업체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동안 불법복제는 더욱 활개를 쳤고 결국 시장은 최악의 상황까지 오게 됐다.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

그럼 지금 콘솔게임업계에 있어서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기자는 돌파구가 있다고 본다. 아니 지금이 기회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최근 정부는 대통령의 ‘닌텐도’발언 이후 콘솔게임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하 카이스트)가 콘솔 게임기를 개발하고 있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 또한 게임파크홀딩스의 한국형 휴대용게임기 GP2X 시리즈의 ‘게임 제작 툴’을 개발 하는 등 활발한 활동도 보이고 있다.

콘솔게임기는 소프트웨어의 지원, 즉 서드파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서드파티를 모으기 위해서는 정품이 유통되는 건전한 게임시장 형성이 필수불과결이다.

그런 점을 충분히 정부에 어필한다면 강력한 제도적인 보장을 충분히 약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콘솔게임업체의 중지를 모으고 정부를 상대로 소통할 수 있는 대표자나 대표 기관, 즉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같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회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EA, THQ등 국내에서 규모가 큰 게임사가 먼저 뭉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이가 이루어지면 대규모의 전담 법무팀을 구성 불법복제 업로더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실시해야 될 것이다. 더 이상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행동을 취하게 되면 “외산 기업들이 국내 게임시장을 점령하려 한다”, “외산 기업 주제에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어 이윤을 취하려 한다”는 등의 비판이 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두려워해서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계속 나빠지다가 결국 몇몇 업체가 그랬던 것처럼 철수를 하게 될 것이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사업에 10년이고 20년이고 투자하는 경영자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콘솔게임 시장은 ‘막장’까지 와 버렸다. 이제는 콘솔게임업체들이 철수할 각오로 행동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