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 해제 전 외산폰 봇물 왜?

스마트폰 시장 선점 위해 '위피' 상관없이 앞다퉈 출시

일반입력 :2009/03/24 16:00    수정: 2009/03/24 17:09

이설영 기자

스마트폰 열풍이 일면서 외국산 최신 스마트폰들이 경쟁적으로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한때 위피로 인해 외산폰의 국내 출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들어 외산 스마트폰의 한국 공세가 거세다.

'위피(WIPI)'는 우리나라 토종 무선인터넷플랫폼으로, 지난 2004년부터 국내에서 출시되는 모든 휴대폰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하는 정책이 시행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위피가 외산 휴대폰의 진출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이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피가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 폭을 좁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콘텐츠제작사(CP)들 또한 국내용 콘텐츠와 해외 수출용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

특히 전세계에 스마트폰 열풍을 주도한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미뤄지면서 이 논란은 한층 더 가속화됐다. 결국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위피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기로 결정했으며, 오는 4월 이후부터는 휴대폰에 위피를 탑재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며칠만 참으면 외산 휴대폰은 위피를 탑재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올초부터 외산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위피를 탑재한 채다.

■스마트폰 시장 선점 위해 '위피' 상관없이 출시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은 여전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의 스마트폰 국내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HTC의 '터치듀얼'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HTC는 국내 진출 이후 두번째 모델로 '터치 다이아몬드'도 내놨다.

캐나다 림도 '블랙베리 볼드'를 올 1월 출시했다. 다만 블랙베리의 경우, 기업고객 대상으로 출시됐기 때문에 위피를 탑재않았다.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적이 있는 노키아는 오는 4월초 다시 한번 국내 시장에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위피 의무화 정책 폐지를 발표하기 이전부터, 출시를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위피를 탑재한 채로 출시하게 됐다면서 후속 모델의 경우에는 위피가 해제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노키아폰 출시를 앞둔 KTF 측은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는 노키아폰은 지난해 6월 전파연구소에 등록한 뒤 준비하고 있었던 모델이라며 기획단계부터 위피가 탑재됐기 때문에 4월초 출시 때에도 이 상태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해외 휴대폰 시장에서 적지 않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이용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빨라 '테스트베드'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막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한국 시장 진출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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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들의 경우 스마트폰 시대에도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위피 폐지 이후 봇물이 터질 것으로 예상되는 외산 스마트폰의 출시에 앞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국내에 진출한 HTC, 림, 소니에릭슨 등은 SK텔레콤과 손을 잡았다.

모바일용 콘텐츠제작사 한 관계자는 국내에 출시하는 스마트폰에는 당연히 국내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가 탑재돼야 하는데 이 또한 아무래도 위피용으로 했을 때 선택의 폭이 넓을 수밖에 없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당분간은 위피가 탑재된 제품이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