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아직도 요원한 IT ‘서비스’로의 길

일반입력 :2009/03/08 14:27

최영석

지금부터 6년 전쯤인 2003년도에 IT ‘서비스’를 만났다. BS 15000과 ITIL이라는 영국표준과 책을 통해 IT가 ‘서비스’ 산업이라는 ‘철학’에 공감하게 되었고, IT의 발달은 서비스와 궤를 같이 해야만, IT 사용자에게 최대한의 가치를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많은 IT조직들이 IT ‘서비스’가 아닌, 여전히 전통적인 IT ‘기술’에 머물러있다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가끔(혼자서) 실망하고 있다.

복잡한 응용시스템, 누가 만들었나?

전통적인 IT’기술’을 고수하는 IT 조직이 만들어내는 가장 부정적인 결과물 중 하나가 ‘복잡한’ 응용시스템이다.

사용자가 사용하기에 복잡한 전자제품이 있다고 하자.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최신 기술과 노력을 투입하였으므로, 사용상의 어려움을 ‘상회’하는 기능을 얻을 수 있다고 전자제품 개발자가 주장한다면, 사용자의 한 사람인 당신은 이를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가? 요즘 시대에 이것이 통할까?

아마 이 제품은 혹독한 사용자 후기나, 얼리 어댑터 리뷰의 뭇매를 맞고는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또는 다행한 일이겠지만 사용자 불만이 받아들여져서 제품에 대한 대폭적인 재개발 작업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응용시스템도 사용자가 존재하는 하나의 제품이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사용자가 응용시스템의 사용을 위해 ‘특별 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이해할 수 없이 복잡한 응용시스템이 존재한다.

사용자로 새로 입성하게 된 신입사원의 경우, 자기 비즈니스 업무도 교육 받아야 하지만 복잡한 응용시스템 사용을 위해 별도의 딱딱하고 지루한 IT 특별 교육을 또 받아야 한다. (착한 사용자들은 아직도 이게 당연한 줄 알고 있다!)

이러한 알 수 없는 ‘괴물’이 탄생하게 된 원인을 찾다 보면, 거기에는 여지없이 닫힌 IT엔지니어들의 ‘잔치’인 IT 프로젝트가 거슬러 존재한다.

이런 IT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존재한다.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에 집착하느라, 일반 사용자의 편의성은 고려한 적이 없다.

-IT를 잘 알고 IT를 ‘주 업무’로 하는 일부 똑똑한 사용자들의 시각으로 개발된다.

-IT를 통해 얻게 되는 일반 사용자의 ‘이득’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원천적인 사용자 요구사항은 없고, IT 기술 요구사항으로 애당초 번역되어서 시작한다.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사실상, 이런 IT조직들은 일반 사용자들의 시각을 애당초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일반 사용자들의 사용 불편함에 대한 목소리와 요구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본 적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IT조직에는 ‘서비스 담당자’가 없다. 여기서 서비스 담당자란 정해진 직함과 이름이라기 보다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IT를 바라보고, 사용자의 더 나은 사용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IT내부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주 업무’로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사용자 만족을 떠들면서도 정작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회사 내부에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싶지만, 이건 엄연한 IT조직의 현실이다.

■ IT경영진의 착각

IT품질을 통해 사용자(고객)만족을 달성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 않는 IT조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상당수의 IT 인력들은, 이 슬로건을 기술 개발만을 독려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IT품질의 원천은 기술이라고만 알고 있는 것이다.

혹시, IT기술은 높아지고 있는데 사용자만족도는 역 주행하는 IT조직의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IT의 이런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무지한 사용자들을 증오하고 있는 IT 인력을 본 적이 있는가?

여기에는 IT경영진으로 대표되는 CIO들의 책임이 크다. CIO본인 스스로도 IT기술로만 승부하면 사용자만족이 따라올 거라는 순진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또는 사용자만족도의 결과값과 실제 사용자의 입장과는 긴밀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 CIO가 직접 ‘사용자요구사항->개발->IT 제공->사용자 만족’으로 이어지는 IT개발 사이클에서 사용자요구사항이 전체 IT의 사용자 요구를 대변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본적이 있는지, 또 사용자 요구사항이 IT조직내의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IT기술의 편의에 의해 누락, 왜곡 또는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본적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IT의 중간관리자들은 늘 좋은 보고만 올리고 있을 것이다. 위의 의심사항들을 직접 CIO가 확인해보거나, 부정할 수 없는 관리 방법을 개발해내지 못한다면, IT의 사용자만족과 IT ‘서비스’로의 길은 구호로만 거칠 것이 분명하다.

서비스 없는 IT의 미래

서비스 고민 없이도 지금까지 무사히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는 IT조직이 있을 것이다. 또 IT를 서비스로 인정한다는 것이 IT조직의 위상을 깎아 내린다고 주장하는 IT조직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지금까지 자신들이 경험한 IT가 얼마나 불편한 것들이었는지, 그리고 더 나은 ‘제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이런 IT조직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IT기술 위에 ‘서비스’로 무장한 IT 프로페셔널은 사용자 요구와 기대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기존의 IT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는 IT의 ‘미래’다.

■ 미래를 위해 IT가 해야 하는 것들

사용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IT에 대한 ‘진실’과 IT의 ‘갈 길’을 무보수로 알려주고 있는 고마운 IT 컨설턴트들이다.  사용자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이것을 ‘바탕’으로 IT프로세스가 작동하고 IT기술이 발전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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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CIO들은 IT인력들에게 그들이 하고 있는 IT활동들이 사용자 만족과 서비스 문화에 어떻게 기여하게 되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더 나은 기술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IT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노력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방향’이 문제인 것이다.

서비스 철학을 바탕으로 IT프로세스를 이야기하고 있는 ITIL이나 표준들을 기술로만 받아들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나무를 볼 때는 항상 숲을 떠올리라는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