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신업계 새로운 전략은 '엄살'?

기자수첩입력 :2009/03/06 11:10

이설영 기자

통신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눈에 띈다. 이른바 '엄살' 전략.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이상 잘 나갈 수 없다'며 성과를 자랑하기에 바빴던 통신업계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시장의 불안에서 기인한다. 통신사업의 경우 대부분의 매출이 국내서비스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내수시장의 위축이 곧바로 매출과 직결된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도 사업자들로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일 수밖에 없다. 매달 발생하는 통신비 수익 외에 신성장동력에 의한 수익원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신업계의 '앓는 소리'는 KT-KTF 합병건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KT는 올초 KTF와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성장정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유무선 통합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T가 수년동안 매출 12조원에 머물어 있고 주력사업인 유선전화시장이 계속적으로 하락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순익 또한 한때 2조원을 넘었으나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1조원도 넘지 못했다.

그렇지만 KT는 여전히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통신사업자이다. 가입자선로, 관로와 통신주 등 필수설비 보유, 시내전화·초고속인터넷 분야는 막강한 1위를 달리고 있다. 뉴미디어인 IPTV의 경우 1월말 기준으로 78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SK브로드밴드에 1만명 뒤진 77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SK텔레콤의 경우엔 엄살(?)이 더 심하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실적은 11조6,747억원으로 KT에 비해 1,102억원 적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조599억원으로 9,462억원을 기록한 KT 보다 2배 이상 많다.

직원수의 경우 KT가 3만6,000여명, SK텔레콤이 4,400여명에 불과해 효율성 또한 높다.

이런 상황에서, KT-KTF 합병과 관련해 이를 저지하기 위한 SK텔레콤의 논리는 'KT의 필수설비로 인한 유선시장 독점력이 이동전화시장까지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

SK텔레콤은 2009년 1월말 현재 이동전화시장에서 50.5%의 점유율 기록하고 있다. 방송통신의 중심축이 무선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의 논리는 시각에 따라 '엄살'로 해석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은 1년 전 초고속인터넷시장 2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인수했다.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어려움에 빠진 서민경제에 기여하려는 노력은 뒤로 미룬 채 시장점유율을 두고 싸우는 모습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LG텔레콤의 경우 이동통신시장에서 만년 3위 사업자라는 인식 때문에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해 비판의 눈에서 약간 비켜가 있었던 것이 사실. 계열사인 LG데이콤이나 LG파워콤 또한 해당 업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자금력이 부족한 후발사업자를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과거부터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이번 KT-KTF 합병과 관련 견해를 담은 의견서에서 ▲단말기 보조금 금지 ▲주파수 재배치 시 후발 또는 신규사업자에게 우선적 기회 부여 등의 조건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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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KT-KTF 합병이 성사될 경우 통신시장은 'KT대SKT'라는 두 공룡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무선을 한몸에 껴 안게 될 KT는 유선전화사업의 부진을 무선과의 시너지를 통해 극복해 내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전망이다. SK텔레콤 또한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두고는 있지만, 향후 합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통신시장 두 강자의 싸움은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누구에게도 불리하지 않은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