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합병, 휴대폰 요금인하 저해?

일반입력 :2009/02/26 14:56    수정: 2009/02/26 15:59

김효정 기자

지난 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KT와 KTF의 합병을 아무런 조건 없이 승인했다. 양사의 합병이 시장 경쟁제한성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KT합병이 경쟁제한성이 없을 것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공정위의 발표 직후, KT합병을 반대해 왔던 SK텔레콤, LG텔레콤, 케이블TV협회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일제히 유감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의 핵심은 유선1위사업자와 무선2위사업자의 합병으로 불공정행위 가능성 증대, 유선시장 지배력의 무선시장 전이,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시장 경쟁 악화 등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심의결과 대로, 별개의 회사가 아닌 계열사 간 합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유무선 합병으로 인한 불공정행위나 유선시장 경쟁 악화에 대한 최종 판결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해야 할 것이다.

■공정위, KT의 무선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 간과했나

그렇다면 공정위의 판단 내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유선시장 지배력의 무선시장 전이 부분이다. KT의 유통망과 유선가입자 기반을 통해 이통시장에서 마케팅 경쟁이 과열돼 업계는 물론, 소비자 피해까지 불러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KT 자금력을 통한 KTF의 마케팅 전쟁으로 SK 및 LG통신계열이 이통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은 희박하다"며 "KT-KTF 유통망의 유기적 활용은 합병 이전에도 가능했고,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은 단말기 유통과 함께 이루어져 가입자 정보를 활용한 텔레마케팅 효과도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정위의 해석을 두고, 학계 및 업계 일각에서는 신중하지 못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민의 90% 이상이 사용할 정도로 이동전화 시장이 발달한 것은 경쟁 때문인데, '경쟁을 통한 산업발전'에 있어 이번 합병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이통시장은 ‘요금인하경쟁’이 어려운 상황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이동전화 사용행태는 한달 평균 이용분수가 약 180분, 단문자메시지(SMS)도 월평균 약 120건에 달한다. 또한 휴대폰을 통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이용빈도는 약 25% 수준으로 전세계적으로도 수준급 이용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국내 이통산업의 발전은 이통사간 경쟁에 의해 달성된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과 함께 그 동안 지적돼 왔던 요금인하 경쟁도 산업발전과 소비자 후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물론 이통사들은 요금경쟁을 회피해 왔고, 이동전화 요금을 내리려 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요금경쟁을 했었다면 가입단계에서 '단말기 보조금 경쟁'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때문에 최근 SK텔레콤이 일부 고객에게 가입비 면제를 내건 것이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이동전화 요금을 내릴 수 있는 확실한 동인은 신규사업자, 즉 제4의 이통사업자가 등장이다. 신규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요금인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규 이통사업자의 등장에는 장애물이 많다. 엄청난 투자를 통해 새로 망을 구축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사업자가 현실적으로 없다. 그리고 기존 이통사의 망을 임대하는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 등장 또한 쉽지가 않다. 관련 법을 만들었지만 망을 빌려 줄 이통사(MNO)들이 망임대료를 직접 정하도록 돼있어, MVNO가 요금경쟁력을 행사할 만큼의 적정 가격으로 망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KT합병으로 이통3사 고착화, 요금경쟁보다 보조금경쟁으로…

KT-KTF가 합병하게 된다면 어떨까? 이통시장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을 견제하던 KTF가 KT에 안착하면서 요금인하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통3사의 경쟁이 더 치열해 지면서 MVNO 등장 가능성도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의 최선규 교수는 "국내 이통시장은 포화상태이다. 때문에 KTF는 KT와 합병 후 요금인하나 서비스 경쟁에 앞서, 가입자 뺏어오기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며 "KT합병은 결국 단말기 보조금 경쟁 등 과열 경쟁양상을 불러 일으켜, 소비적 마케팅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는 물론 장기적인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포화상태인 국내 이통시장에서 요금인하는 곧 이윤의 감소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통사들은 요금인하로 전반적인 수익 감소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타 이통사에서 가입자를 뺏어온 후 가입자 이탈을 방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데, 그 방법이 바로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다.

관련기사

이는 시장점유율 50% 가량 차지하는 SK텔레콤이 엄청난 광고 마케팅을 해오면서도, 경쟁사에 비해 요금제도에 의한 요금인하 폭이 낮은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영업이익면에서 2조1,700억원으로 KT-KTF의 영업이익을 합친 1조8,700억원 보다 높았다.

최교수는 또 "KT가 KTF와 합병함으로써 KTF는 KT의 유선망 접속료를 안 내도 된다. 접속료 지출 감소로 인한 이익은 무선시장에서 KT-KTF의 경쟁력 우위가 될 것이며, 단말기 보조금 확대로 소모적인 마케팅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