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SW산업의 친구인가?

일반입력 :2009/02/23 14:05    수정: 2009/02/23 19:20

김태정 기자

토종 포털 1위 NHN이 소프트웨어(SW) 시장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네이버 이용자들에게 웹상에서 SW를 제공, 영향력을 불리려는 모습이다. 세계 IT 업계의 차세대 패러다임 중 하나로 꼽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가 NHN에서도 시작되는 것.

선봉은 ‘웹오피스’가 맡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NHN은 이르면 올해 출시를 목표로 ‘네이버 오피스’를 준비 중이다. 최근 결별이 확인되긴 했지만, 2006년 한글과컴퓨터(한컴)와 제휴를 맺은 이유도 네이버 오피스 개발에 있었다.

2월말 현재 NHN은 한컴을 대신할 국내외 SW 업체들을 물색하고 있다. NHN 관계자는 “국내외 SW 기업 3~4개 정도를 파트너 후보로 올리고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오피스 뿐 아니다. NHN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지만, 다른 SW로도 영토를 확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카스퍼스키랩, 하우리 등 정보보호 업체들과 손잡고 시작한 무료백신 ‘PC그린’ 사업도 맥을 같이 한다.

■ 포털, SW 거대 유통망

사실 대형 포털 기업이라면 SW 사업에 한번 욕심을 내 볼만하다. 막대한 방문자 수를 지닌 포털 사이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SW 유통망이다. 제품을 무료로 푼다 해도 광고와 연계한 수익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태생은 어디까지나 포털이기에 SW 기술력 부족이 지적될 수 있으나 업체 인수나 제휴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문제다. NHN이 네이버 오피스를 지원할 SW 기업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서는 ‘검색황제’ 구글이 2006년 무료 오피스 ‘구글독스’ 등을 내놓으며, ‘SW는 웹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의식을 퍼뜨렸다. 이에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포털 사업에 있어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이같은 현상을 두고 세계 SW 업계 입장은 찬성과 우려로 갈리고 있다. 한국서도 NHN을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 SW 업계 찬반여론 갈려

우선, 찬성 측은 수익악화로 고전하는 SW 기업에게 포털이 새 수익원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불법복제 만연으로 사용자들에게 제품 값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가운데 거대 포털이 내민 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SW 업계 관계자는 “대형 포털과의 제휴로 자금난을 해결해보자는 목소리가 사내서 나오고 있다”며 “NHN의 ‘네이버 오피스’ 계획은 SW와 포털의 윈윈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포털과 제휴를 못 맺은 업체는 더 힘든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한컴만 해도 앞으로 오피스 사업에서 NHN이라는 강적과 마주하게 됐다. NHN의 파트너로 부러움을 샀던 것은 이미 지난일이다.

SW가 포털 방문자 수를 늘리는 단순 도구로 전락, 전문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포털이 SW 제휴사 의견과는 상관없이 사용자 눈길 끌기, 광고 적용에만 관심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안철수연구소(안랩)가 네이버 PC그린 불참을 선언할 때 내건 명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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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안랩 측은 “단순히 포털 브랜드에 종속된 SW는 전문성에 한계가 따를 것이다”며 “포털은 SW의 일부 기능을 제공하면서 방문자를 늘리고, SW 업체는 제품 홍보 효과를 얻는 모델 정도가 윈윈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NHN을 비롯한 포털 강자들, 그리고 이들보다 왜소한 국내 SW 기업들이 앞으로 어떤 함수관계를 만들어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