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집중도, 제약하기 힘들다"

일반입력 :2009/02/16 17:27

이설영 기자

방송통신융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미디어 산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방석호)는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경영대학의 엘리 마이클 노암 교수를 초청, '미국의 미디어 소유규제 현황 및 진단'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엘리 노암 교수는 지난 25년 동안 미국 미디어 시장의 소유집중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미디어 시장의 집중도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노암 교수는 융합의 영향으로 매스미디어 분야가 거대한 미디어그룹과 소규모 콘텐츠사업자들로 이뤄져 '부채살 모양'의 시장구조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한 뒤 즉 소수의 복합그룹을 중심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주변에 배치되는 모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암 교수는 이어 이런 구조는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이긴 하지만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반드시 좋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정책적으로 이런 현상을 제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암 교수에 따르면 인쇄미디어 산업보다는 디지털 미디어 산업이 더욱 집중된 모습을 보이는데, 매스미디어 산업 전반의 상위 5대 기업이 '88년 10% 시장점유율이었던 것에 반해 '05년에는 26.2%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소수의 미디어그룹으로 시장점유율이 몰리면서 집중도 또한 높아진 것.

■미국, 교차소유는 뉴스산업 활성화 중심 추진

엘리 노암 교수는 미국의 미디어 소유 지분 구조도 소개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신문사가 해당 지역의 방송사가 아닌 다른 지역의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다면서 즉 뉴욕타임즈가 로스앤젤레스나 워싱턴 지역의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노암 교수는 이어 현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신문사가 상위 4개를 제외한 텔레비전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신문사와 방송사의 편집권을 독립시키며 ▲이후 뉴스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을 추진 중인데 의회에서 반대하고 있다면서 최근 정부는 교차소유와 관련한 법과 규칙을 뉴스 산업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나라당의 주도로 대기업과 신문이 지상파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방송법 개정이 실현될 경우 전체적인 미디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미디어, 기관투자가 소유 많아

노암 교수는 25년 동안 연구한 결과 규제가 심한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의 집중도를 보면 오히려 규제가 없는 산업이 집중도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규제 산업이 독점 가능성이 있고, 기본적으로 집중도가 높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상황에 대해서 미국에서 루퍼트 머독이 미디어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미국은 어떤 개인이나 가족이 미디어를 소유하는 상황에서 멀어지고 있다면서 미국 미디어들은 현재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경향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관투자가가 수익성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오히려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위험도를 낮추고 콘텐츠에 신중하게 다가가기 때문에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