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NO 논란,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일반입력 :2009/02/10 15:34    수정: 2009/02/11 15:28

김효정 기자

최근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제도 설립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일본에서는 한 이동통신사가 MVNO 사업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MVNO는 기존 이통사(MNO)의 망을 빌려 무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국내의 경우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개 이통사(MNO)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 재판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고 있어 MVNO의 제4이통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日이통사가 MVNO 나서자, MVNO 사업자 반발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난 4일 이통사인 '소프트뱅크모바일'이 MVNO 사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모바일은 '이모바일'이라는 회사의 이통망(회선)을 빌려 모바일 데이터 정액 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일본 내 MVNO사업자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소프트뱅크모바일은 일본 정부로부터 전파면허를 받은 통신사업자이기 때문에, 자사 부담으로 설비를 구축하지 않고 타사의 이통망을 빌리는 것이 주파수 면허에 대한 책무를 져버린 것이라고 일본 텔레콤서비스협회(MVNO협의회)가 주장하고 있다.

MVNO협의회는 설비를 가지고 있지 않은 290여 개의 전기통신사업자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이미 주파수 할당을 받은 통신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은 '모바일 통신망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전파의 공평한 이용을 저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통신 서비스 사업자를 다양화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MVNO의 기본 이념과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MVNO협의회의 관계자는 "주파수 면허가 부여된 사업자(MNO)가 다른 통신사의 이통망을 이용한 MVNO가 되는 것은 MVNO 취지에 맞지 않다. 또한 주파수 면허에 수반하는 기본책무를 무시하는 것으로 (소프트뱅크모바일의 MVNO 사업이)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정의 소프트뱅크모바일 사장은 "전파는 국민 공유의 자산이므로, 가능한 한 이를 유효화게 이용하는 것이 통신사업자의 의무이다"라는 반론을 펼쳤다.

■韓 수천억원의 주파수 할당대가, 日은 없어…

국내의 경우, MVNO제도 설립의 최대 쟁점은, 향후 등장할 MVNO에게 기존 이통사가 자사의 이통망을 빌려주는데 비협조적일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통사들은 자사의 설비 투자로 구축한 이통망 기반을 경쟁자(MVNO)와 나누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상황은 국내와는 다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이통사처럼 주파수를 취득하기 위해 엄청난 주파수 할당대가를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주파수 면허'를 취득하기 때문에 이 할당대가 부담이 적다.

따라서 일본 이통사는 국민의 공유 자산인 주파수 사용권을 전파 이용료 이외의 대가 없이 취득한다. 바로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소프트뱅크모바일과 일본 MVNO협의회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것이다.

즉 MVNO협의회는 이통사가 이러한 특전을 받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국민 편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고, 소프트뱅크모바일은 국민의 공유 자산인 전파의 이용을 가능한 유효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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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일본의 이러한 MVNO 논란을 국내에 적용하게 된다면, 수천억원의 주파수 할당대가를 지불한 이통사들에게 MVNO에 따른 무리한 사전 도매대가 규제를 부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총생산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고 평가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요금을 감안하고, 경쟁 활성화를 위해 MVNO 출현 자체를 저해할 수 있는 이통사의 부당한 도매대가 산정행위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사후 규제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