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비자원, 리니지 불법 오토 구제 하겠다?

기자수첩입력 :2009/02/06 15:05    수정: 2009/02/06 15:50

게임업계가 한 숨을 쉬고 있다. 특히, 자동사냥프로그램을 막기 위해 앞장서서 노력했던 업체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는 모습이다.

소비자원이 지난 5일 ‘리니지1 게임 계정 이용정지 사건에 대한 집단분쟁조정 개시’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게임업체와 일반 게이머들이 발칵 뒤집혔다.

소비자원은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게임운영자가 연출한 특이사항에 답변을 하지 못했음을 이유로 계정이용이 정지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집단분쟁조정 참가 신청 절차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자동사냥 프로그램이란 일명 오토로 불리는데 게임의 캐릭터등을 직접 조작하지 않고 자동으로 사냥을 해서 급속하게 레벨을 올리거나 아이템을 얻게 하는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오토를 쓰게 되면 정상적으로 게임을 하는 게이머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특정 사냥터에서 오토를 돌리는 유저가 있으면 사냥을 못해서 게임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오토들은 점점 진화를 거듭해 게임상에서 캐릭터가 오토를 사용했다는 로그기록을 삭제하면서 게임을 종료하는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로그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을 때 게임업체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운영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게임을 어느 정도 했다는 게이머들은 게임상에서 그 캐릭터가 오토인지 아닌지 3분 정도만 관찰해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을 업으로 삼고 있는 게임운영자들은 1분만 봐도 아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이러한 게임업체들의 대응에 태클을 걸고 있는 것이다. 오토를 돌렸다는 로그기록을 확보해야만 게임 계정 압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원의 주장은 게임운영자가 눈으로만 확인하고 계정을 블록 했다는데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원이 얼마나 게임에 대해서 무지 한가는 보도자료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라는 게임은 있어도 ‘리니지1’이라는 게임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리니지를 한 번이라도 접속해 봤는지, 패왕이라는 오토를 접해 봤는지도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소비자원측 주장처럼 게임운영자가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는 게이머를 블록 할 이유가 있을까? 간단히 생각하면 답은 쉽게 풀린다. 게임운영자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 월급은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지불한 계정비에서 나온다. 자신의 월급 줄을 끊어 버리는 직장인이 과연 있을까?

오토 유저에 대한 대다수 게이머의 정서는 해당 게임 게시판에 오토라는 제목으로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게임 게시판에는 소비자원이 악성 오토 유저들을 돕고 있다는 비판의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오토를 게임의 ‘악’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퇴출대상 1호’로 꼽고 있다.

소비자원은 오토 유저를 게임회사의 정상적인 소비자로 보지 말아야 한다. 슈퍼마켓에서 물건 하나 사고 다른 손님들 쇼핑을 못하게 난동을 부린 사람을 슈퍼마켓에서 몰아냈는데 소비자원에서 물건 산 소비자니 슈퍼마켓에 다시 들여보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