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조 매출' NHN을 보는 또 다른 시선

기자수첩입력 :2009/02/06 10:34    수정: 2009/02/06 10:59

김태정 기자

NHN이 마침내 연매출 1조원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1조는 다른 인터넷 업체들과는 급이 다른 숫자다. NHN이 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인터넷 기업인지 보여주는 상징성이 진하게 녹아들어 있다.

숫자만 놓고보면 NHN은 지금까지 참 잘해왔다. 2000년대 초반 닷컴 거품을 극복한 뒤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질주였다. 

한때 인터넷 업계에서 맹주로 군림하던 다음이나 야후도 NHN에 지존의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인터넷 업계 최초 1조원 매출 돌파'란 타이틀은 그 결과물이다.

이렇게 NHN에겐 '1조원 매출 이후'란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NHN에게 '1조원 시대 개막'은 달력 넘어가듯 그저 숫자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사업 환경도 달라졌다. 좀더 좋은쪽으로? 이전에 비해 좀 어두워졌다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NHN의 1조 파티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전후상황을 보면 NHN이 1조원 시대 이후에도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우선 최대 수익원인 검색광고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NHN은 지난해 3분기 검색광고 수익이 마이너스였고, 4분기에 3%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비록 게임과 전자상거래 사업이 선전하고 있다 해도 검색광고가 답보상태에 빠지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NHN이다. 검색광고는 여전히 NHN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비즈니스 에이스'다.

물론 검색광고 침체는 NHN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다른 포털 사이트에도 떨어진 업계 공통의 위협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침체로 광고주들은 점점 지갑을 여는데 인색해지고 있다. 이는 검색 광고 사업이 적어도 당분간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NHN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지난해부터 새로운 검색상품을 내놓고 광고주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끝을 알 수 없는 경기 침체속에 공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쉽지 않다.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 매출 향방을 예측하지 못하겠다"는 황인준 NHN CFO의 말은 지금의 불확실성이 어느정도인지를 대변한다.

1조원 시대, NHN에게는 새로운 숙제가 떨어졌다. 주위의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그걸 맞춰주기는 어려워졌다. 검색과 게임 '원투펀치'만으로 1조원 시대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NHN의 차세대 성장 엔진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성장을 위한 변화는 NHN에만 해당되는 변수는 아니다. '검색황제' 구글은 이미 차세대 성장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구글은 인터넷 광고 이후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모바일과 기업 대상 웹서비스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관련기사

이를 감안하면 NHN에게도 어떤식으로든 새로운 성장 전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변화의 콘텐츠는 구글과 다르겠지만 말이다.

1조원 시대 이전, NHN은 얼만큼 성장하느냐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1조원 이후 시대는 얼만큼은 기본이고 어떻게 성장하느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추가됐다. NHN의 향후 변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