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방통위:공정위' 구도로 가나?

일반입력 :2009/02/04 15:24    수정: 2009/02/04 17:08

김효정 기자

KT-KTF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SK텔레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합병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오후 공정위에 KT-KTF 합병이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법 제7조 제1항에 의해 금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또한 SK텔레콤은 4일 오후 2시, LG텔레콤과 함께 공정위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반대 입장을 설명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양사는 KT-KTF 합병으로 전체 통신시장 가입자의 51.9%, 매출액의 46.4%를 독식하는 등 KT 독점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합병이)민감한 이슈이긴 하지만 LG텔레콤은 적극적인 의사 표현 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공정위 간담회는 대외협력 담당자를 보내 그 동안 나왔던 LG텔레콤의 입장을 전달하는 자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LG텔레콤의 경우, KT-KTF의 합병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의 SK텔레콤과 달리, 처음부터 KT-KTF 합병이 불가피할 경우 조건부 합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SKT, 공정위 통해 ‘KT 합병인가 조건’ 끌어내야

반면 SK텔레콤의 자세는 변함이 없다. KT-KTF 합병 자체를 강하게 반대하며, 합병인가 주체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비중 있는'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공정위를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서는 KT-KTF의 합병을 기정 사실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으로서는 최대한 많은 합병 인가조건을 끌어내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방통위가 방송통신 관련 기업합병을 승인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의견을 수렴해야만 한다. 다만 공정위가 제출하는 의견을 반드시 취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공정위와 협의를 통해 합병 인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공정위가 제출하는 의견을 참조해서 시장 상황에 적합한 것만을 취사 선택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일례로, 과거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할 당시에도 공정위는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에 따른 상당한 인가조건을 전달했지만 이것이 전부 수용되지는 않았다. 단 SK텔레콤이 50%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은 받아들여진 바 있다.

■방통위 ‘공정위 의견 무시 못해’

현재 방통위는 KT-KTF 합병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KT가 IPTV, 와이브로, 인터넷전화 등 차세대 방통융합 서비스 투자에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혔고, KT-KTF 합병은 올해를 결합 서비스 원년으로 삼고 있는 방통위 로드맵과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최시중 방통위원장 또한 이석채 KT 사장 취임 때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볼 때, 방통위가 KT-KTF의 합병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현재 규제를 줄이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인가조건도 까다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SK텔레콤은 반대 의견을 방통위에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공정위에 호소해 최대한 까다로운 합병 인가조건을 가능한 많이 끌어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방통위도 공정위의 의견을 참조할 뿐이라고 하지만 이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으나, 통상적으로 공정위가 인가조건 등을 추가할 경우 방통위는 이 의견을 대부분 수렴한다고 설명했다.

■SKT, 공정위 간담회에 부사장급 인사 참석

이날 공정위 간담회에 SK텔레콤은 대외협력을 담당하는 남영찬 CRNL 부문장과 SK텔레콤의 법무법인을 대동하고 참석하는 등 부사장급 인사가 직접 참여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간담회에서 KT합병에 대한 SK텔레콤의 입장과 시장상황을 공정위에 최대한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주제와 내용으로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LG텔레콤과는 긴밀한 공조 관계를 구축하지는 않고 있는 분위기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 담당자 모두 이번 문제로 양사가 특별한 관계를 맺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KT-KTF 합병 반대 진영끼리 이러한 개별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번 사안을 'KT와 SK텔레콤의 대결 구도'로 부각시키는 요소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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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전면전을 시작한 SK텔레콤은 이르면 내달 초에 나올 공정위의 심사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공정위의 인가조건과 이를 방통위가 어느 정도 승인하느냐에 따라 긴밀하게 자사의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KT-KTF의 합병 승인은 생각해 보지 않았고 무조건 반대한다. (KT합병이 승인될 경우) 그 이후의 전략 등은 다음 단계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지만, 이미 SK텔레콤이 다음 단계의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라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