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황금알 낳는 거위될까?

[빅뱅! 2009 통신시장]⑧콘텐츠, 서비스 기반 부족으로 당분간 효과 기대 어려워

일반입력 :2009/02/08 14:31    수정: 2009/02/08 17:42

이설영 기자

올해 방송통신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바로 '융합'이다. 그리고 이 융합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바로 IPTV 서비스이다.

전세계적으로 IPTV 서비스는 방통융합을 선도할 뉴미디어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세대별 IPTV 보급률은 '08년 1.1%에서 2012년에는 2.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IPTV 시장 규모도 1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가입자수는 서유럽이, 시장 규모로는 북미 지역이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가트너는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IPTV가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는 다른 형태의 유료방송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IPTV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와 차별화된 콘텐츠 등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요구된다.

■2012년까지 8조8,763억원 생산유발효과

현재 국내 IPTV 가입자는 약 160만명. 2012년에는 약 350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IPTV 가입자수는 2007년말 현재 123만명으로,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약 30%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당시에는 IPTV 상용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주문형비디오(VOD)를 중심으로 프리(Pre) IPTV 서비스만 이뤄지고 있었다. 따라서 상용서비스 원년인 올해 IPTV 가입자수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2012년까지 네트워크와 콘텐츠에 각각 1조7,000억원, 4,6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콘텐츠의 경우 IPTV 전용 양방향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할 계획. 특히 총 400억원을 투자해 'KT 글로벌 뉴미디어 투자조합'을 결성해 콘텐츠 제작사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SK브로드밴드는 2012년까지 네트워크에 1조6,000억원 투자하고 콘텐츠에 7,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LG데이콤은 네트워크에 9,100억원을, 콘텐츠에 2,3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펀드에 자금을 투입해 IPTV 콘텐츠 육성 및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08년부터 '12년까지 5년간 IPTV로 인한 생산유발효과가 8조8,763억원에 달하고, 고용유발효과는 3만6,559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경쟁으로 유료방송시장 정상화

IPTV가 가세한 국내 유료방송시장이 정상적인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서 케이블TV 등 다른 매체와 공정경쟁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지난해 IPTV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예비사업자로 관심을 모았던 '오픈IPTV'가 탈락하면서 IPTV 사업은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의 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양상. 따라서 IPTV가 가세한 초기 유료방송시장은 'IPTV 대 케이블TV', 즉 '통신 대 방송'의 경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방통융합현상이 거세지면서 통신사업자의 방송진출, 방송사업자의 통신진출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사업자에 대한 규제 체제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

IPTV를 통해 방송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통신사업자들은 'IPTV 특별법'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반면 일례로 방송사업자들이 재판매사업자(MVNO)를 통해 통신시장에 진출하려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임대대가 산정을 사업자들 간의 계약으로 정하도록 돼 있어 망을 임대해야 하는 방송사업자들이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통신 진영과 방송 진영의 대립이 지속되는 한 방통융합을 기치로 내 건 신규매체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내 유료방송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있다는 점도 IPTV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설상가상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저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수신료를 기반으로 한 정상적인 시장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IPTV 사업자들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무턱대고 저가 전략을 펼칠 경우 전체 유료방송시장이 공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차별적인 콘텐츠 전략을 통해 플랫폼의 다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IPTV가 유료방송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케이블TV의 시장을 잠식하면서 양측 모두 '제로섬 게임'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올해, IPTV 원년…콘텐츠 차별화 부각 필요

IPTV는 현재 사업자 3사가 모두 상용서비스를 개시했다. 실시간 채널의 경우 KT가 40개, SK브로드밴드가 23개, LG데이콤은 33개를 각각 제공 중이다. 사업 허가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라 KT는 2월 말까지,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은 3월 말까지 60개 이상의 채널을 확보해 서비스 해야 한다.

방통위는 시장 경쟁 촉진, 일자리 창출 등을 비중 있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방송통신 분야에서 IPTV가 경기를 부양해 줄 것을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육성책을 펼치고 있다. IPTV로 인해 국내 통신망의 고도화는 이미 실현이 됐으며, 앞으로 콘텐츠 산업이 육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 방송시장의 경우, 유료방송에서 조차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 신규 매체에서 조차 이러한 경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개선이 요구된다.

따라서 양방향 서비스가 큰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는 IPTV인 만큼 이에 부합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를 업계는 기대한다.

문제는 IPTV 상용서비스가 개시된 지 얼마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IPTV가 기존 매체와 별다른 차별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한 시청자 입장에서는 단지 기존 콘텐츠를 VOD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의 시장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해 우리나라 유료방송시장의 퇴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콘텐츠 확보와 서비스 기반 확충 전제돼야…

실시간 IPTV 가입자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낮다는 점도 IPTV 사업자들의 고민이다. 가장 먼저 상용서비스를 실시한 KT는 실시간 IPTV 가입자를 7만명 가량 모집했고, LG데이콤은 1만명을 확보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2,000여명에 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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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적극적으로 IPTV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초기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 투자와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국망 구축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낮은 자금력과 미비한 준비 등으로 초기 가입자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IPTV 사업자들의 수익 창출이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연관 산업 파급효과 또한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콘텐츠 확보와 전국 서비스망 확대를 전제로, 일정 수준의 가입자를 확보해야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