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거대 PC업체들의 공격 시작됐다

에이서, 마침내 도전장…델도 가능성 제기

일반입력 :2009/01/29 12:39    수정: 2009/01/29 14:24

황치규 기자

모바일 시장의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스마트폰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거물급 휴대폰 업체들이 대거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데 이어 내로라하는 PC업체들까지도 '스마트폰과 PC는 DNA가 비슷하다'며 지분 확대에 나섰다. 'PC의 원조' 애플은 이미 아이폰으로 세계 시장을 뒤흔들었고 세계랭킹 3위 PC업체 에이서도 다음달 스마트폰을 발표한다.

스마트폰을 놓고 출신 성분이 다른 휴대폰과 PC진영간 '빅매치'가 벌어지려 하는 것이다. 이쯤되면 스마트폰은 세계 IT시장에서 초대형 격전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과거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PC와 휴대폰 업체간 전면전인 만큼, 구경꾼들을 끌어모으는 흥행 파워도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에이서, 2월에 스마트폰 쏜다

에이서는 다음달 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모바일세계회의(MWC)에서 첫번째 스마트폰을 공개한다. 에이서는 지난해 대만 스마트폰 제조 업체 이-텐(E-ten)을 인수하고 일찌감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예약한 바 있다.

에이서는 스마트폰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용자 편의성과 강력한 인터넷 접속 기능으로 중무장할 것임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에이서가 1개 이상의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와이파이 무선랜과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동시에 쓸 수 있는 제품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에이서 등 '정통파' PC업체들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은 어느정도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데스크톱PC와 노트북 판매로는 여전히 배가 고픈 PC업체들에게 PC를 닮아가는 스마트폰은 가만 놔두기에는 아까운 영토였다. PC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킨 넷북과 스마트폰간 거리도 점점 좁혀지는 분위기다.

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넷북은 올해도 기록적인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PC시장의 침체를 보완해줄 확실한 소방수로는 2% 부족하다는 평가다.

PC업체들이 멈추지 않는 성장을 계속하려면 넷북에 이어 또 하나의 필살기가 필요한데, 스마트폰이 유력후보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에이서에 이어 또 하나의 PC공룡 델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루머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에이서의 경우 넷북 시장에서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뤄낸 경험을 갖고 있다. 넷북은 지난해 에이서가 PC 출하량에서 전년대비 25.3% 성장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었다. 그런만큼, 에이서는 넷북에서 썼던 성공드라마를 스마트폰에서도 이어나가려 한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진화속도에 적응 가능?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은 한다고 해서 그냥 되는 땅이 아니다. 애플의 진입과 구글판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 등장 이후 스마트폰 시장 진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 조차도 속도게임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RIM의 경우 최근 판매된 스톰 판매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혁신 보다는 대량 생산에 익숙한 PC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의 색다른 분위기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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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성공했다고 해서 에이서도 성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플과 에이서는 같은 PC출신이라고는 해도 DNA는 많이 다르다. 애플은 마니아 지향적인 문화가 강해 혁신에 익숙한 반면 에이서는 가격 대비 성능이 잘먹히는 일반 대중을 활동 무대로 삼아왔다. 델도 분류하자면 에이서쪽이다.

그럼에도 PC업체들은 스마트폰 시장에 계속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PC군단들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얼만큼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까? 갈수록 흥미만점인 스마트폰 시장에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