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흔들리는 동영상 UCC벤처를 보면서

기자수첩입력 :2009/01/23 16:27    수정: 2009/01/25 03:22

김태정 기자

토종 동영상 UCC 벤처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한때 받았던 핑크빛 기대는 이미 사라졌고 생존게임에서 누가 살아남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쯤되면 '추락'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우울한 소식은 계속해서 들려온다. 

이달 7일 엠엔캐스트, 9일 아우라가 서비스를 중단했고, 22일 현재 여전히 먹통이다. 두 사이트를 운영하는 SM온라인은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강조하지만, '폐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영상 UCC "돈이 없다"

서비스 중단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없다. SM온라인은 외부 인프라 제공 업체에 줘야할 비용을 지불하지 못했고 결국 서비스가 강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모 기업인 소리바다는 이 문제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자신이 올린 동영상이 먹통이 된 것을 본 누리꾼들의 원성은 설명할 필요도 없지 싶다. 돈이 없다는게 서비스 중단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사태를 지켜보는 경쟁사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남 일이 아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올 것이 왔다' 등 우울한 반응들이 쏟아진다.

한때 UCC 세상의 심장부를 장악했던 국내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풍경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안타깝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주소다.

문제가 터지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동영상 전송은 텍스트 기반 UCC와 비교해 막대한 인프라 운영비가 들어간다. 용량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수익은 비슷한 회원 수를 가진  블로그 업체들보다 나을게 없다. 유일하게 의지하던 광고주들은 경기침체로 지갑을 닫고 있다.

 

쉽게 말해 고정 지출은 남들보다 많은데, 돌아오는 몫은 블로그 서비스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게 동영상 UCC 서비스가 처한 외부 환경이다. 누리꾼 비난을 감수하며 광고 늘리기도 해봤지만, 효과는 반짝이었다.

■서비스 신뢰 회복에 사활 걸어야

이렇게 환부가 곪아갔지만 대책 마련은 미뤄졌다. 가격 경쟁으로 광고 단가만 내려갔을 뿐이다. 불황에도 시장을 파고드는 유튜브와 대형 포털을 앞에 두고 출혈 경쟁만 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제 스스로 해결하라'

소리바다가 고전하는 SM온라인에 던진 냉정한 메시지다.

누리꾼은 더욱 그럴 것이다.

업계가 생존게임에서 울상을 짓는다고, 불편을 감수하며 다독일 누리꾼은 적다. '경기침체'란 악재를 감안, 이해한다는 입장도 나오지만 마우스는 다른 곳으로 향한다. 소중한 동영상은 안심할 수 있는 유튜브나 대형 포털에 올려야 한다는 인식이 벌써 퍼져나가고 있다. 

업계는 늦게나마 외양간을 고치려 한다. 각 업체 수뇌부들이 머리를 맞대고, 광고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고급 동영상 서비스들을 만드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더 일찍 그랬으면...'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지만, 지난일이다.

주사위는 다시 던져졌다. 

지금은 토종 동영상 UCC 업계에 주어진 마지막 시간일 수 있다. 화려한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는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누리꾼들을 붙잡아 둘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천하의 유튜브도 수익만 놓고 보면 여전히 비관론이 많은 마당에 토종 UCC 업체들이 '자력갱생'의 꿈을 이루기는 더욱 고단할 것이다.

그래도 가야할 길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믿고 쓸 수 있는 서비스라는 신뢰까지 잃어버리면 토종 동영상 UCC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기자가 보기에 누리꾼들과 동영상 UCC간 신뢰의 끈은 지금 아슬아슬해 보인다. 아직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가면 결국 뚝 끊어질 것 만 같다. 

끊어지는 순간, 적지 않은 돈과 공이 동영상 UCC들은 사용자들의 기억속에서 추억으로 남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다. 참여했던 누리꾼들의 열정과 콘텐츠도 운명을 함께 것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대단히 소모적이다.

관련기사

그래서다.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구경꾼 입장에서 '지당도사', '거룩도사' 같은 훈계만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음을 알면서도 기자는 토종 동영상 UCC 서비스들에게 누리꾼들과 신뢰의 끈만큼은 끊어버려서는 안된다고 주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