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기, '선 없이 충전한다'

일반입력 :2009/01/15 17:17    수정: 2009/01/15 17:35

이설영 기자

일선 기자들이 일 할 때 없어선 안 될 가장 '소중한' 물건은 '노트북'이다. 활동성을 보장 받아야 하는 일이니 만큼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은 기사 작성에 없어선 소중한 존재다.

최근에는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꽤 잘 돼 있어서 급한 일이 생기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노트북을 열고 업무를 보기도 한다. 그런데 복병은 의외의 곳에서 생기는 법. 많은 기자들이 힘없이 줄어드는 배터리 수명에 속상해 한다.

취재 현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운 나쁘면' 전원 장치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에도 가기 마련. 이럴 땐 노트북 화면에서 배출될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화면 밝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만이 최고의 방책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말들 많이 하지만, 내 방 데스크톱 본체 뒤 얽혀 있는 수많은 선들이나, 사무실 멀티탭에 빈틈 없이 꽂힌 콘센트들을 보고 있자면 아직 갈 길이 멀구나란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무선으로 충전을 해?

이런 가운데 최근 해외에서 휴대기기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술들을 하나 둘 개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선 없이 휴대기기를 충전하는 미래가 멀지 않은 것 같다.

무선으로 전기 에너지를 원하는 기기로 전달하는 '무선 전력 전송 기술'에는 전자파방사방식, 전자기유도 방식, 비방사형 방식 등이 있다.

이커플이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09에서 선보인 기술은 전자기유도 방식으로 근거리 충전에 이용되는 기술이다. 무선으로 충전되며, 충전기와 휴대기기가 거의 밀착돼 있다. 충전기에 있는 코일과 휴대용기기에 있는 코일이 무선으로 전력을 주고 받는다. 따라서 휴대기기에도 무선 충전을 위한 코일이 내장돼 있어야 한다.

이 기술은 비교적 상용화가 많이 이뤄졌는데 전동칫솔의 충전에도 이 기술이 사용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한 수많은 휴대폰, 디지털카메라에 이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부품소재연구부문 김용해 책임연구원은 휴대폰을 예로 들면 충전기가 약 5만원 정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TRI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일부 고급 승용차나 휴대폰에 상용화가 됐다. 자동차에 있는 컵홀더 같이 생긴 곳에다 휴대폰을 넣는 것 만으로 충전이 되는 것. 모토로라는 '레이저 V3' 용의 충전 패드와 어댑터를 판매하고 있다고 ETRI는 전했다.

■ETRI, 1년 전부터 기술개발 착수

ETRI는 약 1년 전부터 '무선 에너지 전송 기술'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자기유도방식의 경우 수 'mm'의 근거리에서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보다 먼 거리에서 이용이 가능한 '비방사형 방식'을 연구 중이다.

이 쪽에 있는 소리굽쇠를 진동시키면 저 족편의 다른 소리굽쇠도 진동하는 것처럼, 충전기로부터 휴대기기에 동일한 진동 주파수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원리다.

김 연구원은 비방사형 방식은 전자기유도방식과 비교해서 효율은 비슷한데 100배 먼 거리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집을 설계할 때 벽 속에 이런 장치를 해 놓으면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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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보급되기 시작했던 초기에 제조사마다 충전기 표준이 달라 집집마다 2개 이상의 충전기가 필요했다가, 24핀으로 표준이 된 것처럼 무선충전기도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면 무궁무진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해 연구원은 사실은 표준화 작업이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일본에서도 현재 추진 중이고, 우리도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